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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읽어드립니다

[도서] 수학을 읽어드립니다

남호성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AI에 쓰이는 미래에 필수적인 함수, 미분, 행렬, 확률 등의 수학을 세상에서 가장 알기쉽게 설명한 책이자, 빛나는 미래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나침반이 될만한 한 교수님의 좌충우돌 인생기이다.

결론부터 말하라면 간만에 몇 안되는 인생책을 만나 행복하기 그지없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들내미가 수학을 배우기 시작한다면 이 책으로 시작할 것을 권할 것이다.

누가 되었든 간에 꼭 이 책은 필독서라 할 수 있을만큼 어떤 칭찬으로도 형언하기 어려운 책이다. 재미있어 보이는 표지와 흥미를 끄는 책 제목이 이 책으로 인도할만한 톡톡한 역할을 해내겠지만 그럼에도 이 책의 진가를 담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음은 책 말미의 에필로그에 나오는 문구이다.

“4차(산업혁명)가 사람을 닮은 기계를 만드는 시대라면 5차는 기계를 닮은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 문구를 읽고 ‘문과 출신이 수학의 진의에 다가서면 이렇게 아름다운 서술이 가능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책을 다 읽은 사람은 느끼겠지만 이 문구에는 조건부 확률을 기반으로 한 논리 전개가 들어있는 듯 하다.

“수학을 제대로 보고 아는 건 더 이상 의무가 아니라 권리다.” 이 문구 역시 수학을 제대로 고민한 문과 출신만 가능한 표현이 아닐까?

책의 5부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문과 출신 분이 수학의 경지에 오르면 수학을 이렇게 쉽게 표현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놀랄 수 밖에 없다. 또, 천재가 엄청난 노력을 하면 이런 전달력이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분야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뿐. 누구나 모르는 것에 대한 호기심은 존재한다. 문제는 유독 수학만큼은 모르는 영역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책에서 서술한대로 세상의 모든 것을 함수로 이해하고 조금 더 나아가 행렬로 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저 수학도 몰랐던 것의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그 호기심으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몰입하다보면 그 속에 숨은 신과 자연의 코드를 읽어나갈 수 있을텐데 말이다. 이 책은 수학을 그렇게 몰랐던, 궁금했던 것의 하나로 바꿔주는 마법을 부린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책의 절반은 교수님의 좌충우돌 인생기가 매우 솔직하게 담겨있다. 상아탑에서 내려오는 능력을 가지신 몇 안되는 교수님이다. 우리 시대에 필요한 교수님으로 이 리뷰를 읽으실리는 없겠지만 존경을 표하고 싶다.

뒷 부분의 절반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수학책이 등장한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나로써는 코사인 유사도와 벡터를 시작으로 조건부 확률, 딥러닝을 이렇게 짧은 분량으로 이렇게 쉽게 설명하는 책을 본 적이 없다. 새 시대의 수학 교육 방식이자 새로운 교과서로 채택되어도 손색이 없을만큼 훌륭한 책이다.


전반부 인생 도전기에는 진솔함이 묻어 있다. 영문학 석사 학위를 그만두고 코딩 학원에서 1년 간 학습한 내용과 스스로의 갈 길을 선택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일들. 삼성 SDS에 취업하여 퇴시한 일.

유학의 길을 떠나 예일대학교 해스킨스연구소에서 세계 최초의 조음 합성기 TADA를 만든 성과, 이후 모교의 영문과 교수가 된 일을 거쳐, 남즈(NAMZ) 연구소를 만들어 미디어 젠과의 연구 협력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에 진솔함이 묻어 있다.

신분의 변화가 있을때마다 그때의 심정 쉽지 않았던 퇴사(퇴학)의 길들의 디테일이 묻어 있음은 물론 2014년 스승의 날에 스스로에게 쓴 편지는 진솔함 그 자체이다.

책을 많이 읽어 온 나로써는 부끄러움 때문에라도 혹은 혹여라도 스스로의 이미지와 권위를 내려깍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진솔함을 왜곡한다는 것을 잘 느끼는 편이기에 진솔함을 좋은 책의 척도로 삼기도 한다.

KT 프로젝트에서 음성학을 연구한 본인의 실력이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응용력에 출중한 공학 출신의 전문가에게 “을”처럼 비춰지며 코딩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저자의 말에 많은 생각을 했다.

요즘 인공지능을 주도하는 데이터 과학자에게 필요한 소양은 업무도메인 + 수학 + IT의 결합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나로써는 IT 출신이기에 업무도메인을 기반으로 한 연구 능력의 부족에 갈증을 느낀다.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이 두려워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지만 언제고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자리를 박차고 새로운 여행을 떠난 저자의 도전에 많은 자극을 받았다.

학사 출신인 나의 연구 능력 부족에서 온 충격이 아마도 저자의 공학에 관한 충격과 흡사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또, 90년대에 코딩을 비교적 빠르게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저자가 시운을 제대로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떠 한편 당시 인터넷이 지금 처럼 활성화 된 시절이 아닌지라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음은 비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저자의 거침없는 도전정신과 노력이 공평한 조건을 성공에 유리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하고 많은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해스킨스 연구소에서 한 인도인 동료와 진정한 융합이 AI 시대 필요한 융합의 선구적 경험이었음에 부러움이 드는가 하면 내 자식이었어도 이렇게 가르칠 수 있냐고 되묻는 교수님으로써의 자세에 존경심이 생기기도 했다.

