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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변호사들

[도서] 노동자의 변호사들

민주노총 법률원,오준호 공저/최규석 글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슈츠' 라는 미국 드라마를 종종 보곤 하는데, 그 드라마를 볼 때마다 하나의 사건을 일사천리로 해결하는 깔끔한 변호사를 보며, 무릇 변호사라는 직업은 큰 차와 말끔한 슈츠를 소유한 사회의 기득권층으로 어느새 좁힐 수 없는 거리감를 가진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내게 있어 너무나도 먼 거리의 사람들로 분류해 버리는 습관이 자리 잡은 게 사실이다.

내가 가진 변호사라는 편견에 [노동자의 변호사들]은, 그야말로 내 생각이 편견 일색이라고 질타하고 있다.

과거도 그리고 현재에도 끝없이 이어지는 사측의 노동자들을 향한 부당한 해고와 거대 권력이 일삼고 있는 논리로 노동자들은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한 노동자들의 단체 행동을 보거나 사회로부터 가해지는 부당한 행위를 볼 때면, 안타깝고 하루빨리 해결되지 않은 것에 가슴 아파만 하고 있던 내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들의 권리를 되찾아 주고자 동분서주,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새삼스럽기까지 하다. 

왜 난 그들의 힘과 땀을 간과하고만 있었을까. 

어쩌면 변호사라는 직업이 주는 대단함과 노동자 편에서 투쟁하고 있는 변호사들에 대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노동자 편에서 힘이 되어 주고 있는 변호사를 소위 좌파 운운하면서 좋지 못한 시선으로 대하는 무리들의 입장이 더 컸던 것도 한 몫을 했을 듯하다.

 

하지만, 이 책을 접하면서 그러한 내 생각들이 너무나도 옳지 못하고 하나의 기우였음을 금세 깨달아 버렸다고 해야 할 정도로 그들의 삶의 목표와 방향은 뚜렷해 보였다.

대한 민국에서 일어났던 노동 관련 사건들을 하나하나 일목요연하게 보여 주고 있으면서, 그 사건들에 어떻게 대처하고 어떠한 법의 테두리에서 싸우고 결과를 이끌어 내는지를 자세히 들려주고 있어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노동 사건이 발생하면,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들은 사건의 사안에 따라 팀을 꾸리고, 바로 사건 현장으로 뛰어간다고 한다. 사건 발생 시점부터 현장에 바로 투입되지 않으면 법적인 시간적 차이로 사건 해결에 고심이 더 커질 수밖에 없고, 노동자들의 불안함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때로는 외부의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거나 같이 일을 진행하면서 노동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밤샘을 밥 먹듯이 하고, 부족한 인력으로 이곳 저곳을 몇몇의 변호사들이 뛰어 다닐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수임료가 높다거나 근사한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 언제나 거대한 힘 앞에서 낙담할 때도 있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들의 이직률 또한 높다고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변호사들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변호사들의 도움으로 노동자들이 다시 힘을 찾아간다는 희망이 그들을 붙잡아 놓는 무엇이 된다고 한다.

아무리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지만, 단지 사명감이나 보람만으로는 벅찬 일을 감당해 내기가 요원할 것이라는 게 내 솔직한 생각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들을 고단한 삶의 현장에서 버티게 하는지 책을 읽어가면서도 막연하게나마 느낄 뿐 온전히 그 기운을 전해 받기가 어려웠다.

이 책에 소개된  노동자를 대변하고 있는 변호사들은 이 사회의 존경의 대상 그 이상이었다.

직업이 줄 수 있는 큰 차와 큰 집을 포기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선 참으로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그것이 불법이 아닌 얼마든지 자신들의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임에도 포기하고 다른 이들의 삶의 희망을 되찾아 주는 힘든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할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선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 해고, 홍대 청소부 집단 해고, KTX 승무원과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 사건 등 모두 10여가지의 큰 사회 현안들을 다루고 있다. 막연히 사건이 이렇게 되어 저렇게 결말을 맺었다는 식이 아닌, 처음부터 사건이 어떻게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변호사와 노동자들은 어떻게 투쟁하며 법에 맞서 어떻게 대응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그 일이 이어지고 결말지어 졌는지를 보다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그래서 법이 주는 어려운 문제에 대해 조금은 쉽게 이해를 하면서 보다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해결되 듯 보이는 사건도 있고, 아직까지 요원해 보이는 사건도 있지만,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제 정규직 비정규직이냐, 학력이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노동자들의 사건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고용형태에 놓여 있는 그 누구라도 노동 문제에 있어선 예외일 수 없음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매체에서 내보내고 있는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통해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 아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그 이면의 일들까지 짚어갈 수 있는 태도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어제의 타인의 일들이 오늘의 자신의 일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오늘도 제대로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를 위해 애쓰고 있을 그들의 변호사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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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aphael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2013.05.28 02:43 댓글쓰기
  • 나우시카

    현장에서 오래 버텨낼 수 있는 힘이 무엇일까요? 한 번 뿐인 인생을 신념대로 살아내는 분들이 존경스럽네요.

    2013.05.28 07:10 댓글쓰기
    • munsun09

      저도 그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봐도 섣불리 답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반갑습니다..

      2013.05.28 12:32
  • 파란토끼13호

    저분들이 안계시면 그나마도 이나라의 노동문제는 후퇴될것입니다.

    2013.05.31 12:46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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