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도서]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저/김이선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당신 안에 있는 구멍은 무엇인가요?>

상처는 따끔하다. 순간식간에 일어나서 아프고 쓰라리게 만든다. 하지만 구멍은 아프지도, 쓰라리지도 않다. 그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깊숙하다. 그리고 가끔 그 구멍을 발견하지 못하면 발을 헛디뎌 암흑으로 빠지기 십상이다.

앤드류 포터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 수록된 단편소설들은 우리의 내면에 존재하는 구멍을 여러 시각으로 표현하였다. 그는 우리의 인생에서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 공허하고 불안정하고 정의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을 '구멍'이란 공간안에 담았다. 소설 속 인물들이 안고 살아가는 구멍을 보여줌으로써 독자 내면에 뚫려있는 구멍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수록작 중, '구멍'과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칭할만 하다. '구멍'에서는 어린시절, 동네에 있는 구멍에 화자(탈)의 친구가 빠져 죽는 사건을 현재의 탈이 회상하며 그가 갖고 있는 일종의 트라우마를 보여준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서는 화자(헤더)가 시간이 지나도 잊지 못하는 대학교수와의 정서적 교감을 그린다. 탈과 헤더는 자신이 안고 사는 기억과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지 못한다. 숨길수록 그들의 구멍은 더 아득해진다.

두 작품 모두 잊을 수 없는, 그것이 트라우마든 그리움이든, 감정과 기억을 보여준다. 우리의 내면에는 소설 속 이야기처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큰 구멍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끔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구멍이 뚫리기도 한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어느 순간 느껴지는 구멍. 무의식중에 있다가 의식으로 넘어오는 순간, 그것이 우리에게 안기는 불안정함과 잊고 싶지만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은 우리를 괴롭힌다.

상처는 아문다. 하지만 구멍은 혼자 매워지지 않는다. 구멍을 채우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자신의 구멍을 보여줄때, 혹은 구멍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가 안고 있는 구멍을 채워주진 않을까. 어떤 물질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구멍을 인정하고 타인과 나눌때 그 공간은 위로의 말들로 채워질 것이다.

인간은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나를 만들고, 미래의 기대가 오늘을 살아갈 원동력을 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기억이 모두 아름답지는 않다. 고백을 했다가 차인 기억일수도, 외모에 대한 지적일수도, 혹은 탈과 헤더와 같이 누군가의 죽음이나 상실일 수도 있다. 종종 우리는 가만히 있다가 기억의 구멍속으로 빠진다. 이것은 막을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구멍의 바닥을 채워서 더 빨리 빠져나올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앤드류 포터가 그리는 인물들의 구멍이 우리의 구멍과 맞닿길 바란다. 그들의 구멍으로 우리의 기억을, 우리의 기억이 타인의 구멍을 채워줄 수 있길. 사람과 사람 사이의 통로가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주길.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 이전글 이전글이 없습니다.
  • 다음글 다음글이 없습니다.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