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질병의 지도

[도서] 질병의 지도

산드라 헴펠 저/김아림 역/한태희 감수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질환의 특징은 전파된다는 것이다. 질병의 원인을 모르던 시기에도 질병이 전파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검역(quarantine)이라는 것도 생겼다. 감염질환이 창궐하는 지역을 나타낸 지도는 그 질환이 전파된다는 사실을 잘 알려준다. 그렇다면 질문이 나온다. 감염질환이 전파된다는 것을 왜 중요한가? 그 사실 자체와 양상으로부터 감염질환에 대비해야 한다는 당위가 나오고, 또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궁리가 생기기 시작한다.

 

감염 역학의 시작도 그러했다. 존 스노가 콜레라가 집단 발병한 런던에서 물이 문제라는 것도 지도에 표시한 발병 패턴을 통해 알아냈다. 비록 그 역시 콜레라가 세균 때문에 생기는 질병이라는 것을 몰랐지만, 잘 표시된 지도는 무엇을 해야할 지를 알려줬다. 감염질환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지금도 그렇다. 아니 원인이 모르는 상황에서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제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은 바로 지도에 표시된 무언가이다(코로나-19도 그랬다).

 


 

산드라 헴펠의 질병의 지도는 그런 일반적인 사실을 잘 보여줄 뿐만 아니라, 각 질병의 양상까지도 간략하지만 할 수 있는 만큼 명쾌하게 보여준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이라고 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병의 지도는 이제 무엇을 밝혀야 하는지, 밝히기 위해서 어떤 접근법이 필요한지를 상당 부분 알려 준다. 문제는 그것을 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또 그만한 인력과 수단이 있는지 여부이다.

 


 

질병의 지도에서 여러 감염질환들이 역사에 어떻게 기록되었는지(매우 불확실한 경우가 많지만), 병원체를 어떻게 밝혀냈는지, 어떻게 치료하게 되었는지, 얼마만한 희생이 있었는지와 같은 다른 책에서도 읽을 수 있는 내용도 있지만,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질병의 전파 양상을 보여주는 지도와 각 감염질환이 어느 시기에 한 대륙이나, 국가, 지역에 어떻게 발명했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1897년 이후 일본에서 기록된 이질 환자 수라든가, 1916년 뉴욕에서의 소아마비 유행 상황, 2017년 마다가스카르에서 보고된 페스트 발생 건수 같은 그림들은 정말 다른 데서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감염질환을 나눈 기준이다. 4개의 장으로 나누고 있는데, ‘공기로 전파되다’, ‘물로 전파되다’, ‘곤충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다와 같이 전파의 매개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최근에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는 감염질환 관련 책들은 대체로 어떤 기준 없이 소개하거나, 연대 순으로 감염질환을 설명하거나, (좀 나은 경우) 세균이나 바이러스, 기생충 등 원인이 되는 매개체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취지대로 어떻게 전파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는 매개체가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겠지만, 지역 사회나, 국가, 세계 기구의 대처 방식은 전파의 방식이 더 중요할 것이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