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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동반자, 미생물

[도서] 치명적 동반자, 미생물

도로시 크로퍼드 저/강병철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대학 1학년 때 과T의 문구는 더불어 사는 미생물이었다. 학교에서 그 문구는 꽤 화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중에 동아리에 들어갔을 때 선배들이나 동기들이 그 문구에 대해 물었다. 정확하게는 웃었다. 너희는 어떻게 미생물과 더불어 사냐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주 정확한 문구였다. 그 후로 약 20년이 지나고 Microbiome이 잘나가는 분야가 될 줄 우리는 몰랐지만 말이다. 우리는 정말 미생물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제목에서 동반자(companions)’가 바로 그런 의미다. 인류가 지구에 등장한 이래 미생물은 언제나 우리와 더불어 살아오고 있다. 아니 순서가 잘못되었다. 미생물은 원래 있었고, 인류가 등장하면서 우리는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미생물을 인식하게 된 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동반자로서가 아니라 우리의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로서다. 물론 레이우엔훅이 처음 미생물을 관찰했을 때 그저 신기한 존재로 기술하긴 했지만, 19세기 말에 이르러 파스퇴르와 코흐 등에 의해 정립된 세균 병인론은 질병에 대한 대응에서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냈다. 사실 확인된 미생물 100만 종 중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것은 1,415종에 불과하지만(46), 우리가 미생물을 인식하는 것은 주로 그 소수에 불과한 병원균에 대한 것이다.

 

불과 150년 밖에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인간은 그 미생물을 정복할 수 있을 것 같은 도구도 찾아냈고(백신과 항생제), 또 금세 그 도구가 무력화되는 상황도 맞닥뜨렸다. 미생물은 인간보다 훨씬 유연하고, 또 끈질기다는 것은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COVID-19도 그렇다. 코로나바이러스 자체는 흔하디 흔한(두번째로 흔하다) 감기바이러스의 일종이다. 그러나 SARS, MERS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사실 지금의 SARS-CoV-2(이제 정식 명칭이다)보다 더 치명도가 높았던 SARS는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고, 별로 신경도 쓰지 않던 지금의 바이러스가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바이러스의 특성상 끊임없이 변이가 나올 것이고, 우리가 그에 대해서 얼마나 면밀하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아직은 분명하지 않다. 항생제 내성은 또 어떤가? 1960년대 후반 감염질환에 대해 이제 감염질환에 대한 책은 덮어도 된다라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의 자신감은 이제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이 친구들을 이해해야만 한다.

 

COVID-19 팬데믹이 본격화한 이후로 세균과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의 역사에 대해 정말 많은 책들이 나오고 있다. 대체로 비슷비슷한 질환, 미생물들로 구성되고(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또 역사순으로 늘어놓는다. 이 책의 저자인 도로시 코로퍼드가 바이러스학자인만큼 바이러스 질환에 좀 더 비중으로 두고 있으면서, 세균에 대해서도 중요한 것은 빼놓지 않고 있다. 그런데 어떤 병원균(바이러스든 세균이든, 말라리아와 같은 원충이든)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최신의 연구를 인용하고 있다. 그런데 가장 큰 특징은 미생물과 인간의 상호 작용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감염질환을 묶으면서 그 기준을 그 질환이 유행하게 된 원인을 인류의 활동과 관련짓고 있다. 그래서 림프절 페스트와 천연두를 하나의 장으로 묶어서 소개하고 있는데, 이 장의 제목은 인구 증가, 쓰레기, 빈곤이다. ‘기근, 황폐가 제목인 장에서는 아일랜드 대기근을 일으킨 감자잎마름병(곰팡이가 원인), 발진티푸스(리케차가 원인), 장티푸스와 결핵(세균이 원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 특정 미생물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저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분명히 원인이 있다는 게 바로 저자의 관점인 셈이고, 나도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저자는 인두와 우두접종에서 비롯한 백신과 항생제를 통해 미생물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면서 이어 미생물이 반격을 하고 있다는 얘기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저자는 그런 미생물의 반격이 세계 많은 지역에서 여전한 빈곤과 너무나 간편해진 여행, 그리고 미생물의 특성(이를테면 항생제 내성)이 결합해서 규모를 달리해서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로 우리는 그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어쩔 수 없다. 우리는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되 좀 온건하게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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