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을 거울삼아
8권부터 시작한 읽기가 시대를 거꾸로 올라간다. 이번 5권은 효종과 숙종 시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사람들의 글을 만난다. “14명의 작품 61편을 통해 정치적 부침과 사회의 혼란상, 가치관의 난맥상 속에서 다양한 작가 층이 펼치는 풍성한 이론적 모색과 넓은 스펙트럼을 엿본다.”
허목, 김득신, 남용익, 남구만, 박세당, 김석주, 김창협, 김창흡, 홍세태, 이의현, 최창대, 이덕수, 이하곤, 신유한
5권에서 만났던 사람과 문장으로는 주목했던 사람은 미수 허목의 ‘사영자찬寫影自贊’과 김석주의 '의훈醫訓'이다. 옛글을 통해 오늘의 자신을 돌아본다는 의미가 새삼스럽게 다가온 두 글이기에 오랫동안 머물렀든 문장이다.
먼저, 미수 허목(許穆 1595~1682)이 23세 젊은 때를 그린 초상을 늙고 쇠잔한 때에 마주보는 감회을 담은 ‘사영자찬寫影自贊’은 자기의 초상화를 보고 쓴 글이다. 삶을 돌아본다는 것은 죽음에 임박한 때나 늘그막에 와서 기운 빠져 할 일이 없을 때나 하는 일이 아니다. 옛사람들의 글 속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스스로를 돌아보며 마음가짐을 다잡는 글이 많다. 모두 자기성찰에 중심을 두고 있다. 셀카가 일상인 시대다. 우리는 어느 시대보다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살필 수 있는 시대를 산다. 셀카를 찍으며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려는 모습들이 참 좋다. 혹, 이런 노력이 더해지면 뒷모습도 그만큼 아름다워진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이유로 늘 낯설기만 한 내 모습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까 보다.
다음은 김석주(1634~1684)의 '의훈醫訓'이라는 글의 일부다. 몇 달 동안 병을 앓고 난 이가 바짝 마른 자신을 본 주변 사람들의 염려하는 말을 하자 의원을 찾아가 해법을 묻는 이에게 의원이 들려준 이야기 형식의 글이다. 몸을 고치려갔다가 마음을 고치게 된 내력을 담았다.
글에서 언급한 네 가지 살찌는 이유 중 한가지도 해당하지 않은데 가을이라고 여기저기서 살찐다는 소리가 들린다. 우스갯소리로 들리기도 하지만 웃을 수만도 없는 이야기라 행간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 길게 인용한다. 거친 바람결이 옷깃을 파고든다. 한기를 느끼는 몸이 자꾸만 볕을 찾아가자고 조른다. 파아란 하늘빛에 볕까지 좋으니 저절로 마음에 살이 오르는 듯하다.
옛글에 담긴 옛사람들의 마음을 엿본다. 사는 시대가 다르지만 사람 사는 근본 바탕은 다르지 않기에 오늘을 사는 나를 비추는 거울로 삼고자 함이다. 옛사람의 옛글을 일부러 찾아고 읽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