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그림이 좋다.
그의 그림에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나무와 꽃이 살아 있어서다.
프랑스의 지베르니와 오랑주리미술관을 찾아가서
모네가 그렸던 그의 나무들이 담긴 책을 샀다.
그저 둘러 보기만 해도 평온해지는 그 나무들,
그 풍경들 속에서
나는 조금 쉬어갈 수 있었다.
「화가가 사랑한 나무들」 이란 이 책의 제목과 표지만 보고서도
나는 잠깐 쉴 수 있는 시간을 이 책이 제공해 줄거란 확신이 있었다.
사람들이 나무를 더욱 더 좋아하기만 한다면
이 세상을 뜨거운 공기대신
산소로 가득 채울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나는 나무를 좋아한다.
어린 시절에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속에 제제처럼
사람보다도 나무를 더 좋아했다.
나무가 가득한 세상에서 나는 나무와 같이 숨을 쉬고,
나무를 뜯어먹고 사는 채식동물이 되고 싶었다.
나무가 그려진 책을 펼쳐놓으면
한 겨울에 나는
초 봄의 나무속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다.
중국단풍인가.
세 갈래로 갈라진 잎들,
그 잎들은 가을이면 빠알갛게 물들어갈 것이다.
책에는 여러 화가들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다.
사실 몇 몇 화가들을 제외하고는
1800~2000년대 화가들이어서인지 익숙치 않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네 그루의 나무가 그려진 그림 속에는
가을의 바람이 붓질되어 있다.
휑하는 소리도 담겨 있다.
어느새 나뭇잎 한 장이 내 뺨을 스친다.
버드나무는 물을 좋아한다.
물에서 자라는 이 나무를 난 한 때
물가에서 크는 새가 변화한 나무이겠다는 상상을 했다.
그래서 봄이면 꽃을 피워내
그 자리에 깃털같은 하얀 솜털들을 퍼트리는 거라고.
나뭇잎의 시간이 그대로 담겨 있다.
어린 벌레들이 갉아먹고 첫 날개돋움을 했을,
햇빛이 너울너울 담겨 에너지가 되었을,
그 나뭇잎.
그저, 잠시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면
펼쳐보길.
화가가 사랑한 나무 그림을 통해
잠시 사랑할 수 있기를.
<이 글은 컬처블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