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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식의 언어

[도서] 우리 음식의 언어

한성우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외국 저자의 책을 읽으며 가끔 이 비슷한 작업을 우리나라에서도 하면 재미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댄 주래프스키의 『음식의 언어』를 읽으면서도 그랬다. 책은 재미 있었지만, 낯선 음식에 대해선 도무지 와 닿지 않아서, 익숙해진 음식에 대해서도 그 말의 어감까지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http://blog.yes24.com/document/8503915). 그래서 우리 음식에 대해서 쓴 책, 그것도 에 대해서 쓴 책은 어떨까 생각했었다. 방언 전문가인 한성우 교수도 그런 생각을 했었나 보다. 방언을 연구하다 보니 각지의 음식에 관한 말들을 모으게 되었었나 본데, 주래프스키의 책을 읽고는 우리 음식에 대해서 쓰게 되었다고 한다(머리말에 스스로 밝히고 있다).

 

먹는 일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일이므로 가장 원초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또한 그만큼 빈부의 차가 적게 나올 수도 있는 일이며(가능성을 말한다), 그래서 그것을 나타내는 말들은 익숙하고, 또 변형이 많이 될 수도 있다. 너무 자주 쓰다보니 원형을 알아볼 수 없는 경우도 많고, 조어(造語)의 원칙을 어기며 만들어지는 말도 많다. 아마도 우리 음식의 말들을 모으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런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음식을 나타내는 말의 기원을 순우리말에서 찾다가도, 혹은 한자말에서 왔을 수도 있고, 또 혹은 일본어에서 왔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말이 변형되는 과정에서 그 기원이 애매해지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이다. 한자말의 경우에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그 한자말을 우리 식대로 읽어 쓰기도 하지만, 때로는 중국어의 발음(그건 또 얼마나 많은가)에 기대어 쓰기도 했다. 그래도 대체로 앞뒤가 맞아떨어지면 괜찮은데 아무래도 이상한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우리 음식을 나타내는 말들이 정겹기는 이를 데 없다. 주래프스키의 책이 더 유명하다고 해도 이 책의 정다움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한성우 교수는 그렇게 어렵사리 말의 기원을 찾고, 뜻을 찾고, 또 요새 말의 쓰임새를 소개하면서 말이 얼마나 쉽게 변하지 않는지, 때로는 또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한자말이라고, 일본말이라고 그냥 배척하지 말자고 한다. 우리말로 들어와 굳건히 자리를 잡고, 뜻이 통하는 말을 굳이 저버리는 것은 결국은 우리말을 좁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는 듯 하다. 새로이 만들어지는 우리말 조어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만든 이들의 아이디어를 칭찬한다. 원래 보통 그런 식으로 우리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원칙은, 그냥 원칙일 따름이다. 만약 원칙을 따랐다면, ‘먹거리같은 말은 통용되지도 않았을 터다.

 

만 하루를 이 책을 읽으며, 온갖 먹거리를 다 경험했다. 밥에서, 밀가루며 보리, , 온갖 면 음식들, 찌개며, 탕들, 온갖 푸성귀에 여러 반찬들, 열매들, 그리고 군것질 거리들과 술과 음료들, 그리고 양념. 말들만 따라가면서도 때로는 입맛을 다시게 되고, 또 어떤 경우에 절로 배불러 오는 것을 느꼈다. 말이 나타내는 것이 그토록 많고, 실제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풍부한 우리말의 성찬을 다 기억할 수가 없다는 거다. 일부라도 기억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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