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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유전학 연구로 다시 쓰는 질병의 역사: 바이러스는 언제부터 인류를 공격했나?

출처: [BRIC Bio통신원] [바이오토픽] 유전학 연구로 다시 쓰는 질병의 역사: 바이러스는 언제부터 인류를 공격했나? (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19741 )


유전학 연구에서, 천연두를 비롯한 바이러스가 인류를 공격하기 시작한 시기는 지금껏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일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천연두의 사망일은 명백하다. 20세기에 3억 명 이상이 천연두로 목숨을 잃은 후 1978년에 마지막 희생자가 보고되었고, 그로부터 2년 후인 1980년 5월 8일 세계보건기구(WHO)는 "두창 바이러스(variola virus)─천연두를 초래하는 바이러스─는 박멸되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출생일(기원)은 지금껏 오리무중이었다. 이제 유전적 증거를 통해 '천연두가 맨 처음 인류를 공격하기 시작한 시기'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다.

수년간 고대인의 유해에서 바이러스의 DNA를 사냥한 끝에, 다국적 연구팀은 지난주 《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간이 천연두에 처음 걸린 시기는 기원후 600년이었다"라고 보고했다(참고 1). 또한 그들에 따르면, 천연두 바이러스가 인간들 사이에서 유행한 시기는 그보다 훨씬 이전─지금으로부터 최소한 1,700년 전, 그러니까 서로마 제국이 멸망할 즈음의 혼란한 시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유라시아 전역으로 이주한 시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이번 연구는 천연두의 기원에 대한 DNA 증거를 무려 1,000천 년이나 앞당겼다. 2016년 연구자들은 리투아니아의 미라에서 추출된 DNA를 이용해(참고 2), 천연두의 기원을 17세기로 추정한 적이 있었다. "우리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천연두는 그보다 1,000년 전인 바이킹 시대에 유럽에 꽤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었다"라고 연구팀의 일원인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의 마틴 시코라(진화유전학)는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고(古) DNA 분석」을 통해 역사의 상당부분이 다시 쓰여진 '심각한 감염병'은 천연두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 한 연구팀은 "홍역 바이러스─종전에는 9세기경 인간들 사이에서 처음 나타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가 기원전 6세기 소(牛)에서 인간으로 점프했다"고 보고했다(참고 3). 그들에 따르면, 홍역 바이러스는 (지금은 멸종한) 우역 바이러스(rinderpest virus)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시코라가 이끄는 연구팀은 2018년 "B형간염 바이러스가 5,000년 전 청동기시대 이후 인간을 감염시켜 왔다"고 보고했으며(참고 4), 2015년에는 페스트균(Yersinia pestis)이 초래하는 페스트(https://www.nature.com/news/bronze-age-skeletons-were-earliest-plague-victims-1.18633)도 청동기시대에 처음 시작되었다고 보고했다(참고 5).

그러나 모든 유전학 연구가 질병의 기원을 앞당긴 건 아니었다. 2014년 한 독일의 연구팀은 "결핵이 최소한 6,000년 전 인간을 감염시켰다(https://www.nature.com/news/seals-brought-tb-to-americas-1.15748)"고 보고했는데, 이 시기는 '70,000년 전 설(說)'은 말할 것도 없고, 정설이었던 '12,000년 설'보다도 한참 늦다(참고 6).

"이러한 발견들은 '질병이 인간집단에 영향을 미친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자들의 이해를 뒤흔들고 있다"고 블루밍스턴 소재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페스트의 역사를 연구하는 앤 카마이클은 말했다. "DNA 증거에 따르면 페스트나 B형간염과 같은 질병들은 선사시대의 대이동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천연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구이동이 질병을 새로운 지역으로 확신시켰는지' 아니면 '질병의 등장이 인간의 이동을 촉발했는지'는 고고학자·역사학자·유전학자들이 해결하고 싶어하는 의문이다."

또한, DNA 증거는 옛날 옛적 천연두의 병독성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예컨대 다국적팀의 이번 연구에 따르면, 바이킹들이 전파했던 (지금은 멸종한) 천연두 계통은 현대의 천연두 계통과 사뭇 다르다고 한다. "우리의 과제는, 유전학과 역사학·고고학을 통합하는 것이다"라고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교의 쇠렌 신드벡(고고학)은 말했다. "우리는 그런 사건들을 면밀히 검토하여 인간적 척도와 일치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다시 쓰는 데는, 좀 더 진일보한 고품질 연대결정이 필수적이다."

옛 병원균의 유전체

「고 DNA 혁명(ancient-DNA revolution)」이 일어나기 전, 연구자들은 골격?또는 그보다 드물지만 미라?에 의존하여 질병(예: 한센병, 매독)의 가시적 증거를 수집하고 전형적 징후를 포착한 다음, 역사적 기록과 크로스 체크해야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감염병들은 뼈에 가시적 표지를 남기지 않는다. 한편, 일부 질병의 연대에 대한 간접적 단서는 '인간의 방어적 변이(protective mutation)'의 시기와 지리적 분포를 추정함으로써 수집되었다. 예컨대 적혈구에 더피항원(Duffy antigen)이 결핍된 사람들은 말라리아 기생충(Plasmodium vivax)을 방어하는 혜택을 누린다.

