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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 숲길

[도서] 토닥토닥, 숲길

박여진 글,백홍기 사진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숲, 그 특별함을 일상으로

지난 늦은 봄 이른 길을 재촉하여 안면도 솔숲을 찾았다. 제법 먼 길이었지만 이른 아침 솔숲 향기를 맡으며 그 숲에 핀 꽃을 보고자 함이었다. 아침 햇살이 채 숲으로 들기 전이라 느긋한 마음으로 솔숲을 걸으며 찾고자 하는 꽃의 위치와 분포 정도를 확인하는 동안 소나무 사이로 햇살이 들어오고 그 빛을 받은 꽃을 마음에 품듯이 카메라에 담았다. 숲에서 벗어나 만나는 가슴 후련하게 확 트인 서해바다는 덤으로 얻은 행복이었다.

 

이런 나들이는 눈 쌓인 이른 봄부터 서리 내리는 늦은 가을까지 꽃을 본다는 핑개로 산으로 들로 다닌다. 때론 높고 험한 산을 오르기도 하지만 대부분 숲길에서 머문다. 그러는 사이 꽃이 피고 지는 숲은 다정한 벗이 되었다.

 

'토닥토닥, 숲길'은 바로 이런 숲과 그 숲을 찾아가는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번역가 아내 박여진과 기자 남편 백홍기가 전국을 누비며 찾아낸 가장 걷기 좋은 아름다운 산책길 62곳을 소개한다.

 

오래된 시간의 흔적을 따라 걷는 강화 교동도에서 출발한 여정은 여운이 짙게 남는 신비한 숲 영월을 지나 흔적만 남은 성곽 아래 평화로운 공주를 거치고 늙은 느티나무를 따라 세월을 돌아보는 괴산에 머물다 발길 닿는 곳마다 삶이 반짝이는 바닷가 마을 남해 미조항, 천하마을, 물건마을, 노도에서 멈춘다. 북에서 남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 나선 길이지만 무리수는 두지 않는다.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어쩌다 한번 있을까 말까하는 년 중 행사처럼 치루는 거창한 나들이가 아니다. 그들이 여행길에서 만끽했던 모든 맛과 멋의 중심에서 주목한 것은 쉽고 일상적이며 반복된나들이에 있다. 큰 비용이나 거창한 준비가 없어도 되는 나들이, 그 중심에 걷기가 있고, 숲이 있고, 마을이 있으며, 사람이 있다. "일주일에 단 하루 운동화만 신고 떠나는 주말여행"이기에 가볍고 부담스럽지 않다. 뿐만 아니라 여행안내서 답게 현지의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정보가 담겨있다.

 

인근 큰 도시에서 이웃마을로 이사 온 부부와 길을 나섰다. 차로 10분이면 도착하는 그곳에는 임도가 나 있고 그 임도를 차로 오를 수 있고 산 중턱에 조그마한 암자가 있다. 암자 밑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임도를 따라 한적한 숲길을 걸었다. 암자의 유래와 지금은 사라진 비자나무를 이야기한다. 모퉁이를 몇 개 돌아서 만나는 반대편 산 아랫동네를 보며 자신이 이사 온 마을의 위치를 확인하며 이사 오길 잘했다며 환하게 웃는다. 숲길을 벗어나며 도시락 싸 들고 다시 찾자는 약속을 한다.

 

굳이 먼 길을 나서지 않아도 좋다는 이야기다. 이 책의 주인공들이 주말마다 길을 나서듯 가까운 곳을 반복적으로 찾아서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곳이 어디인가도 중요하지만 얼마만큼 자주 누리느냐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것이 '토닥토닥, 숲길'이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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