전반부를 요약하자면 가슴에 뜨거운 무언가가 있는 사람이 그리고 그것을 실천으로 표출하는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는 흔하지만 자주 잊는 진리임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특히 진로에 고민이 많은 (대)학생이라면 꼭 필독하기 바란다.


후반부에는 본격적으로 책 제목에 어울리는 수학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5부로 함수, 미분, 행렬, 확률 등 AI에 필수적인 수학을 다룬다.

어찌나 전달력과 가독성이 기가 막힌지 책을 전부 인용할 수는 없기에 가장 뇌리에 남아있는 몇가지 예시를 들고자 한다.

벡터가 단순히 숫자를 열거한 것이라는 표현을 시작으로 좌표에 점을 찍어 시각화하며 코사인 유사도를 언급하는데 코사인 유사도를 공식으로만 접한 나로써는 이렇게 쉬운 전달이 가능하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유사도를 유클리드 거리로 산정하거나 각도의 크기로 결정지을 수 있고 국어, 영어 2개 차원의 좌표 상에서 코사인 90도가 유사도가 0가 되고 반대로 동일한 벡터일 경우 유사도가 1이자 코사인 0각도를 이룬다는 사실을 너무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한 단계 한 단계 인공지능 - 딥러닝 - 으로 다가가는 스텝이 예술이다.

우리가 살면서 배탈이 나면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 생각하곤 한다.미분

위 그림처럼 각 음식량을 조절해보며 달걀을 1개 적게 먹었더니 설사가 줄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간단한 그림에 인공지능의 거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이런 예시를 만들어 낸 저자의 통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미분값을 영향력으로 표현한다. 달걀을 1개 줄였더니 응가의 묽기가 3이 줄었다. 입력의 변화량이 1인데, 출력의 변화량이 3이니 이 경우 미분값은 3이 된다. 즉, 미분값은 달걀이 설사에 미치는 영향력이다.

또, 위 그림으로 설사를 예측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달걀의 설사에 미치는 영향력이 1이 될 수 있고 나머지 음식들은 0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저마다 약간의 영향력을 가질수도 있을 것이다.

영향력

위 그림이 이를 표현한다. 물론 예제가 바뀐 그림이지만 수면시간, 운동시간 등을 국수, 달걀 등으로 생각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이를 조금 일반화하면 아래와 같은 그림이 된다.

일반화

이 a, b, c, .., h의 값을 구하는 것을 인공지능에서의 학습이라고 한다. 이는 우측 수식에서의 행렬 값이 되는데 이 행렬 값이 얼마나 정확하느냐에 따라 인공지능의 성능이 결정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경사하강법, 오차역전파법이라는 개념이 숨어있긴한데 용어만 등장하지 않았을 분 이들의 원리 또한 간접적으로 책에서 모두 언급하고 있다.

달걀의 개수와 다른 음식들의 개수를 조절하며 정확한 행렬을 구해나가는 과정 즉, 학습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며 여기에서 영향력에 해당하는 미분이 활용된다.

이러고 보면 세상의 모든 것은 함수이고 더 나아가면 행렬이 된다. 영화 매트릭스는 우리말로 행렬인데 세상이 매트릭스로 이뤄졌다는 것은 과언이 아닌 듯 하다. 이런데도 수학이 일상과 동떨어졌다는 대부분의 선입견이 맞다고 할 수 있을까?

또 하나 예를 들자면 베이즈 추론을 이렇게 알기 쉽게 서술하는 책은 처음 본다. 아래 그림은 주사위 2개를 던져 P(A=2), P(A=2,B=3), P(B=3|A=2)를 그림으로 구하는 장면이다.확률

이제 그림으로 보니 명확해진다. 값은 각각 6/36, 1/36, 1/6이 된다.

중요한 것은 이 세가지 확률값에 아래와 같은 관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반화된 조건부 확률을 거쳐 베이즈 추론을 유추해가는 과정이 예술이다. 공학 출신인 나로써는 이런 문과식 전달력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베이즈 추론

조건부 확률을 이해했다고 생각한 것은 일주일 남짓이었지만 이를 우도나 인과가 뒤집힌 사전 확률 개념으로 이해하는데 세달이 걸렸다. 간단한 수식이 전부인 줄 알고 수식으로 먼저 공부한 내 성과이다. 이마저도 안쓰다가 다시 쓰려면 개념이 혼동되어 재학습이 필요했다.

만약 이 책으로 시작했다면 조건부 확률을 10분만에 마스터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리뷰만으로는 설명의 한계가 있다. 이 책 값의 정가가 왜 1.6만원인지 모르겠지만 이 가격으로 수학에 대한 접근법의 패러다임을 180도 뒤집을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으면 한다.


책을 읽는 시간보다 리뷰를 작성하는데 걸린 시간이 더 길었던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교수님 다운 탁월한 전달력은 엄청나게 몰입하게 만들었고 읽는데 고작 1시간 남짓 걸린 것 같다. 반면 리뷰는 책의 진가를 퇴색시키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쏟았으나 역시 진가를 표현하기엔 역부족인 듯 하다.

다른 책은 몰라도 이 책만큼은 독자의 인생을 위해 꼭 필독할 것을 권하고 싶다. 단 한 권, 딱 한 시간에 수십 년 수학의 내공은 물론 수십 년 교수님의 인생 내공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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