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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타

[도서] 얄타

세르히 플로히 저/허승철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194523, 2차 세계대전이 연합국의 승리로 기울어가는 시점에 미국, 영국, 소련의 지도자, 이른바 3거두(Big Three)가 크림 반도의 얄타에 모였다. 막 미국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4선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프랭클린 루스벨트, 독일에 맞서 2차 세계 대전에서 영국을 이끈 원스턴 처칠, 그리고 잔혹한 독재자였지만 독일로부터 국가를 지켜낸 이오시프 스탈린, 이들은 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이며, 전쟁이 끝난 세계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에 대해 8일 동안 논의했다.

 

회담의 시간과 장소부터 보안에 부쳐졌던 얄타 회담은 정해진 시간도 없었고, 의제도 미리 정해져 있지 않았다(물론 상대방이 어떤 데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서로 거의 확실하게 짐작하고 있긴 했지만). 그들이 회담은 공식적인 모임과 비공식적인 모임을 번갈아가며 협력과 대립을 오갔다. 그들은 국가의 지도자였지만, 개인적인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하고, 혹은 숨겨가면서 협상했다. 그렇게 협상한 결과는 모두에게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였지만, 얄타 회담은 결국 전쟁이 끝나고 3년 후 냉전으로 이어지고야 말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련이 해체된 이후 새로운 문서들이 공개되면서 얄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 새로운 해석이 가능해졌다. 세르히 플로히(그는 체르노빌)의 저자이기도 하다)는 미국과 영국, 소련의 문서들과 그 회담에 참여했던 이들의 회고록, 일기 등을 종합해 얄타 회담을 재구성하고 있다.

 

우리는 얄타 회담을 한반도의 분단으로 이어진 결정적 계기가 된 회담으로 공부했고(포츠담 회담을 그것을 확정지었다). 또 병에 걸린 루스벨트를 스탈린이 주물럭거려 많은 이득을 챙긴 회담으로 쓰여진 것을 많이 읽었다. 하지만 세르히 플로히가 기록하고 있는 얄타 회담은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선 각자가 자신의 가장 중요한 이해 관계를 가지고 회담을 참여했다.

 

루스벨트는 UN 창설 문제와 소련의 대일 전쟁 참여가 가장 큰 관심거리였다. 처칠에게는 프랑스의 독일 점령 분할에의 참여와 폴란드에서의 정부 성격이 우선적으로 얻어내야 할 사안이었다. 그에 더하여 영국 식민지 문제를 덮는 것도 관건이었다. 스탈린은 루스벨트와 처칠의 그런 우선 사안들을 지렛대 삼아 소련의 이익을 극대화시킨다. UN에 참여하겠다고 하면서 추가 의석을 요구하였고, 일본과의 전쟁에 참여를 약속하며 사할린 점령과 만주에서의 권리를 얻어냈다. 영국에 대해서는 프랑스를 인정하면서도 폴란드 문제에 대해서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미 소련이 폴란드를 군사적으로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 처칠의 영국이 그리스에서 한 일을 묵인하면서 스탈린의 소련이 동유럽에서 할 일에 대해서도 묵인받기를 원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의중을 떠보고, 협력과 대립을 반복하면서 그들은 전쟁 이후의 세계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재편하고자 했다. 의외인 것은 처칠과 루스벨트의 사이가 협력이 위주이면서 부분적으로 대립한 것이 아니라(그렇게 해서 스탈린에 대적한 것이 아니라), 처칠과 루스벨트, 스탈린이 사안 사안마다 서로 우호적인 입장을 취한 경우가 달랐다는 점이다. 루스벨트는 스탈린에게 매력을 느끼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의 참모들도 지도자가 이끄는 대로 그대로 행동하고 말을 하지 않았던 것도 이 책은 그대로 보여준다(물론 소련은 그렇지 않았다).

 

세계는 얄타 회담에서 논의된 그대로 재편되지는 않았다. 루스벨트는 회담 2달 후 죽었고, 처칠은 포츠담 회담 중에 선거 결과가 발표되면서 수상 직에서 내려왔다. 동맹은 금방 깨졌고, 세계는 냉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많은 경우 지금까지) 얄타에서 그어진 국경선은 지금도 국경선으로 작용하고 있고, 그것이 여전히 갈등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얄타 회담을 통해서 동의를 받은 UN는 그 위상에 대한 회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기능하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얄타 회담의 영향권에서 살아오고 있었던 셈이다.

 

세르히 플로히는 내가 그 회담장 근방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듣고, 행동을 관찰하는 느낌이 들게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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