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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의 역사

[도서] 지도의 역사

맬컴 스완스턴,알렉산더 스완스턴 저/유나영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원제는 지도 그리는 법(How to Draw a Map)”이고 번역된 책의 제목은 지도의 역사. 책에는 지도 그리는 법은 나오지 않는다. 최초의 지도에서부터 최신의 네비게이션까지 언급은 하지만 그렇다고 지도가 어떻게 변모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책도 아니다. (옮긴이가 쓰고 있듯이) “지도 제작자의 역사 산책이 이 책의 내용이다. 지도를 통해서 역사를 보고 있고, 때론 역사를 이야기하며 그것을 지도로 옮기고 있다.

 

맬컴 스완스턴는 지도 제작자다. 지도 중에서도 주제도가 그의 주 분야다. 그러니까 어떤 주제와 관련된 지도를 제작한다는 얘기인데, 그가 다룬 주제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역사다. 사실 이미 존재했던 것에서 지금 존재하는 것까지를 담으면 역사가 되는 것이니 주제도는 기본적으로 역사에 대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런 것을 감안하고도 그의 역사에 대한 식견이 대단히 높다. 예를 들자면 영국(혹은 잉글랜드, 혹은 그레이트 브리튼)에 관한 제국의 문제에 대한 그의 식견은 굉장히 폭이 넓으며, 또한 깊이도 있다. 그에 의하면 영국이라는 제국은 여러 차례 존재했다. 그는 앵글로 족이 영국에 정착했을 때(첫 번째), 크누트 대왕의 스칸디나비아 제국 또는 북해 제국의 한 영토로 존재했을 때(두 번째), 노르만족의 침공으로 인해 앙주 제국의 일부가 되었을 때(세 번째), 그리고 진짜 제국이라고 할 수 있는, 1583년 엘리자베스 1세 이후 발견과 탐험의 시대부터 1783년 미국 식민지를 잃었을 때까지(네 번째)를 지도와 함께 보여주고 있다(다섯 번째 제국은 아메리카에서 물러난 영국이 인도를 중심으로 식민제국을 건설했을 때이다. 20세기 중반이 이 제국은 몰락한다). 물론 가장 깊게 설명하는 것은 많은 역사가들이 대영제국의 시작이라고 하는 네 번째 제국의 상황, 그것도 미국 식민지의 모습이다. 그래서 사실은 영국에 대한 내용이라기보다는 미국 독립 이전과 독립 이후의 영토 분쟁(정확히는 주의 경계, 더 정확하게는 주를 지배하고 있던 가문들 사이의 분쟁)을 다룬다. 이런 게 역사에 관한 깊은 주제도라는 것을 보여주듯이.

 


 

20세기의 세계대전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다. 이미 그는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매우 자세한 아틀라스를 제작한 바가 있는데, 그것을 여기서 다 소개할 수 없기에 딱 네 장면만을 보여준다. 19407월의 독일군의 영국 공습, 1941년 독일의 소련 침공 작전이 바르바로사 작전, 1942년 태평양 미드웨이 제도에 벌어진 해전, 그리고 1944년 연합군의 프랑스 상륙 작전인 오버로드 작전’. 이 네 전투를 한 장면의 지도로 보여주고 있는데, 사실은 지도 자체만을 보면 도대체 어떻게 전개된 전투인지 알 수 없지만 저자의 설명을 통해서 보면 지도가 얼마나 유요한 도구인지를 알 수 있다. 또한 역시 저자가 이 세계대전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는지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그런 자세한 지도가 아니다. 아주 오래전의 지도들이다. 그 지도들은 지구의 모습을 매우 간략하기 나타냈고(실은 매우 화려했던 것도 있지만), 상당히 잘못된 것도 있었다(그게 그 당시 사람들의 세계 인식이었다). 그런데 그 지도들은 지금의 지도와 달리 항상 북쪽이 위쪽을 향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마파 문디(Mappa Mundi) 중 이른바 ‘T-O 지도라고 하는 것과 그것을 이어받은 지도들은 대부분 동쪽이 위쪽에 있었다. 또한 10세기 경 알 마수다의 지도나 12세기의 알 이드리시의 지도는 남쪽이 위쪽에 위치했다. 그러던 것이 어느 시기 이후 방향이 고정되어 버린 것이다(최근에는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제작한 지도는 남쪽을 위쪽에 두기도 하지만). 이것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한 인식이 언제나 고정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인식이 언젠가는 또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스완스턴 부자(이 책은 맬컴과 알렉산더 스완스턴 부자가 저자다. 아들 알렉산더는 역시 지도 제작자이다)의 이 책은 새로운 것을 많이 알려주지만 다소 밋밋하단 느낌이 든다. 한참을 읽다 든 느낌인데 왜 그럴까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이 책에는 평가가 없다. 이를테면 콜럼버스의 발견이 가져온 영향이나 마젤란의 세계일주(정작 세계일주를 완성시킨 건 그가 아니었지만), 쿡 선장의 항해 등을 글로만 설명하는 것보다 지도를 통해(물론 글과 함께) 더욱 잘 보여주지만 그런 역사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는 깊게 들어가지 않는다. 역사를 평가하는 역사가가 아니라 역사를 지도로 보여주는 지도 제작자라는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한 것이다. 그게 좋은 것인지, 좋지 않은 것인지는 읽는 사람마다 달리 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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