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고바야시 다키지 선집 1

[도서] 고바야시 다키지 선집 1

고바야시 다키지 저/황봉모,박진수 공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몸이 조금은 저린다. 발악같은 바쁜 일상의 연속.

 

우선 다키지를 알게 해준 노마 필더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죽어가는 천황의 나라에서』 로 시작한 책이 그녀의 글에 반하여 『다키지 평전』으로 연결되고 『다키지 선집』 으로 가고 있다.

 

여기 한 사내가 있다. 그림과 음악과 영화를 사랑하고 모든 학대 받는 존재를 사랑하는 데 자신을 불태우다가, 나이 서른을 채 못 채우고 천황 권력에 의해 학살된 인간이 있다. 『게잡이 공선』의 작가 고바야시 다키지다. 우리는 불같이 살다 간 이 사람을 기리기 위해 고바야시 다키지 선집을 간행하기로 결정했다. 지금 그 중 첫 책을 선보이려 한다. (...)

이 책을 내기로 결정하고도 4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워낙 열학한 출판 환경을 가지고 있는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더하여 2,3권을 마무리하는 데 10배의 시간이 걸릴지라도 작업을 완수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ㅡ 6쪽. 2012년 초여름 편집자를 대표하여

 

고바야시 다키지(1903~1933)는 일본의 프로레타리아 문학의 대표적 작가다. 이 책 선집 1권은 너무나도 유명한(난 처음 알았지만) 게잡이 공선, 방설림, 1928315일 이렇게 3편이 담겨 있다.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게잡이 공선, 그의 처녀작 방설림, 그의 데뷔작 1928315일 이렇게다. 게잡이 공선 이후 프로레타리아 대표작가로서의 유명세와는 별개로 사회주의 활동을 하며 경찰을 피해 작품활동(대개가 미완)을 하다 1933년 체포되어 고문 3시간 만에 생을 마감했다. 게잡이 공선은 발표 직후부터 여러 나라에 번역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는 1987년 초판, 2008년에 재번역 출간되었다.

 

흔히 이야기책에는 인물이나 사물, 분위기를 글로 표현하는 묘사라는 게 있다. 나는 어쩌다 손에 쥐게 되는 책이 이야기책일 경우 이 묘사라는 걸 나름 세심히 본다. 게잡이 공선 첫 부분,

 

이봐, 지옥에 가는 거야!”

두 사람은 갑판 난간에 기대어 달팽이가 몸을 뻗치듯 늘어져, 바다를 껴안고 있는 하코다테 거리를 보고 있었다. 어부는 다 피워 손가락에 닿을 듯 짧아진 담배를 침과 함께 버렸다. 담배는 우스꽝스럽게 여러 형태로 뒤집히며 높은 선체를 거의 스칠 듯이 떨어졌다. 그는 온몸에서 술 냄새가 났다. 빨간 올챙이배를 물위로 한껏 들어낸 기선과, 한창 짐을 싣고 있는 듯 바다에서 한쪽 소매를 잡아끌기라도 하는 것처럼 한껏 기울어져있는 배와, 노란색의 두꺼운 굴뚝, 커다란 방룰 같은 부표, 빈대처럼 배와 배 사이를 바쁘게 누비고 있는 작은 증기선, (...) (31쪽)

 

다키지는 지옥으로 가자는 말을 꺼낸 어부의 시선을 따라 달팽이가 기지개를 켜는 듯한 바다를 바라본 후, 그가 내던진 담배꽁초의 움직임을 따라 항구의 풍경을 담으며 우리를 배에 태운다. 이 시작부가 꽤 유명한 것 같다. 묘하게 시작되는 이야기책이고 이 묘사에 이끌려 배에 같이 타듯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대부분의 이야기책은 중심인물이 있게 마련이고 그 중심인물을 규정하기 위한 인물묘사도 있게 마련인데 이 이야기책에는 없다. 집단이 주인공이다. 따라서 책을 읽는 독자도 첫 도입부와 함께 슬쩍 배에 같이 타면 되는 거다. 굳이 찾자면 말더듬이 선원 한 명 일 수 있겠다. 그는 악천후 속에서도 조업하라는 감독에게 항의하러 가는 순간 말을 더듬기 시작했고 그 말더듬이 증세가 나은 것은 각기병을 앓다 죽은 동료 옆을 지키는 순간이었다. ‘항문 주변에는 똥이 말라 점토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뜨거운 물을 아까워하는 감독에 대항하며, 입관 전 목욕을 정중히 행했다. 그리고 모두를 향해,

