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내가 재미있게 읽은 이유 중 하나는 저자의 똑똑함과 재기발랄함 때문이었다. 동성애, 이성애 이런거 다 떠나서 한 인간으로서 저자는 매우 머리가 좋고, 매우 위트가 있으며, 매우 긍정적이고, 매우 실행력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무지한 제3자가 저자를 동성애의 프레임 속에 가둬놓고 그녀의 진가를 발견 못한다면 매우 큰 손해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저자가 속한 조직에서도 그녀의 성향을, 선택을 인정해준 것 아닐까. 사람을 먼저 알았고, 매력을 알았고 역량을 알았으니 그 후에 딸려오는 정체성 따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리라.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이 책은 라이프스타일의 다양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세상은 결혼을 원하지 않는 이성애자도 이상하게 쳐다본다.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과 살아도 으이그,하며 딱하게 본다. 20살 차이가 나는 배우자와 결혼을 한다고 해도 기겁하고,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 사람이랑 결혼한다고 해도 뜯어말릴 것이다. 불특정 다수의 이 모든 까다로운 비위를 맞추느니 그냥 조용히 내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백번 현명한 삶이 아닐까.
김규진 작가가 계속 책을 내주었으면 좋겠다. 꼭 동성애 투사(?)로서가 아니라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이 사회의 한 시민으로서 그녀가 갖고 있는 생각과 일상이 궁금하다. 관심작가 등록을 해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