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푸스’라는 말은 ‘연기가 자욱한 또는 흐릿한’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티포스(typhos)에서 유래된 것으로 감염된 환자의 정신 상태를 나타낸다.”
- A. 폰 히펠, 《화려한 화학의 시대》 (118쪽)
티푸스(여기서 말하는 건 발진티푸스다)는 매독만큼이나 별명이 많은 병이다. 매독이 싫어하는 나라명을 병명으로 삼았다면 티푸스는 이 질병이 자주 나타나는 장소가 병명이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감옥열’이었다.
“과거에는 붐비는 감옥에서 흔히 발생했기 때문에 티푸스를 ‘감옥열’이라고 불렀다.”
사소한 범죄도 사형으로 다스리던 수백 년 영국에서 올가미에 의한 죽음보다 티푸스에 의해 죽는 죄수가 더 많았다고 한다. 이 밖에도 전쟁 중에 많이 발생해서 ‘전쟁열’, 기근의 와중에 많이 발생해서 ‘기근열’이라고도 했다.
그 밖에도 티푸스에는 ‘아일랜드열’, ‘캠프열’, ‘선박열’, ‘병원열’과 같은 별명이 달렸다. 보면 알 수 있지만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그것도 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유행했다는 얘기다.
이 티푸스가 이(louse)에 의해 매개된다는 것을 알아낸 이는 프랑스의 샤를-쥘-앙리 니콜이었다(이 공로로 192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이 발진티푸스는 리케차 프로바제키(Richettsia prowazeki)라고 하는 세균이 병원체인데, 이를 발견한 사람은 브라질의 엔히키 다 로샤-리마였다. 그는 이 세균의 이름을 티푸스를 연구하다 감염되어 사망한 리케츠와 자신의 동료인 오스트리아의 과학자 스타니슬라우스 요제프 마티아스 폰 프로바제크를 기려 지었다. 이 리케차는 이에 기생하며 이의 배설물에 섞여 나와서 사람의 몸으로 전달되어 병을 일으킨다.
이 발진티푸스에 의한 희생자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안네 프랑크다. 안네가 아우슈비츠에서 독가스에 의해 죽었다고 알고 있을지 모르나 직접 사인은 세균 감염이었다.
“(안네가 숨어 있는 아우슈비츠에서 베르겐-벨젠으로 이송되었고, 1945년 겨울 그곳에서 마고트에 의해 안네도 티푸스로 사망했다.” (128쪽)
하지만 안네가 단지 감염으로 죽었다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