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현재 내가 대한 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행운의 감사를 드려야 하는가??
[집으로 가는 길]을 읽는 내내 그러한 생각 조차도 사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어떠한 이유로든 소수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내전이 일어나고 있는 나라들이 있다. 겉으로는 평화협정을 맺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이는 것이다. 내가 가진 행복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보이는 것만 믿고 싶고 보이는 것만 알았으면 하는 게 인간 심리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반드시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집으로 가는 길]은 시에라리온의 소년 이스마엘이 내전으로 겪은 일들을 생생하게 기록한 이야기다.
힙합을 좋아하는 이스마엘은 친형과 동네 또래와 함께 이웃마을인 마트루종으로 장기자랑을 하러 집을 나선다. 그런데 그것이 집과 식구들과의 마지막이 된 줄은 이스마엘과 그의 친구들 누구도 알지 못했다. 이스마엘의 삶이 한순간에 뒤바뀐 기막힌 현실이다.
그 후, 이스마엘과 친구들은 RUF반란군들을 피해 끝없이 이어지는 도망과 그 속에서 겪고 보게 될 잔인한 살육, 그리고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사실 이렇게 글로 쓰고 있다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이 책에서 이스마엘이 겪은 일들은 너무나도 잔인하고 인간이라면 상상하기 조차 힘든 아픔이다.
삶이 반란군을 피하기 위한 삶의 연속이었던 이스마엘에게 어느 날, 가족들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고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된다. 그런데, 너무나도 드라마틱한 현실이 이어진다. 얼마 안 가면 가족들이 있는 곳인 마을이 불길에 휩싸이게 되고 그 마을의 모든 민간인들은 반란군에 의해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이 일로 충격에 빠진 이스마엘은 자신이 더 이상 자신의 삶에서 주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정부군에 가담하게 되고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반란군과 맞서 싸우는 잔인한 소년병으로 변신하게 된다.
끔찍했다. 어린 소년들을 데려가서 총과 칼을 지급하고, 흰색 알약을 먹이면서 자신의 부모와 형제를 죽인 적들에게 복수하라고 일깨우는 어른들의 잔학성이 끔찍했다. 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낳게 한다는, 그래서 갈수록 그러한 내전은 아무런 대의명분도 없이 그저 살육이 최대의 관심과 목표가 되어가고 있는 전쟁터에서 이스마엘은 따스했던 인간성을 잃어가게 된다.
사람이 얼마나 끔찍하고 잔인하게 변할 수 있는지 이스마엘의 경험으로 생생하게 전해 들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이스마엘의 말처럼 '자신은 그저 운이 좋을 뿐이다.' 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와 닿는다.
쏟아지는 총탄 앞에서 옆에서 자신의 친구들이 죽어가는 데 이스마엘은 원망스럽게도 자신만 죽지 않고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에 가슴아파 한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살육 속에서 이스마엘이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죽음 이외에 또다른 무엇이 있을 수 있었겠는가??
다행히 평화를 대표하는 유니세프의 도움으로 이스마엘은 살육의 현장에서 구조되게 된다. 하지만, 그 소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전쟁으로 인해 몸과 마음에 받았던 상처의 흔적들이다. 마약 중독의 금단 현상과 정글에서 터득한 본능적 행동이 휴식센터에서의 적응기간에 너무나도 어려움으로 다가왔고, 뉴욕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지금도 아마 그 때에 받은 충격과 고통 속에서 완전히 헤어나지 못한 아픈 과거로 남아 있음을 이야기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유엔에서 이스마엘과 같이 내전으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던 소년들이 세상에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연설을 했지만, 겉으로만 보여지는 것이 평화일 뿐, 아직도 곳곳에는 이러한 소년병들이 늘어나고 죽어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디까지 어른들의 이러한 잔인한 행태를 보아야 하는가?
늘 권력자들은 모든 부를 손아귀에 쥐고 호화로운 삶을 살아가지만, 그러한 것을 가지지 못하고 탐한적인 없는 무고한 사람들끼리의 싸움과 죽음만 계속 되는 잔인한 현실은 오늘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게 가슴 아프다.
이스마엘의 생각처럼 전쟁이 종식되지 않은 한 그러한 꼬리의 끈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에 현실의 벽이 너무나 단단함이 답답하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손을 놓고 있는다면 그러한 답답하고 끔찍한 것들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지금 불행과 고통에서 헤매고 있을 많은 소년병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러한 사실들이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우리 나라의 아픈 과거의 역사를 떠올리면 금방 그것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한 사람의 힘은 미약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사랑을 보탠다면 그런 고통의 끈은 끝이 보일 것이라 믿는다.
너무나도 가슴아픈 감동을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