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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화학의 시대

[도서] 화려한 화학의 시대

프랭크 A. 폰 히펠 저/이덕환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좀 혼란스럽다. ‘화려한 화학의 시대라고 했는데, 한참을 읽어도 화학에 관한 얘기는 거의 없고 감염병에 관한 얘기다.

<1부 기근>19세기 아일랜드를 완전히 집어삼켰던 감자 잎마름병에 관한 얘기다(그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아일랜드와 잉글랜드의 관계에 관한 역사 이야기, 감자가 유럽으로 들어오기까지의 역사, 즉 유럽의 아메리카 점령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2부 감염성 열병>에서는 여러 감염질환을 다룬다. 이른바 습지열이라 불렸던 말라리아, ‘흑색 구토열이라 불렸던 황열(), ‘감옥열이라 불렸던 티푸스, 그리고 흑사병이라는 흉측한 이름이 더 대중적인 페스트. 이 네 가지 질병의 공통점이 있다. 병원체가 어떤 것은 원생동물(말라리아), 어떤 것은 세균(티푸스와 페스트), 또 어떤 것은 바이러스(황열병)로 서로 다르지만 모두 직접 사람에게 감염되는 게 아니라 매개체가 있다. 말라리아와 황열()은 모기, 티푸스와 페스트는 이(louse)(물론 페스트는 쥐가 중간에 끼지만).

 

1부와 2부는 이런 인류를 괴롭힌 감염병(감자 잎마름병은 곰팡이에 의한 식물감염병이지만 결국 인류에게 커다란 피해를 입혔다)이 어떤 피해를 입혔는지, 그리고 그 감염병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과학자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 쓰고 있다. 그러니까 여기까지는(책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화학이라기보다는 감염병에 관한 내용이다.

 

이렇게 감염질환, 그것도 매개체에 의한 감염병에 대해 길게 쓰고 있는 이유가 있다. 바로 화학이 그것들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장했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모기와 이와 같은 곤충을 박멸함으로써 인류를 질병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화학물질을 찾아 나섰고, 합성하고 효과를 시험했다. 결국은 찾아냈다. 인류는 무시무시한 감염병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 화학물질들은 전쟁과 결합하기 시작한다. 전쟁 중에 정치인들과 군인들은 화학자들로 하여금(혹은 화학자들이 자발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또 다른 도구를 만들어낼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절지동물을 죽이기 위한 물질이 조금만 변형하면 사람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버 같은 뛰어난 화학자는 발벗고 나서서 화학 무기를 개발하고, 나치는 치클론을 유대인을 향해 마구 뿌려댔다. 이런 화학무기를 개발한 당사자들이 총으로 죽이는 것보다 화학무기가 더 인도적이라는 항변에는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DDT를 개발하고, 실제 사용되게 된 것도 전쟁의 와중이었다. 너무나도 효과적인 이 약품은 개발된 지 불과 몇 년 만에 뮐러에게 노벨상을 안겨주었다. 사람들은 매개체에 의한 질병으로부터 해방될 것을 기대했다. 전쟁 중에 인명을 살상하는 화학무기를 개발하던 회사들은 전쟁이 끝나자 그 물질을 농약으로 개발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이 책의 <3부 전쟁>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화학이 화려한활약을 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그 화려한 활약을 하던 화학약품은 예상치 못한(물론 예상했던 이들도 있었다) 결과를 낳게 된다. 바로 생태계의 파괴였다. <4부 생태계>는 그렇게 개발된 화학약품들이 생태계에 어떤 피해를 입히는지에 대한 얘기다. 이 얘기는 카슨의 침묵의 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카슨이 DDT를 비롯한 농약의 피해를 맨 처음 인지한 인물은 아니다. 카슨은 1960년대까지 이뤄졌던, 그러나 파편적이었던 DDT의 파괴적인 효과를 일관적으로 파악했고, 그것을 지극히 문학적 필치로 경고했다. 그 책을 중심으로 찬성과 비판이 이어지면서 하나의 상징이 되었고, 사람들은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부제대로 과학자들은(‘인간은이라고 대체해도 그다지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기근(감자 잎마름병으로 대표되는)과 질병(앞의 매개체에 의한 질병들이 그런 것들이다)을 극복하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 끝에 약을 개발했다. 그러나 그 약들로, 혹은 그런 약들을 바꾸어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고, 또 자연과의 관계를 바꿔버렸다.

화학의 시대는 저물지 않았고, 그 화학의 시대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대해서 아직도 논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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