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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

[eBook] 아무튼, 술

김혼비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온갖 세상의 잡다한 이야기, 인간, 동물, 물건 등 이 세상에 있을 법한 이야기나 상상이나 우주나 생사에 대한 것들이 모두 책으로 나와 있다고 하는데, 술이 빠지면 섭섭했다. 아무튼 술이라는 제목에서 술이라는 단어를 보고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식으로 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 책은 작가의 술에 대한 에피소드들에 관한 이야기다. 술 마시고 누구나 겪어봄직한 이야기들이 재미나게 그려지고 있다. 오직 맥주(어렸을때는 소주도 마셨으나,)만 마시는 나와는 달리 세상 모든 술들에 대해 애주가, 전문가답게 많은 것을 아니 놀랍다. 맥주도 마시는 것만 마시고 지겨워지면 그때 좀 바꾸고 그러는 나에게 살짝 뜬 기분은 많이 아는 게, 많이 마시는 게 자랑도 아닌데 뭘 그게 대단하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이 정도는 해야 술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잠시 해 본다. 술을 마시면서 풍부한 이야깃거리도 생기고 술자리에서 하하호호 떠들면서 혹은 아는 척 하면서 마셔라 부어라 하면 그 또한 재미난 경험이지 않을까 한다. 책 읽으면서 술과 함께 기억하던 일들이 하나하나 떠올라서 글로 남겨두려 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떠오른 게 있었다. 2000년 초반에 방영됐었던 시트콤 뉴논스톱이었다. 장나라가 술을 마시고 거리를 걸어가는데 갑자기 흰 사다리가 눈 앞에 떡하니 있는 것이었다. 장나라는 그걸 기어 올라간다. 근데 알고보니 횡단보도에 누워서 기워 올라가는 것처럼 행동했던 것이다. 이걸 보고 우와 어떻게 저런 식으로 주사를 부리지 하면서 저 장면을 생각한 작가에게 존경을 표했다. 이십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내 기억에 생생히 남은 장면인데 그렇게 인상깊을 수가 없었다. 당시에는 내가 술을 좋아하지도 않고 마시더라도 그리 많이 마시지 않은 시절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작년 초에 친구들끼리 시내에 모여서 유명 초밥집에서 초밥 시켜놓고 뭐 때문인지 모르게 맥주 한 병 시켜서 셋이 나눠마셨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그냥 시원한 한 잔의 물이자 음료수였다. 술을 잘 마시지도 못하는 후배가 한잔 비울 정도. 나중에 추억해보면 그 때 진짜 술 맛있었다고 얘기하는데 나도 그 때는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이게 내 기억에서 행복한 마지막 술자리가 되어 버렸다.

 

지금은 내 의지가 아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술을 마시지 않은지 위의 이후로 일년이 지났다. 더운 여름날, 쉬는 평온한 날, 땀 뻘뻘 흘리고 운동하고 돌아온 날 등 심심치 않게 집에서 맥주 한 캔 마시던 지난 날들이 문득 그리워진다. 특히, 새로운 맥주를 알게 된 때는 더욱 그렇다. 맛을 볼 수가 없으니 이거 어찌할 도리가 없다. 내가 맥주 맛을 전문가답게 구별하고 특별한 맛이 나서 그러는 건 아니고 술이 주는 알딸딸한 기분이 무척 즐거워서 마신다. 그냥 정신 좀 흐트러트리는 음료수라고 하지 않나. 이제 그런 소소한 즐거움이 사라져서 매우 애석하다.

 

붕어의 기억도 아닌데 좀 마셨다 싶은 날 다음에는 절대 술 안마신다 다짐하면서도, 몸이 좀 나아지면 오늘 술 한잔 어때 하는게 일상인 게 별반 다르지 않다. 혼술 이야기도 나오는데 혼술하면 집에서 TV보면서 마시는게 다인데, 작가는 혼술도 마다하지 않고 즐긴다. 그럼서 혼자 술 먹는 여자에 대한 주변의 시선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그렇지. 왜 여자 혼자 술마는게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나 또한 그렇다. 주변에서 여자 혼자 술 마셨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아마 들었다면 대단하다 한마디 했을 텐데, 글 보면서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럴까라는 인식의 전환이 왔다. 혼자 술 마시는데 여자, 남자 구분할 필요가 있나?

 

마음 맞는 사람끼리 술자리에서 왁자지껄 떠들던 모습이 그립다. 반주하던, 맥주 한 모금의 상쾌함이 아, 그립다. 초밥집에서 곁들여 마시던 맥주! 막걸리 집에서 삼합과 함께 들이붓고 화장실 들락거리면서 고양이들과 대화하던 그 때(어질어질한 상태에서 고양이가 있어서 화장실 다니면서 서로 알아먹지도 못하던 대화를 시도했었다.), 근무일 5일 내내 마셔보자 다짐하면서 결국은 성공 못하고 4일 만에 끝낸 술자리(이런 때도 있었나???). 아 그립다. 상황도 상황이지만 이제 나이 먹어가고 체력도 떨어지면서 그 시절의 활기가 남아 있나 의문이 든다. , 체력은 체력이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두고 보고 축하주 마실 날을 손꼽아 기다려 봐야지. 아무튼 술,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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