 

나는 계속 고민하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야마다 군은 얼마나 죽기 싫었을까, 하고요. 아니, 진짜 이야기를 해 보자면 얼마나 죽임당하기 싫었을까 하고. 분명히 야마다 군은 살해당한 거다.” (120쪽)

 

말더듬이는 더는 말을 더듬지 않는다. 야마다를 위한 복수일까. 그들의 투쟁 선언일까. 이후부터 한 개인에서 이들은 우리가 된다. 능동적인 우리. 능동적인 집단으로 바뀐다.

 


 

러시아와 경계를 다투는 바다(캄차카). 선박이 아니여서 항해법도 통하지 않고 그렇다고 공장도 아니여서 공장법의 적용도 받지 않는 게 통조림 공장’. 이 만큼 좋은 조건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실상과 그들이 현실을 깨닫고 이를 극복해 가는 이야기이지만, 이들을 착취하는 감독을 통해 그 또한 하나의 쓸모에 지나지 않는 자본을 비춘다. 또 이 자본은 게공선을 비호는 정치를 끌어오고, 더 나아가 러시아 해안에서 일본 제국주의까지 끌어온다.

 

작품이 이야기로 끝이 나지 않고 후기가 있다. 다키지는 현실을 깨고 능동적인 집단선이 된 그 뒷얘기를 후기에 번호를 매겼는데 4번에 붙은 후기를 보면,

 

4. 그리고 조직투쟁 ㅡ 처음 안 이 위대한 경험을 가지고, 어부와 젊은 잡부들이 경찰 문을 나와서 다양한 노동층으로 각자 깊숙이 들어갔다는 것.

( 이 작품은 식민지에서의 자본주의 침입사의 한 페이지다. 1929. 3. 30. 154쪽)

 

그렇다. 프롤레타리아 문학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노골적이다. 다키지는 자신의 작품이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을 바랬다. 그래서 작품 속 곳곳에 그의 노동의식을 계몽하고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골때리는 글이 많다. 그 시대, 이 작품이 발표되자마자 여러 나라에 번역되며 퍼진 이유가 되겠다. 그러나 그 시대만이겠나. 갇혀서 무법천지였던 게잡이 공선의 노동자처럼 우리 시대 지금 또한 비정규직 양산과 더 양극화되는 불평등, 열악한 노동환경에서도 노동을 강요받는 상황은 비단 그 시대 일본만의 문제는 아닌 거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자본주의를 문제를 진단하고 반 자본주의의 외침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다

오늘도 게잡이 공선은 세계 곳곳에 있다.

 

전투력이 약해질 때쯤 한번 듣자. 찬송가 만큼이나 전세계로 옮겨진 곡이니.....

 <기립하시오. 이것이 인터내셔날이오!. 출처 너투브 인터내셔날가.wmv - YouTube>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2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삶의미소

    무학님의 리뷰로 이렇게 한 명의 시대를 앞서가고 약자를 위한 깊은 뜻을 가졌던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노동의 소중함과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무학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

    2021.04.09 09:14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무학

      그 시대 가혹한 노동을 강요받고도 생계를 걱정했던 시대였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그렇다 생각하는 주 40시간과 52시간의 최대 노동시간, 주차수당과 휴일 근무수당, 출산휴가, 고용보험 등등 이 노동의 가치와 권리를 위해 죽음으로 싸워왔던 분들이 아니였으면 지금 우리가 그나마 보장받고 있는 권리는 없었을 겁니다. 새삼 이 분들의 숭고함에 숙연해집니다. 미소님 덕분에 노래 올리기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ㅋㅋ

      2021.04.09 09:41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