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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의 악마들

[도서] 실크로드의 악마들

피터 홉커크 저/김영종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1800년대 말과 1900년대 초반의 중앙아시아는 모래 속에 묻힌 유물을 찾아나선 이들로 북적였다. 한때는 도시였고, 사원이었던 곳들은 자연의 힘에 의해, 혹은 권력의 공백에 의해 타클라마칸 사막의 모래 속으로 묻혀버렸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져 있었다. 사막 속으로 들어간 이들은 그곳에 과거의 화려한 미술품이, 문서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건 분명 제국주의적 확장의 한 방편이었다.

 

피터 홉커크의 실크로드의 악마들는 바로 그 시기, 어떤 이들은 위대한 탐험가라 부르고, 어떤 이들은 파렴치한 약탈자라 부르는 이들의 모험담을 다룬다. 주로 여섯 명이다. 스웨덴의 스벤 헤딘, 영국의 오렐 스타인, 독일의 폰 르콕, 프랑스의 폴 펠리오, 미국의 랭던 워너(인디애나 존스 시리즈 주인공의 모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일본의 오타니 백작. 그들은 중국이 비로소 깨닫고 유물 반출을 적극적으로 막기 전까지 경쟁적으로 타클라마칸 사막에 걸친, 실크로드의 사라져버린 도시에 벽화들이며, 조상(彫像)이며, 문서들이며, 그 밖의 유물들을 마구잡이로 캐내고 자신들 나라의 박물관으로 실어날랐다.

 

제목에서부터 그들을 비록 악마들(원제, foreign devels)이라고 칭하고 있지만, 저자가 그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혹은 중앙아시아에서 그들을 그렇게 불렀다는 것이고, 어떤 의미로는 우리가 붉은 악마라고 부르는 의미에서 그렇게 칭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저자는 그들의 행위에 가치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벽화를 떼어내고, 문서를 갈취한 행위가 도덕적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는 지점에 이르면 바로 그에 대한 판단을 미뤄버린다. 그러니까 그들의 행위가 정당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고, ‘위대한모험에 대해서 집중하고, 그들이 어떻게 그렇게 위대한 일을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자는 것이다.

 

그들은 온갖 어려움 속에서 사라진 도시에 접근했고, 어떤 경우에는 별 전문성도 없이, 또 어떤 경우에는 매우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유물들을 수집했다. 그들이 수집해서 고국으로 보낸 유물은 많은 사람들(대중들을 포함해서)의 환호성을 자아냈고, 탐험가들은 존경을 받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했다. 그들은 그럴 자격이 있으며, 그러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이라 여겼다. 오히려 무지몽매한 현지들에 의해 파괴되는 것에서 구출해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저자도 미처 반출하지 못한 유물이 파괴되는 경우를 서술하며 그런 시각을 언뜻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전형적인 제국주의적 시각이다. 한반도의 발전이 일제의 점령이 없었으면 오히려 늦어졌을 거란 시각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그런 역사적 가정 자체가 부질없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자신들 행위의 부도덕성을 가리기 위한 논리이기도 하다.

 

탐험가들의 모험은 개별적으로 보자면 드라마틱하고 전율이 인다(그게 이 책의 가치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 같은 영화의 소재가 되었을까 싶다. 그들 스스로는 사명감에, 혹은 공명심에 그런 목숨을 건 모험을 했을지 모르지만, 그 행위의 정당함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 냉전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1980년에 초판이 쓰여졌고, 번역본의 텍스트도 1987년판인 책이라, 그 이후에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고, 연구 성과도 많이 축적되어 있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다룬 책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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