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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미술관

[도서] 벌거벗은 미술관

양정무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시선 너머, 미술 작품 뒤의 인간을 살펴 보게 해주는 서양 미술사 수업.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의 양정무 교수님의 새책, <벌거벗은 미술관>은 주제에 따라 다양한 각도에서 미술사를 살펴보며 사람들이 흔히 미술과 박물관에 대해 갖고 있는 고정 관념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미술 에세이'라는 부제가 있어서 처음에는 미술 작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한 글인가 하며 가볍게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는데, 4개의 큰 주제를 가지고 일관적이고 전문적으로 설명하는 글이라서 기대했던 것보다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즐거움이 무척 컸다. 강연을 바탕으로 쓰인 글이라 이해하기 쉽고 재밌으면서도 전문성이 느껴지는 탄탄한 교양 수업을 듣는 느낌이다. 양정무 교수님의 다른 책도 읽고 싶다. 깊이있는 책인데, 다소 자극적인 제목이 오히려 가벼운 미술 감상책처럼 느껴져서 살짝 아쉽다.

 

책은 모두 4장으로, 1장 고전은 없다, 2장 문명의 표정, 3장 반전의 박물관, 4장 미술과 팬데믹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흔히 서양 미술의 고전으로 여겨지는 고대 그리스 미술이 신화화되는 과정을 밝히며, 그 속에 담긴 서양과 백인 중심의 사고 방식과 위장된 자연주의, 이상적 미의 허상을 꼬집는다. 2장에서는 고대, 중세, 르네상스,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미술 작품에 드러난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며 시대적 배경을 함께 풀어나간다. 각 시대별로 '웃음'을 유쾌한 것으로 여기기도 하고, 경박하고 죄스러운 것으로 여기기도 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3장에서는 박물관과 미술관 뒤에는 제국주의와 약탈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4장은 흑사병과 스페인독감이라는 세계를 공황에 빠트린 감염병과 그 속에서 미술의 역할과 영향을 반추하며 현재 우리가 처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살펴본다.

 

전체적으로 새롭고 넓은 시각에서 미술 작품을 생각하는 기회가 되어 읽는 내내 집중하며 즐겁게 읽었다. 미술 작품뿐만 아니라 화가, 조각가의 삶이나 빙켈만의 글 솜씨, 올림픽 스포츠 경기, '뒤센 미소'와 '팬암 미소'같은 심리학 실험, 소설 <웃는 남자>, <장미의 이름>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재밌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의 글이 참 좋다. 교수님이 1~4장에서 '미술 작품을 볼 때 이런 부분은 그냥 넘어가지 말고 날카롭게 돌아봅시다'하시다가 강의를 마치실 때는 '그래도 미술에 대해, 예술가에 대해, 인간에 대해 너그럽게 여겨주세요'하며 부드럽게 설득하시는 모습이랄까. 어쩌면 예술가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우리가, 내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지금 힘든 시기를 겪고 있고, 때때로 실수를 한다. 하지만 그러니까 인간인 것이고, 인간이기 때문에 다시 일어나 걸어나갈 것이다.

 

우리는 위대한 예술만큼은 인간을 초월한 세계라고 믿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작이나 걸작은 실수와는 무관한 완벽한 작품이라고 믿는 겁니다. 고전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나 박물관 미술관 공간에 대한 신비화도 이러한 심리적 배경에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거듭해서 말씀드리지만 명작과 걸작의 세계도 인간적인 실수와 무관하지 않은 세계입니다. 결국 위대한 예술도 인간은 실수를 하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줄 뿐인데 이 때문에 명작에 대해 실망하기보다는, 도리어 명작을 통해 미술이 가진 인간적 매력에 한층 더 빠질 수도 있습니다.

261쪽

 

예술가들은 완벽함으로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이 겪는 일상적 번민을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점에서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완벽함과 위대함이 아니라 인간적인 고민과 그것에 대한 도전으로부터 옵니다.

264~265쪽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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