연구자들은 1990년대 이후, 인간의 유해에서 병원체의 DNA 단편을 추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무수한 단편들을 읽을 수 있는 '차세대 DNA 시퀀서'?손상된 DNA를 수백 년 또는 수천 년 후 시퀀싱하는 데 유용하다?가 등장하자, 연구자들은 고(古)병원체의 전장유전체(entire genome)를 재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2011년, 과학자들은 (14세기에 수천 명의 흑사병 희생자들이 묻힌 런던의 한 묘지에서 발굴한 4개의 골격에서 수집된) 흑사병균(Y. pestis)의 유전체(https://www.nature.com/articles/478444a)를 사상 최초로 출판하는 개가를 올렸다(참고 7).

"요즘에는 옛 사람들의 유해에서 알려진 병원체를 검색하는 게 일상사가 되었다"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천연두를 연구하는 에스키 윌레슬루(진화유전학)는 말했다. 이번 연구는 첫 번째 밀레니엄 후기에 일어난 바이킹 이동(Viking diaspora)의 지도를 작성하기 위한 프로젝트(참고 8)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지만, 어쩌다 보니 초대형 분석으로 발전했다. 연구팀은 32,000년 전부터 150년 전 사이에 유라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에 살았던 1,867명의 사람들에게서 추출된 DNA를 분석했다. 그들은 그중 26명에게서 (현대의 천연두 바이러스와 유사한) 천연두 바이러스의 DNA를 발견하고, 그 사람들의 유해로 다시 돌아가 표적지향 포착(targeted capture)?실험실에서 합성된 DNA를 이용해, 뼈나 치아에서 그와 유사한 가닥을 찾아내는 기법?을 이용해 더 많은 천연두 바이러스 DNA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바위뼈(petrous bone)?귀에 가까운 두개골의 일부?에 집중했는데, 그 이유는 포유류의 뼈 중에서 가장 빽빽해서 DNA를 많이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원체는 치아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은데, 그 이유는 바위뼈보다 혈류가 많이 흐르기 때문이다"라고 윌레슬루는 말했다.)

26명 중 11명의 연대는 기원후 600~1050년으로 바이킹 시대와 겹치며, 오늘날의 스칸디나비아·러시아·영국에 거주했다. 한 명은 영국 옥스퍼드의 공동묘지에서 발굴되었으며, 1002년 성(聖)브라이스일 대학살(St Brice’s Day Massacre)?잉글랜드의 왕 에설레드 2세(Ethelred the Unready)가 데인 족(9-11세기에 영국에 침입한 북유럽 사람)으로 확인된 사람을 모조리 죽이라고 명령한 사건?때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4명의 바이킹 시대 사람들은, 연구자들이 두창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거의 완벽하게 재구성하는 데 충분한 바이러스 DNA를 제공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바이킹 시대의 사람들을 감염시킨 바이러스 계통은 19-20세기 바이러스 계통의 직계조상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것(바이킹 시대인을 감염시킨 천연두 바이러스)은 어느 시점에 멸종한 별도의 가문(진화적 계통)이며, 우리가 아는 범위에서 오늘날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시코라는 말했다.

연구팀은 분자시계 접근방법을 이용하여 그 가문들의 족보를 추적했다. 즉, 그들은 '바이킹 시대 가문'과 '현존하는 가문' 간의 차이를 측정한 다음. '유전적 차이가 축적되는 속도'를 이용하여 '두 가문이 분기(分岐)한 이후 경과한 시간'을 계산했다. 그 결과, 두 가문의 마지막 공통조상은 지금으로부터 약 1,700년 전 지구상에 존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인간이 최초로 천연두에 걸린 시기가 1,700년 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이번 연구에 참여한 베를린 샤리테 대학병원과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계산생물학자인 테리 존스는 말했다. "1,700년 전은 지금껏 수집된 다양한 바이러스들의 유합일(date of the coalescence)일 뿐이다." 물론 인간이 그보다 훨씬 이전에 천연두에 걸렸을 가능성은 낮다. "우리는 청동기시대·신석기시대·중석기시대(기원전 약 15000년~1200년)의 사람들을 충분히 살펴봤지만, 두창 바이러스를 발견하지 못했다. 따라서 천연두 바이러스가 3,000~4,000년 전 광범위하게 유행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윌레슬루는 말했다.

다른 연구자들은, 두창 바이러스가 1,700년 전보다 훨씬 전에 인간을 감염시켰을 거라고 추측해 왔다.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3,000여 년 전 천연두와 유사한 질병이 인간과 함께 있었으며, 심지어 기원전 12세기에 젊은 파라오 라메데스 5세(Rameses V)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라메세스 5세가 정말로 천연두에 걸렸었는지, 설사 그가 천연두에 걸렸더라도 사망했는지 여부를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신 DNA 증거는 그 의문을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현재 이집트에서 수행되고 있는 「이집트 왕실 미라의 DNA 분석 프로젝트」의 결과는 2022년에 발표될 예정이다.

