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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도서]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김서형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세계사 속의 전염병을 서술하는 방식은 대체로 비슷해보이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 보면 서로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질병을 중심으로 쓸 수도 있고, 역사에 더 많이 내용을 할애하기도 한다. 전염병의 병원체에도 세균과 바이러스가 있으니, 이를 구분해서 쓰는 경우도 있지만, 이를 거의 신경쓰지 않고 뭉뚱그려 서술하는 경우도 있다. 질병에 관해서도 어떤 경우에는 질병 자체에 대해서 더 강조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엔 그 질병과 관련한 사회의 반응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질병에 대한 사회의 반응과 관련해서도, 국가나 공공기관의 대처에 더 방점을 찍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대중들의 반응을 집중적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전염병에 관한 책들이 그토록 많이 나오고 있음에도 또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김서형의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는 제목이 세계사(역사)를 바꾼전염병이 아니라서 일단 마음에 들었다. 전염병으로 인해 세계사의 흐름이 바뀐 경우도 있지만, 그것만이 결정적이라는 식의 서술은 너무 단편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물론 강조하는 차원이겠고, 그래야 관심을 더 많이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것만이 전부라는 식은 좀 과정이라 생각한다. 전염병이 아니라 날씨가, 과일이, 음료가 그렇다는 식의 책들이 많은데, 그걸 다 그렇다고 하다 보면 세계사는 엉망진창이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찌 되었든 역사의 주연은 사람이니 말이다.

 

이 책은 제목만 그런 게 아니라, 내용도 전염병이 역사를 좌지우지 했다는 식으로 써나가지 않았다. 반대로 역사와 사람이 만들어간 환경 속에서 전염병이 발생하고, 전파되었다는 식으로 쓰고 있다. 물론 그 결과가 다시 역사에 영향을 미쳤지만 말이다. 나는 이 방향이 옳다고 본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글로벌 네트워크의 형성과 발달이다. 실제로 어느 정도의 인구가 집중되어야만 감염 질환이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인구 집단 간의 교류가 이뤄져야만 그 질병이 퍼져나가면서 살아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글로벌 네트워크의 형성과 발달을 중심에 두고, 각 시대별로 그 네트워크를 타고 발생하고 전파된 전염병을 서술하는 이 방식 역시 상당히 마음에 든다.

 

아프로-유라시아 교환 네트워크, 즉 실크로드를 타고 천연두가 옮겨졌고, 바닷길을 통해서는 페스트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아메리카 네트워크의 결합은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천연두가 옮겨져 아메리카에 존재하던 제국의 멸망을 가져왔고, 콜럼버스의 교환을 통해서는 매독이 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전달되었다(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아메리카 네트워크의 가장 비참한 경우에 해당하는 아프리카 노예무역은 황열병과 관련이 깊다.

 

근대 들어서 생성된 산업 네트워크는 도시화로 인해 인구의 집중을 가속화했기 때문에, 유럽의 팽창 정책으로 인해 인도로부터 도입된 콜레라의 급속한 전파가 가능했다. 결핵 역시 오래된 질병이지만 도시화가 이 질병을 사회 문제로 만들었다. 또한 아일랜드 대기근에서 보듯이 장티푸스는 그냥 단순한 전염병이 아니라 사회가 악화시킨 질병이다. 1918년의 인플루엔자, 즉 스페인 독감 역시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폭발적인 네트워크의 형성이 전 세계적인 발생을 가능하게 했다.

 

현대의 말라리아, 에이즈, 에볼라, 사스, 신종인플루엔자, 조류독감, 그리고 현재의 COVID-19이 글로벌 네트워크의 형성과 발달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 아닌 셸 쇼크를 언급한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역사도 전염병도 새로운 것은 거의 없지만, 방향을 잘 잡고 일관되게 서술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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