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내가 몰랐던 책을 발견하는 것만큼 기쁜 것도 없다.
이 책 [벚꽃의 비밀] 이 그러한 경우에 해당되고, 왜 진작에 제대로 고민해 보지 못했는지 자책하게도 되었다.
얼마 전에 한 TV 채널에서 봄이면 어김없이 우리에게 꽃 놀이를 선사하고 마치 꽃 놀이를 하지 못하면 뭔가 아쉬움 마저 들게 하는 벚꽃에 대한 비밀을 푸는 방송을 보게 되었다.
일명 '사쿠라' 라고 알고 있는 벚꽃이 사실은 일본을 대표하는 꽃이며, 지금 우리가 봄이면 탄성을 내뱉고 구경하는 벚꽃 나무가 대부분이 일본에서 기증한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36년 간의 일제 강점기를 통해 일본은 조선 전역에 벚꽃을 강제로 심게 했고, 특히 진해와 전군가도(전주와 군산을 잇는 도로로 일본에 호남평야의 쌀을 실어 나르는 역할을 담당함) 에 벚꽃을 심게 한 것이 그들의 군국주의를 조선인들에게 강요와 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술책이 숨어 있었다.
특히나 지금 봄이면 제일 크게 벚꽃 축제를 하는 진해에는 공교롭게도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군항제'가 지금은 그 뜻을 기리는 의미보다는 벚꽃 축제에 의미를 더 크게 두고 있어 많은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러한 벚꽃도 해방을 맞고 이승만 초대 대통령 시기에 일본인들에 대한 반감으로 대부분의 벚나무가 베어지고 무궁화 나무로 교체되는 듯보이다가 박정희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다시 벚나무로 심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전직 두 대통령의 벚꽃에 대한 생각과 태도 그것을 정책에 반영하는 행위자체가 사뭇 다르며, 그 속에 숨은 진정한 속 뜻 또한 벚꽃 속에 교묘히 가려진 부분을 읽으면서 상당히 흥미롭고 아이러니함 마저 들었다. 반일 감정을 정책에 이용한 정치인들의 태도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겠지만, 벚꽃에 대한 두 전직 대통령의 생각을 이 책을 통해 접하는 새삼스러움과 놀라움 그리고 역사에 대한 내 무지함을 생각케 했다.
더구나 과거 일본에서 벚나무 묘목을 기증하는 데 있어서 그들은 지난 36년 간의 조선 침략에 대한 미안함과 반성에서가 아닌 한.일 관계의 개선을 의미하는 행동이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그러한 행위 속에는 과거 그들의 조선을 향해 제국주의에 대한 회상과 그러한 영광의 날들을 잊지 못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그들의 뻔뻔스러움을 또다시 읽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과거의 그러한 뼈아픈 역사를 뒤로하고 여의도 국회에까지 일본인이 기증한 벚나무를 심어 오늘날에 벚꽃 구경을 너나없이 한다는 사실에 씁쓸함이 이는 것은 왜일까??
물론, 일제 강점기에 조선의 백성들은 고단한 삶을 잠시나마 잊고자 봄 밤에 벚꽃 구경을 했다는 기사를 통해서는 가슴이 짠~해지기도 했다. 정치인들의 무사안일함으로 언제나 고단하고 힘겨움을 겪게 되는 것은 백성들인데 그러한 백성들의 벚꽃 구경에 누가 항의를 하고 질타를 할 수 있겠는가.
다만, 지금의 벚꽃 구경을 축제로 여기기에 앞서 왜 그러한 역사가 생겨나고 우리가 감상하고 있는 벚꽃에 과연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는지를 제대로 한번쯤은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우리야말로 과거 아픈 역사를 잊지말고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일본인들의 망언과 과거 청산에 대한 무반성을 관심있게 계속 지켜보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벚꽃의 비밀] 에는 벚꽃에 숨겨진 의미 이외에도 일제 강점기에 벚꽃 구경에 얽혀 있는 비화나 일화 그리고 벚꽃이 일본인들에게는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도 설명되어 있다.
봄에 화려하게 피었다가 금방 시들어 버리는 벚꽃의 단명함을 과거 일본은 그들의 수많은 젊은 이들을 천황을 위해 그들의 목숨을 아낌없이 바치며 죽어가는 것을 미화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사실이 무섭기까지 했다. 그런 의미에서 [벚꽃의 비밀]은 과거 일제 강점기에 일본의 제국주의를 조선의 젊은이들에게까지 심어주려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정치적,군사적 의미가 숨겨져 있는 벚꽃에 대한 의미를 새삼 되새겨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