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가지 소외계층에 대한 불평등 문제를 대면할 때면 어김없이 느끼게 되는 감정. 답답함 그리고 불편함 또 불안함.
[벼랑에 선 사람들]은 온라인신문 '단비뉴스'에서 1년 반에 걸쳐서 기획하고 연재한 '가난한 한국인의 5대 불안'을 묶은 것이다. 대부분이 대학원생들로 이번 취재를 위해서 직접 생계 현장에 뛰어들어 체험을 통해 그들의 처한 상황들을 보다 세세하게 전해주고 있다. 또한, 그들이 처한 상황이 다른 누군가의 상황이 아닌, 바로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절박함도 묻어있다.
김대중 정부들이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를 도입하면서 우리나라 경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될 수밖에 없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지게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가난이 되물림 되는 현상이 더이상 낯설거나 남의 일이 아닌 내 곁에 어느덧 성큼 다가와 언제든지 손을 잡으라고 내밀고 있다.
이 책의 벼랑 끝에 서 있는 대한 민국 사람들은 자신이 무능해서 그러한 삶의 늪에 빠진 것이 아니라 병이 들어 직장을 잃게 되거나, 삶의 터전이었던 곳이 재개발이 되거나, 아들과 딸들을 대학을 보내는 등등으로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겪게 되면 누구든지 가난의 늪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늘 정부는 나라 살림을 할 예산을 책정할 땐, 가장 우선순위를 복지 정책에 쏟아 붓기 보다는 경제가 어렵다고 가장 먼저 복지 정책의 예산을 삭감하는 뒤로가는 정책을 하고 있다.
그래서 가난하고 돈 없고, 흔히 말하는 힘 없는 자들은 구석으로 더 구석으로 내몰리고, 마지막 삶의 희망마저 잃어 더 이상 받아 줄 곳이 없어 아슬하게 벼랑위에 서 있을 수밖에 없다.
혹자는 그들을 향해, "게을러서 그렇지 왜 일 할 때가 없냐고, 사채가 무서운 줄 모르고 썼냐고, 대학에서 공부 열심히 해서 장학금 받으면 될 것 아니냐고......" 묻고 질타한다.
그러한 질문을 하는 이들은 사회의 한 면만 보고 그들의 잣대를 들이대는 편협한 시각을 여전히 견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이 사회가 그렇게 내몰고 그들을 그러한 상황에 놓이게 만든 주범이라는 생각은 왜 하지 못하는 걸까??
자신의 삶의 잣대로만 세상을 보고 그게 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사회에선 골고루 발전해서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단지 희망사항이고 사치라는 생각까지 들게 된다.
가난해서 공부를 할 수 없는 사회, 학교를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는 사회, 내가 편히 발 뻗고 쉴 수 있는 작은 공간마저 잃어버린 사회, 제대로 된 대학 생활을 꿈꾸지만 엄청난 등록금으로 아르바이트로 대학생활을 대신하는 사회, 일 하면서도 늘 아이 걱정에 제대로 된 육아를 해 줄 수 없는 사회 등등 참으로 엉망이고 암담한 사회 모습들이다.
[벼랑에 선 사람들]을 기획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생들은 그러한 상황들에 대해 나름대로 진단도 해보고 선진국들이 어떻게 복지 정책을 펼치고 있고 어떠한 타개책이 있는지도 전문가들을 통해 제시해 주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지자체가 나서서 해결을 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내 놓은 여러가지 서민을 위해 정책이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정책 또한 여러가지 허점이 있고, 누구에게나 다 열린 정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또다시 그 속에선 엄연한 잣대와 문턱이 존재해 벼랑에 내 몰린 사람들이 구제를 위해 문을 두드리기엔 또다시 한계라는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가난한 사람들이 사회의 울타리에서 더 내몰리게 된다면, 가진 자들의 사회적 안전망은 힘을 잃어 가게 될 것이다. 요즘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더라고 현 상황들이 얼마나 심각하고 이대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 정책을 나몰라라 한다면 사회는 와해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정부에선 알았으면 한다.
이 책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대책과 선진국들의 복지 정책에 대해서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보고 우리 실정에 맞게 시행하는 것에 불편을 느끼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부자들만이 행복한 삶을 살고 미래를 꿈꾸는 사회가 아닌, 가난한 사람들이 좀 더 오늘을 행복하게 살고 미래의 희망을 꿈꾸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진정한 선진국으로의 진입이라고 생각한다. 가진 자들의 사회를 바라보는 올바른 행동과 정부의 제대로 된 정책만이 대한 민국이 가난해서 벼랑으로 내 몰린 사람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