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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네이처’가 ‘1년, 10명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올해 과학기술계에 많은 기여를 한 인물 10명을 선정해 공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대유행에 전 세계 국가를 지원하기 위해 앞장선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부터 유전자를 조작한 ‘GM모기’를 키우고 방사해 뎅기열 전파를 막은 과학자, 인종차별에 저항한 물리학자까지 올해의 과학기술 인물 10명을 소개한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베레나 모하웁트 ‘모자이크(MOSAiC)’ 프로젝트 보안 책임, 우루과이 바이러스학자 곤잘라 모라토리오(왼쪽부터 차례대로). 네이처 홈페이지 캡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세상에 보내는 경고
2017년 7월부터 WHO 사무총장을 맡았다. 올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의 코로나19 사태에 WHO가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지원금을 중단하겠는 정치적 압박을 가했지만, 그는 관용의 자세로 미국을 ‘관대한 친구’로 묘사하며 모든 나라에 봉사한다는 WHO의 가치를 유지했다. 또 WHO의 대유행 경고가 늦었다는 지적에 그는 “첫 번째 보고서를 받은 순간부터 충분히 크게 경고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월 WHO 탈퇴를 통보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이후 탈퇴를 취소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와의 ‘게임’을 끝내기 위해 모든 나라가 백신에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 베레나 모하웁트…북극 경호대
사상 최대 규모의 북극 국제공동연구 프로그램인 ‘모자이크(MOSAiC)’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의 안전을 책임진 그는 북극곰이 근처를 돌아다니고, 폭풍이 쇄빙선을 흔들고, 얼음이 갈라지는 상황에서 과학자들이 무사히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했다. 북극의 위험에서 과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짰고, 충돌하는 헬리콥터에서 탈출하는 법을 가르쳤다. 1년 가까이 오랜 기간 북극에서 생활하는 과학자들이 심리적으로 지치지 않도록 뜨개질 거리와 요가 매트도 챙겼다. 그는 북극의 추위를 가장 걱정했고, 연구 조사를 위해 얼음 위로 나가는 과학자들을 위해 보온병에 따뜻한 차나 핫초코를 담아 보냈다. 덕분에 동상에 걸린 사람은 한 명에 불과했다.
○ 곤잘라 모라토리오…코로나바이러스 사냥꾼
바이러스학자인 그는 우루과이의 유명인이다. 그는 코로나19 유행 당시 진단검사를 개발하고 방역을 위한 정부 프로그램을 설계하면서 우루과이가 남미에서 가장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응 국가가 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우루과이는 12월 10일 기준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87명에 불과해 세계에서도 가장 낮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그의 동료는 그를 ‘돈키호테’에 비유했다. 현재 우루과이는 하루에 5000명가량의 코로나19 진단을 하고 있고, 이 가운데 30%가 그가 개발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아디 우타리니 가자 마다대 연구원(왼쪽), 캐서린 얀센 화이자 백신 개발 최고 책임자. 네이처 홈페이지 캡처
○ 아디 우타리니…모기 사령관
다른 이들이 코로나19와 싸우는 동안 그는 모기와 싸웠다. 인도네시아는 올해에만 3월 8일 기준 열대성 질환인 뎅기열에 걸린 사람이 1만4716명으로 그중 94명이 사망했다. 인도네시아 가자 마다대 공중보건 연구원인 그는 모기에 윌바키아 세균을 집어넣고 방사해 뎅기열 환자 발생률을 77% 감소시켰다. 그는 “이 기술을 믿는다”며 “마침내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았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그의 남편은 올해 3월 코로나19로 사망했다.
○ 캐서린 얀센…백신 리더
글로벌 제약회사 화이자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총괄하며 4월 백신 테스트부터 11월 3상 임상시험 완료까지 단 210일 만에 인류 백신 개발 역사상 최초의 메신저RNA(mRNA) 백신을 내놓는 데 성공했다. 그는 화이자에 합류하기 전 이전 회사에서 탄저병과 천연두 백신을 개발했고, 폐렴구균 백신의 성능을 개선했으며 이렇게 나온 폐렴구균 백신인 ‘프리브나(Prevnar) 13’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백신이 됐다. 자궁경부암 백신인 가다실이 2위다. 그는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소식을 듣는 순간 눈물을 흘렸고 남편의 기쁨의 샴페인을 마셨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다시 자신의 업무를 시작했다.
장용젠 상하이공중보건클리닉센터 연구원, 챈다 프레스콧-와인스타인 미국 뉴햄프셔대 교수, 리 란주안 중국 저장대 교수(왼쪽부터 차례대로). 네이처 홈페이지 캡처
○ 장용젠…게놈 공유자
바이러스학자인 그는 며칠의 망설임 끝에 중국 우한에서 폐렴과 유사한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게놈을 온라인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상하이공중보건클리닉센터 소속인 그는 1월 3일 바이러스 시료를 받았고, 이날 중국 정부는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 공개 금지 명령을 내렸다. 40시간 철야 끝에 그는 바이러스가 사스(SARS·급성호흡기증후군)와 동일한 계열임을 알아내고 상하이 보건당국에 알렸다. 그리고 데이터를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운영하는 게놈 데이터센터인 NCBI에 업로드했다. 이후 그는 오랜 기간 공동연구를 한 호주 시드니대 바이러스 학자에게 게놈 정보의 공개를 허락하면서 결국 전 세계는 이 바이러스의 정체를 하루라도 더 빨리 알 수 있게 됐다.
○ 챈다 프레스콧-와인스타인…물리학에서 진정한 힘이란
암흑물질의 비밀을 찾는 우주학자인 동시에 과학과 사회에서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과학자. 뉴햄프셔대 물리학및천문학부 교수인 그는 미국의 이론 우주물리학 및 입자 이론에서 테뉴어(종신직)를 얻은 최초의 흑인 여성이기도 하다. 그는 올해 5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이 일어난 이후 6월 과학계에서 흑인을 배제하는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했다.
○ 리 란주안…봉쇄령 설계자
73세의 중국 저장대 감염병학자는 중국 우한시를 즉시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월 22일 중국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감염병이 지금처럼 퍼진다면 다른 지역도 통제할 수 없을 것이고 결국 중국의 경제와 사회는 심각한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인구 1100만 명의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일은 전례가 없었다. 그는 우한시에 머물며 코로나19 환자를 돌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할머니”라는 친근한 애칭으로 불렸다.
○ 저신다 아던…위기의 지도자
3월 14일 뉴질랜드 총리인 그는 중대한 결정을 발표했다. 당시 미국에서 불과 6명이 코로나19에 양성 반응을 보일 때였다. 하지만 그는 뉴질랜드에 도착한 모든 입국자는 2주간 자가격리를 하게 했고, 이후 그는 뉴질랜드의 전염병의 위기에서 보기 드문 성공 사례로 만들었다. 뉴질랜드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000명, 사망자는 25명 수준이다.
○ 앤서니 파우치…과학의 수호자
그의 얼굴로 야구 카드와 머리 장식 인형을 만들 만큼 열성적인 팬이 있는가 하면, 살해 협박에 시달리는 인물. 40년간 감염병 연구자로 헌신한 그는 코로나19 유행을 통해 미국의 감염병 전문가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그는 과학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대중과 소통했고, 대놓고 그를 비난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과학으로 대응했다. 12월에 80세가 된 그는 바이든 당선인의 요청으로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에 수석 의료고문으로 계속 활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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