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앗! 줄이다!] 어른을 긴장하게 만드는 그림 동화책
글그림_ 조원희
출판_ 웅진주니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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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줄이다.
그런데 웬 사람들.
처음 줄을 발견한 아저씨, 그 줄을 무조건 잡아 당긴다. 팽팽해 보인다.
그 다음 아주머니, 줄을 당기는 아저씨를 보며 뒤에서 무조건 따라 한다. 어라 정말 팽팽하다.
그 뒤에 등장한 멋진 근육맨 남자도, 그 뒤의 멋진 아가씨도...
모두가 말없이 이유없이 그 줄을 잡아 당긴다.
왜? 무엇 때문에? 줄은 당겨야 제맛이라서?
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그 장면을 보게 된 어린 꼬마.
어린 꼬마도 처음에는 그 뒤에서 줄을 잡아 당긴다. 그러다가 곧 심드렁,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그래서 바로 앞으로 나가서, 그 팽팽한 줄을 잡고 다양한 놀이를 한다. 줄타기, 줄넘기, 매달리기 등.
어, 그렇게 줄 놀이를 하면서 줄의 가운데를 지나니 그 반대편에서도 어른들이 줄을 잡아 당기고 있다. 저 반대편과 똑같은 모습과 표정과 몸짓으로.
그런데 왜 때문에??
그냥 다른 사람들이 잡아당기고 있기 때문에? 줄이라는 것은 팽팽하게 당겨야 하는 것이니까?
음. 그런데 어떡하지, 재미가 하나도 없는데?
왜 어른들은 저렇게 줄에 서서 줄을 당기면서 힘을 빼지? 그것도 엄청 심각한 모습으로?
음. 어떡하지. 그렇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 가방에 가위가 있었지.
"싹둑"
음 이렇게 줄이란 것은 양쪽에서 잡아야 재밌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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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가위로 줄을 싹둑! 자르는 순간, 나는 왜 이리 마음이 서늘해졌을까?
기성세대가 아닌, 아이들을 대변하는 어떤 세대들은, 어쩌면 이렇게 어른들의 불필요한 긴장, 불안, 질투, 경쟁심 등을 싹둑 잘라내 버리고 싶은 마음은 아닐까.
그것을 내가 알아채 버린 것일까.
가위가 참 무섭게 다가왔다.
가위...
어렸을 때. 고무줄 놀이 하던 시절에. 고무줄 놀이를 방해하기 위해 가위를 가지고 다니면서 '싹둑' 잘라 버리던 아이들이 있었는데.
그 시절 악동들의 장난기 가득한 가위질과 위 동화에서 행한 어린 아이가 행한 가위질의 차이는 무엇일까.
답을 못 찾겠다. 이러나 저러나. 가위질은 위험할 것 같으니까. 아무리 선한 결과를 가져온다 하더라도.
*
오늘 나는 이렇게 순수하지 못한, 동심을 파과하는 듯한 동화책 읽기를 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