천연두 연구에 관여하지 않은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결과를 인상 깊게 생각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우리가 완전히 간과했던 천연두 바이러스 계통이 존재했음을 증명했다"라고 투손 소재 애리조나 대학교의 마이클 워로비(진화생물학)는 말했다. 그러나 (2016년에 천연두 연구를 수행했던)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교의 헨드릭 포이나(고유전학)는 '바이킹 시대 가문'과 '현존하는 가문' 간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바이킹들이 앓았던 질병은, 우리가 알고 있는 천연두가 아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주장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예컨대 누적된 유전자불활성화(gene inactivation)가 바이러스의 병독성을 증가시킨 것으로 보인다. 100% 장담할 수는 없지만, '17세기 이전에 천연두가 유행했으며 그 증상이 경미했다'는 주장은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존스는 말했다.

질병의 역사 다시 쓰기

고(古)병원체(예: 페스트균, B형간염 바이러스, 천연두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들에서, 질병의 징후를 보이지 않는 유해에서 병원체를 탐지하는 게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이제 과학자들은 그들의 분석을 굳이 흑사병 구덩이(plague pit) 속의 유해에 국한시킬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는 '병원체가 고대세계에 미친 영향'을 더욱 포괄적으로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병원체 유전형(pathogen genotype)의 분포와 경시적(經時的) 변화과정은, 인류 조상들의 이동과정에 한 줄기 빛을 비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동유럽의 초원에서 유럽으로 이주한 얌나야 유목민의 치아 속에 보존된 페스트균(Y. pestis)은, 그 침입자들이 기원적 3500년 이후 페스트를 퍼뜨림으로써 신석기 농경사회의 몰락을 가속화시켰다는 이론을 낳았다. "그러나 그 이론은 아직 논란이 많은데, 그 이유는 '얌나야인이 유럽에 도착하기 1,000년 전 신석기시대의 몰락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고고학적 증거가 있기 때문이다"고 독일 마인츠 소재 라이프니츠 고고학연구소의 데틀레프 그로넨보른(고고학)은 말했다.

그러나 지금껏 시퀀싱된 고병원체의 전장유전체가 겨우 200개?각 병원체별로 겨우 몇 개씩?에 불과하므로(참고 9), 현재로서 계통발생학적 분석(phylo-genetic analysis)에서 도출된 결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현재의 팬데믹에서 수만 개의  SARS-CoV-2 유전체가 분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은 간혹 '바이러스의 확산경로'에 대해 잘못된 결론을 내리고 있다(참고 10).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샘플의 수가 더욱 적어지므로, 확대해석의 위험은 더욱 증가한다"고 포이나는 말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바이러스의 진화사를 이해하면 인간을 미래의 질병에서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바이러스가 진화하는 방향을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라고 이번 연구의 공저자인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의 라세 비너(바이러스학)는 말했다. "그러나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면, 변이의 가능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한편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천연두를 연구하는 안드레아 맥컬럼(역학)은 이렇게 말한다. "바이러스의 계통수를 작성하면, 현재 남아 있는 천연두 백신 재고가 관련된 오소폭스바이러스(orthopox virus)를 무찌르는 데 사용될 수 있는지를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한편 질병의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새로운 의문에 대답할 수 있음을 깨닫고 있다. 예컨대 2011년 Y. pestis가 흑사병을 초래했다(https://www.nature.com/articles/478444a)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14세기 유럽을 휩쓸었던  팬데믹의 원인을 둘러싼 논쟁이 종식되었다. 그리고 흑사병의 균주가 현대적인 Y. pestis와 매우 비슷했던 것으로 알려짐으로써, 역사가들은 새로운 의문을 제기하게 되었다. 그것은 "현대 이전의 흑사병이 현대의 흑사병보다 더 치명적이었던 이유가 뭘까?"이다. 동반질병(co-morbidity)과 생활방식(way of life)이 부분적인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그 대답은 아직 불분명하다. "그 의문을 해결하는 것은 유전학자의 일이 아니라 역사학자의 일인 듯하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69/6502/eaaw8977
2. https://doi.org/10.1016%2Fj.cub.2016.10.061
3. https://doi.org/10.1126%2Fscience.aba9411
4. https://doi.org/10.1038%2Fs41586-018-0097-z
5. https://doi.org/10.1016%2Fj.cell.2015.10.009
6. https://doi.org/10.1038%2Fnature13591
7. https://doi.org/10.1038%2Fnature10549
8. https://doi.org/10.1101/703405
9. https://doi.org/10.1038%2Fs41576-019-0119-1
10. https://doi.org/10.1101/2020.05.21.109322

※ 출처: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0-02083-0

출처: [BRIC Bio통신원] [바이오토픽] 유전학 연구로 다시 쓰는 질병의 역사: 바이러스는 언제부터 인류를 공격했나? (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197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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