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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락모락

[도서] 모락모락

차홍 저/키미앤일이 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표지 그림을 먼저 들여다보면, 한 아이가 머리를 질끈 묶고 한 손에 곰인형을 든 채 서 있다. 뒷모습이라 어떤 표정으로 무엇을 하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웬지 어딘가를 응시하고 집중하는 듯도 하고 어딘가를 가려고 내딛는 발걸음의 시작인 듯도 하다. 파란색의 테두리 안에 파란 바지를 입고 있는 이 아이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표지를 한장 넘기면 나오는 빗. 금방 머리를 빗고 내려놓았는지 머리카락 몇 가닥이 빗에 껴있다. 사실 책을 처음 읽을 땐 대수롭지 않게 보고 한번에 쉭 넘겼던 장면이었는데, 책을 다 읽고 한번 더 책을 넘기며 유심히 보게 된 그림이다. 그래서 빗이 있었구나, 뒤늦게 깨달았다.
1에서 시작해 100으로 끝나는 글이다. 부제가 '우리들은 자라서'이므로 1세에서 100세까지로 짐작은 했다. 탄생에서 죽음까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보통의 글이라고 생각했다. 헌데 1을 읽으면서 뭔가 관점이 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가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뭐지? 했다. 2를 읽으며 드디어 등장한 '나'를 알아챘다. '아, 머리카락!' 지금껏 내가 읽었던 책들 중 머리카락의 목소리로 쓰여진 글이 있었던가 생각해봤다. 뭔가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보통 손톱 발톱, 머리카락은 주기적으로 잘라주는 우리의 몸의 일부이다. 다른 부분은 조금만 상처가 나도 며칠은 내내 신경을 써야 할 정도의 아픔을 느끼게 되는데, 이 부분들은 그렇지가 않다. 그런데다가 잘 자라기도해서 계속 잘라주지 않으면 불편하다(물론, 자른다는 것도 사람에 따른 선택이긴 하지만). 내 성격상 길게 자라게 놔두지 못해 손톱 발톱도 짧게 깎아야 하고, 지금의 헤어 스타일도 짧은 단발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한번도 머리가칵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 이 글을 읽으며 자꾸만 내 머리카락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것. 내 머리카락이 지금까지 나와 함께 생을 살아내며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어쩌면 이런 궁금증이 이 책을 엮게 만든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신기하고 기발하면서도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한편으로는 매번 잘려나가고, 물들고, 열받으며 시달렸을 머리카락이 끔찍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책을 다 읽고 뒤표지를 덮으며 뒤표지의 그림을 봤다. 머리는 회색빛에 '보들보들 봄꽃 가득한 실크 원피스'(90)를 입은 할머니의 모습이다. 머리를 동여맸던 그 아이가 '배춧잎처럼 보글보글'하게 변한 할머니가 되기까지의 한 생의 삶을 살아내는 이야기가, 짧지만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짧지만 긴 이야기 속에 나를 넣어놓고 생각해봤다. 과연 나는 어떤 이야기들로 나의 숫자를 채울 수 있을까.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앞으로의 나를 지켜보는 누군가의 시선에서 나는,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인 걸까. 나도 이 숫자들대로 잘 자라고 있을 것이고, 생각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을 것이고, 그 안에서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을 것이다. 아직도 그렇고 앞으로도. 나에게 있어서 100은 어떤 이야기들의 모음일지, 가만히 적어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덧-
모락모락은 '곱고 순조롭게 잘 자라는 모양'이란 뜻의 단어다. '연기나 냄새, 김 따위가 계속 조금씩 피어오르는 모양'이기도 하면서, '느낌이나 생각 따위가 마음속에서 계속 조금씩 일어나는 모양'을 나타낸다. 여러번 입으로 발음해 보고 속으로 되풀이해보게 된다. 모락모락. 참 예쁜 단어구나, 하면서.

문장들~
엄마의 손가락 사이로 머리카락이 스르륵스르륵 지나갈 때마다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것 같아.(3)
"자, 이렇게 하나하나 색들이 모두 담긴 게 검정이야. 멋지지? 너의 반짝이는 까만 머리색 같아."(7)
후드득, 앞머리가 잘려나갔지. 맙 소 사.(17)
결혼식을 끝내고 화장을 지우고 머리의 수많은 머리핀을 찾아 빼면서 너는 전쟁터에 다녀온 기분이 들었어.(32)
그동안 정말 바빴지. 학교를 알아보고, 준비물을 챙기고, 등굣길을 미리 다녀와보고, 옷을 사고, 미용실을 다녀오고.(41)
엄마다운 헤어, 그리고 아내다운 헤어가 뭔지 고민하고 있어. 그런 게 있기는 한 건지.(49)
앙상해 보이지만 아이처럼 수많은 생각이 흐르고 모든 걸 편안하게 사랑하고 있으니 말야.(98)

*출판사로부터 블라인드북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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