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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의자

[도서] 기억의 의자

이지은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바이바 크레건리드의 의자의 배신에서 보듯이 현대의 삶은 의자와 떼어 놓을 수 없다. 거의 하루 종일 의자에서 생활하는 게 현대인의 삶이다. 그래서 무척이나 중요한 도구이지만, 그래서 어쩌면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물인지도 모른다. 용도에 비추어 보면 의자란 게 얼마나 다양할 게 싶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장식미술 전문가 이지은이 액자를 분석의 대상으로 택한 것 이상으로, 그 다음 사물로 의자를 택한 것은 의외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억의 의자는 그 의외성만큼이나 의자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바로 보여준다. 단지 의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과거의 의자를 통해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과거와 그 과거에서 이어진 현재의 이야기다.

 

기억의 의자는 근대 이전, 그러니까 18세기까지의 의자에 관한 이야기 다섯 편을 담고 있다. 물론 유럽의 의자 이야기다. 근대 이전이라는 의미는 산업화가 이뤄지기 전이라는 의미이며, 의자도 그런 조건에서 생산되고, 판매되고, 이용되었던 시기라는 얘기다. 그 얘기는 또한 의자가 갖는 의미가 오늘날과는 상당히 달랐다는 걸 의미한다.

 

우선 성당의 성직자들의 좌석인 스탈 아래의 엉덩이를 받치는 미제리코드의 조각들은 그냥 화려한 성당의 주요 조각이나 그림만으로는 알 수 없는 중세의 삶을 보여준다. 의자를 다루는 책에 과연 의자라고 볼 수 있는지,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는 미제리코드를 맨 처음 다루면서 사물을 통해서 과거를 읽는 이지은의 의도와 역량을 충분히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미제리코드를 통해 중세의 가리워졌던 모습을 알 수 있다면 그 다음 이야기 둘은 그야말로 완전히 다른 세계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루이 14세의 옥좌를 통해서 프랑스 궁정의 은공예를, 타부레라는 어쩌면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의자를 통해서는 당시 신분제 사회에서의 권력에 대한 갈망과 탐욕을 찾아내고 있다. 그리고 그 다음 두 이야기는 또 서로 대비를 이루면서 근대 이전에서 근대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여준다. , 루이 들라누아라는 장인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는 근대 이전의 의자 제작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토머스 치펀데일을 통해서는 산업화의 단초를 의자 제작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지은은 의자라는 사물을 매개로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 사물이 그 시대에 있었기에 그런 의미를 가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타부레 같은 경우에, 지금 보면 흔하디 흔한 모양의 하찮은 의자 종류이지만, 루이 14세 시대의 궁정에서는 그 의자의 의미가 권력과의 거리를 의미했다. , 사물의 가치는 그것 자체가 가진다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사람이 부여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보면 우리 주변의 사물들도 달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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