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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와이너가 역사적으로 천재가 무더기로 쏟아진 도시를 탐구하는 프로젝트에서 아테네를 맨 처음 방문한 것은 당연하다. 아테네는 인류가 기억하는 한 가장 오래된 천재들의 도시이고, 가장 영향력이 큰 도시이며, 또 가장 압도적인 천재들의 도시이다. 그는 어째서 아테네가 그런 천재들을 잉태하며 황금기를 구가했는지를 여러 가지 가설을 떠올린다. 그것들은(이를테면, 척박한 자연 환경, 서로 분리되어 있는 도시 국가, 걷기 좋은 환경, 포도주 등등) 어떤 면에서 타당하다. 그러나 바로 그렇게 타당하다는 점에서 기각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게 아테네에만 존재하지도 않았고, 과거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며, 천재와의 관련성을 입증하기도 힘든 것이므로).

 

그렇게 여러 가지 가설들을 제거하다 그가 결국 다다른 지점이 있다. 바로 개방성이다.

 

아테네는 세계 최초의 국제도시였다. 조선술과 항해술의 달인이었던 아테네인들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너머까지 항해하여, 상상할 수 있는 온갖 물건을 가져왔다. 이런 물건에는 밀항자가 숨어 있었으니, 바로 아이디어였다.” (90)

 

이렇게 얘기하면 별로 와닿지 않는다. 에릭 와이너답지도 않다. 그는 아테네인들의 창조성이 그렇게 고상한 차원은 아니었다고 쓴다.

 

그리스인들은 외국의 아이디어를 기꺼이 빌렸다’. 관점에 따라서는 훔쳤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 고대 그리스인들은 스스로 발명한 게 별로 없다. 그들은 사실 지독한 거지였다. 페니키아인에게는 알파벳을, 이집트인에게는 의약과 조각을, 바빌로니아인에게는 수학을, 수메르인에게는 문학을 빌렸다. 그들은 지적 도둑질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아테네인들은 온갖 잘못을 저질렀지만(노예제와 여성에 대한 처우를 보라) ‘우리가 발명하지 않았어콤플렉스는 없었다. 그들은 괴테 말마따나 자신이 표절했음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무의식적인 자만임을 알고 있었다.”

 

고대 아테네인들은 자신들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발명 콤플렉스에 빠지지 않았고, 자신들의 것보다 우수한 것이라면 기꺼이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자기 것으로 만들었을 때 창의적인 것이 되었다. 창의적이라는 말도 없던 시대였다.

 

 

천재의 지도

에릭 와이너 저/노승영 역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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