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세트 : MIDNIGHT 세트

[도서]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세트 : MIDNIGHT 세트

프란츠 카프카,알베르 카뮈,다자이 오사무 등저/홍성광,김예령,김난주 등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죽은 사람들 - 제임스 조이스] 마음엔 온통 눈만 나리고, 떠난 존재들의 발자욱만 가득 남았다.
희생, 의미 있는, 혹은 의미 없는 죽음이 지나면, 결국엔 추모하는 마음만 남아 존재가 지난 자리를 조용히 대신한다. 슬픔과 슬픔의 묵직한 중량은 오직 아직 남은 자들만이 감당해야하고, 감당할 수 있는 몫이다. 철창에 매달려 휘날리는 노란리본의 색이 빛에 바래고, 더 이상 그 앞에 찾는 이 없어도, 누름돌이 세월의 풍파에 깎여 나가서이지, 모두가 그 날을 잊어서는 아니다. 곁을 떠난 존재는 그렇게 아직, 남은 자들의 일상에 문득이나마 함께한다.

제임스 조이스는 동양에서는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20세기 전세계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모더니즘 사조의 선두가 된 작가다. 특히 그의 작품 <죽은 사람들>은 T.S.엘리엇이 단편 중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은적이 있기도 하다.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파티가 끝나고 마차를 타고 그들만의 공간으로 돌아온 부부가 있다. 남편은 그녀를 안고 싶어하지만 아내는 심란해보인다. 이윽고 아내는 갑자기 참담해진 심정의 이유를 고백한다. 그녀가 사랑했지만 지금은 세상에 없는 젊었던 어떤 청년에 대한 기억이다. 그는 아찔해지는 것을 느끼지만 아내에게 배신감을 느껴하거나 다그치지 않는다. 창밖에는 온통 눈만 내린다. 놀라운 것은 작품의 80프로 분량이 파티와 파티를 구성했던 인물에 대하여 세밀하게 묘사하나 본격적인 부부의 대화는 후반부 20프로 정도밖에 안된다는 점이다. 이로써 시끌벅적함 속에서도 떠난 존재에 대한 근본적 그리움과 그의 묵직한 영향력은 지워지지 않고, 이따금씩이나마 찾아오기 마련이라는 점이 두드러지고, 상당히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화려한 식탁을 앞에 두고 조용히 그를 추모했을 아내를 상상하며, 내 인생에 들어와 있는, 떠난 자들의 영향력을 가만히 느낄 수 있다. 심장이 아릿하다.
남은 자들의 마음엔 온통 눈만 나리고, 떠난 존재들의 발자욱만 가득 남았다. 떠난 발걸음만은 소복한 눈길 위로, 안온했기를 기도한다. 발자국 위로 또 눈이 오려는지 하늘이 희뿌옇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