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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도서] 크로스

정재승,진중권 공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인문학자와 과학자의 교류, 도정일, 최재천의 <대담>과 거의 비슷한 문제의식 아래의 기획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대담>은 둘이 대화를 나눈 기록이고 <크로스>는 둘이 같은 주제 혹은 소재에 대해 서로 글을 쓴 것이다.  이렇게 다른 점은 편의적이긴 하지만 실은 아주 큰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대화란 것이 즉각적인 의견을 제시와 시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 글은 그냥 써버리고 마는 것이다. 서로 어떤 교정의 과정을 거쳤는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일방적이다. 하지만 대화보다는 더욱 정갈한 생각을 맛볼 수 있는 것은 분명 글의 장점이다. 
 
이 좋은 기획과 좋은 글들 (두 글쟁이들의 글 자체)에도 불구하고, <크로스>에 대한 불만이 생기는 것은 정작 '크로스'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문학자와 과학자의 색깔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도 그렇고, (그걸 의식했는지 에필로그에 언급을 하고 있기 하다.) 
둘의 견해가 상당히 비슷한 부분이 너무 많다는 점도 그렇다. 뭐랄까, 치열하게 읽을 필요가 없게 만드는 공통점이 많다. 
 
그렇다고 이 책을 고르고 읽었다는 것 자체에 아까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인문학자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구나, 
과학자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주 생뚱맞은 것은 아니구나, 
이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으니 그들의 '크로스'는 책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실은 내 머리 속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뒤죽박죽이고, 불완전한 형태지만 말이다. 
 
또한 그들의 발랄한 관심 분야의 다양함은 우리에게 새로운 지식을 많이 선사한다. 
'우리'라는 의미는 나에게는 '제프리 쇼'나, '20세기 소년', 파울 클레' 같은 것들이 생소하다면, 다른 이에게는 '위키피디아' 같은 것들이 생소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루케 마코토의 <책, 열 권을 동시에 읽어라>가 생각났다. 
서점에서 선 채로 수십 페이지를 읽다 놓고 나온 책인데, 우리는 이왕에 아주 다양한 자극과 정보들을 동시에 받아들이며 살고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으며 오히려 지식의 경계를 허물면서 창조성을 발휘하게 해준다는 것으로 나는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크로스>는 지식의 경계를 허물면서 다양한 독서를 통해 세상의 의미를 다양하게 파악해가는 인문학자와 과학자의 지적 편력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목적이 아니다. 
그들의 제시한 주제에 대해 그냥 생각해보는 것도, 그게 아니더라도 내 주변의 친근한 것들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는 것, 내 전공이 아닌 분야에 대해서 한번 관심을 가져보는 것, 나아가 그것들에 대해 한번 끄적여보는 것. 
그게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가져야할 태도다.


(2010년 3월 읽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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