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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지도

[도서] 천재의 지도

에릭 와이너 저/노승영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찰스 다윈의 사촌이자 누가 보더라도 천재였던 프랜시스 골턴은 우생학(eugenics)’을 만들었다. 우생학의 생각이야 오래전부터 있어 왔겠으나 천재의 유전을 과학적으로증명했다고 한 이는 그가 처음이었다. ‘본성과 양육(Nature vs. Nuture)’라는 라임이 딱 맞는 말을 만들어내기도 한 그는 천재는 유전된다고 굳게 믿었다. 사실 그로부터 천재는 태어나는가, 길러지는가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었다고 봐야 하는데, 이후 매트 리들리라는 뛰어난 과학저술가는 본성과 양육이라는 제목의 책을 냈는데, 이 책의 원제는 “Nature via Nuture”, 양육을 통한 본성이었다.

 

지금은 천재가 유전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고 적어도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부분적으로 유전이 작용하고는 있겠지만). 그렇다면 천재는 어떤 환경에서 나타나는가? 천재, 또는 창조적 인물의 탄생이 무작위적인 것이라면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게, 어느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도시에서 천재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는 점이다. 통계 분석은 하지 않았지만 언뜻 봐서도 이는 유의미(significant)’하다. 에릭 와이너는 그래서 바로 그 천재의 도시로 여행을 떠난다.

 

그가 꼽은 천재의 도시는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고대 아테네,

중국 송대의 항저우,

르네상스 시기의 피렌체,

17, 8세기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19세기 말 20세기 초반 인도의 콜카타,

모차르트를 비롯한 수많은 천재 음악가를 낳았다가 다시 20세기 초반 실질적인 근대의 시작을 열어젖힌 오스트리아 빈(그래서 빈은 두 개의 장에 걸쳐 있다),

그리고 현대의 실리콘밸리.

 

그는 도시를 방문한다. 도시를 방문하여 그 도시에서 천재들을 배양한 토양에 대해 설명해 줄 사람을 찾고, 천재들이 오갔을 거리를 거닐고, 앉아 생각을 다듬었을 바위나 의자에 앉아본다. 그리고 여러 가지 가설들을 떠올리고, 또 기각하기도 한다. 그 도시가 천재가 쏟아져 나올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많은 설명들은 사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면서, 또한 그래서 반박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교육이 그렇다. 교육과 창의성과의 연관성은 이미 그렇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천재는 없을 테지만, 무조건 교육을 많이 받았다고 천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에릭 와이너는 천재란 어떤 특성을 지니는지, 창의성이 어떤 조건에서 나타나는지, 그리고 그런 창의적 천재를 도시들은 어떻게 억누르지 않았는지를 조곤조곤 따져간다. 도시들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고, 도시만의 특징도 있었다. 도시들은 축복받은 자원을 갖고 있지 않았다. 척박한 환경은 그것을 극복하고자 창의적 노력을 촉발할 수 있었다. 척박한 환경은 어느 곳이나, 어느 시대나 있었기에 꼭 그 도시에서 창의적 생각이 분출될 필연적 이유는 되지 않지만 적어도 필요 조건쯤은 된다.

 

그런 도시들은 또한 여러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 얘기하는 것의 주제를 한정 짓지도 않았다. 그 과정에서 온갖 생각들이 분출되고, 교류되도록 했다. 또한 남의 것을 받아들이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 인도의 콜카타는 서구(영국)의 침략이 없었으면 그런 도시가 되지 못했겠지만, 서구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으며, 거기에 그치지 않고 완벽하게 인도화하였다. 천재와 천재의 도시는 절대 과거에 머무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과거를 부정하지도 않았다.

 

그 결과 그가 다다른 천재를 길러낸 도시, 창조적 장소(게니우스 로키, genius loci)의 특징은 3D. 무질서(disorder), 다양성(diversity), 감식안(discernment). 기존 상황에 균열을 내기 위해서, 시도해 볼 점의 개수와 종류를 늘리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들 중에서 가치 있는 것을 골라내기 위해서, 3D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또 있다. 아테네에서부터 빈까지(실리콘밸리는 현재진행형이니까), 천재들을 길러낸 도시의 전성기가 고작 몇 십 년, 길어야 백 년을 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현재는 그와 같은 창조적 에너지를 분출시키지 못하고 있다. 단지 도시의 융성과 쇠퇴에는 사이클이 있다는 식으로 볼 수는 없다. 그 도시들은 지금도 여지 없이 도시로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그 도시들을 지금 천재의 도시라고는 하지 않는다. 도시야말로 천재를 길러내는 토양이 된다고 하지만(관계의 양과 복잡함으로), 그게 언제나 그렇다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많은 도시들이 의도적으로 실리콘밸리를 흉내내려 하였고, 지금도 그렇지만 거의 실패하지 않았는가. 천재는, 창조성은 공식으로는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사실은 에릭 와이너가 꼽은 몇 가지 특성 역시 창조적 생각을 넘쳐나게 하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의식하지 말아야 할지 모른다. 의도가 들어가는 순간 경직화의 길로 접어들 테니 말이다.

 

우리의 도시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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