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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기둥

[도서] 소금 기둥

레오폴도 루고네스 저/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조구호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을 만나게 되면 언제나 내가 알지 못했던, 그래서 접해보기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게 된다.

'책 중의 책을 찾아서', 이번엔 스페인어권 문학의 가장 대표적인 작가인 레오폴도 루고네스의 환상소설로 나는 안내 받았다.

 

7편의 짧은 이야기는 기이한 환상의 체험을 보여주거나, 사랑에 대한 아픔을 노래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원숭이가 실은 말을 할 수 있지만, 어떠한 연유로 말하기가 싫어서 이제는 말하는 기능을 잊어버렸다고 생각하며 원숭이 (사실 침팬지)에게 말을 가르치기 시작하는 상인의 이야기 [이수르].

결국은 그의 바람대로 침팬지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을까? 삼 년간의 시간을 투자해 과연 그는 침팬지에게서 어떤 말을 들을 수 있었을까? 아니 들었다고 하지만, 그러한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있을까? 어디까지나 침팬지가 말을 할 수 있다는 그의 염원이 담기다 못해 광인이 되어간 그의 말을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어느 날,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하고 청명한 하늘에서 놋쇠비가 내려 마을을 온통 불바다로 만들어버리는 [불비]는 끔찍함 그 자체였다. 인간이 신에게 얼마나 노여움을 샀길래 신의 그러한 가혹함이 내려졌을까?  세상과 거의 소통을 하지 않고 책읽기, 정원 가꾸기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주인공이 어느 날, 어쨌든 청명한 하늘에서 불비가 내리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도시의 모든 것들이 끔찍한 페허로 변하는 상황을 보면서 그도 결국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다소 기이한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소금 기둥]의 이야기는 [불비]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갖게 할 정도로 마지막 부분이 같은 공간으로 연결되는 착각을 일으킨다.

[압데라의 말]은 우리가 기르는 가축이나, 애완 동물에게 가져야 되는 올바른 자세가 무엇인지 언뜻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다. 말(馬)을 너무나도 애지중지하게 생각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게 되고, 말의 오만한 태도도 너그럽게 보아넘기는 압데라의 주민들, 결국은 그러한 말에게 공격을 당하게 된다는 황당한 이야기다. 착한 모습에서 점점 잔인한 모습으로 변모해 가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글이다.

[설명이 불가능한 현상] 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어느 신사의 유체이탈의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 그가 가졌던 그에 대한 광인으로서의 생각이 어느덧 유체이탈을 하는 사람의 본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다. 읽으면서 누가 정상이고, 누가 광인인지 모를 정도로 헷갈리는 불가해한 이야기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프란체스카] 는 1283년 이탈리아에서 있었던 슬픈 사랑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불구자인 한 남자의 오만함이 한 쌍의 남녀를 비극적으로 끌어내리는 아주 슬픈 사랑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단테의 [신곡;지옥편]에서도 남녀의 슬픈 사랑을 노래한다고 한다. 왜 사랑의 고통을 지켜봤다가 최후의 순간이라고 여겨질 때 그들에게 잔인한 짓을 하는지, 몸만 가졌지 정신적인 사랑을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질투심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너무나 잔인하다.

마지막에 나오는 [줄리엣 같은 할머니]는 온통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영상이 가득 담긴 사랑이야기다. 한 평생을 노처녀로 늙어가는 고모인 올리비아 여사(70살), 그 옆에선 50을 바라보는 조카 에밀리오의 속내를 감추고 서로에게 예를 다해 대하는 두 사람간의 사랑이야기다. 어느밤, 달빛이 비치고 노래를 할 줄 아는 새 나이팅게일, 그러면서 그동안 서로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세월 속의 서로를 향한 사랑에 대한 마음을 드디어 과감하게 실현하려는 그 순간, 달빛이 비춰주는 세월의 흐름에 둘 중 한 사람이 깨닫게 되고 안타깝지만 그러한 속내는 부끄러운 감정으로 끝나게 된다. 이루어져도 안되지만, 이룰 수 없는 두 사람간의 사랑이 작가의 표현을 통해 아주 아름답고 훌륭하게 그려내고 있다. 

 

늘 환상으로의 세계에 발을 디디는 것은 설레임과 동시에 두려움도 갖게 만든다. 작가들이 그려내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상상의 세계는 가히 충격적이고, 그 안에서 함축되어 있는 문학적인 의미들을 감지하기도 벅차다. 그래서 보르헤스의 해석이 깃든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는 더없이 소중하고 값진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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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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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이수

    불비는 왠지 성경적인것도 같네요. 신은 왜 인간을 만들어 놓고 그런 끔찍한 벌을 주는지...
    이수르 이야기는 재미있을것 같아요. 원숭이에게 말을 가르치는 것, 재밌는 발상이네요.

    2012.09.16 20:44 댓글쓰기
    • munsun09

      저도 비슷한 생각을 가졌답니다...보르헤스의 바벨 도서관은 늘 새로움을 줘서 종종 읽는데,이해가 힘들 때도 있어서^^ 태풍 피해 없으시길 바래요...

      2012.09.16 20:55
  • 파란하늘

    리뷰를 찬찬히 읽어보니 일곱편의 이야기가 다 예사롭지가 않네요.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이 잘 발현된 이야기인것 같네요.

    2012.09.16 22:39 댓글쓰기
    • munsun09

      아무래도 보르헤스가 추천한 작품들이라 더욱 그러한 느낌으로 다가오지 싶네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제가 존경하고, 현대 모든 문학의 초석이 되는 작가라서 더욱 값진 시간이었답니다....

      2012.09.16 23:05
  • 나우시카

    전에도 이 시리즈의 책에 대한 서평을 쓰셨던 기억이 나네요. 열망이 자나쳐서 광기가 깃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서늘하기도 합니다.

    2012.09.16 22:49 댓글쓰기
    • munsun09

      ㅎㅎ 기억하고 계시네요. '미학 오디세이'를 읽으면서 보르헤스 문학이 다시금 나를 끌어당기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답니다.... 당분간 읽지 싶네요^^

      2012.09.16 23:06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