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생 미국소설가 토마스 핀천의 소설작품들은 난해하고, 그 작품들안에 들어있는 암유와 은유, 문화장들에 대한 지식들이 방대해서 "중력의 무지게"를 비롯한 대부분의 작품들이 "백과사전적"(encyclopedic)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2020년 올해로 84세의 핀천은 아직도 새로운 작품을 구상, 집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중들, 언론들앞에 나타나지 않는 그의 잠행으로 인해 우리는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만 그의 문학세계를 접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허접한 작품을 출간해놓고 온갖 마케팅과 언론플레이등으로 판촉에 열을 올리는 연예인같은 문인들보다는 훨씬 더 자기 가치관이 뚜렸하다고나 할까!
특이한 점은 그의 최근작에서 20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포스트구조주의 사상가들중 대표적인 프랑스 철학자인 "들뢰즈&&가타리"(Deleuze & Guattari)가 작품에 직접 언급되는 등 은둔의 작가 핀천이 비록 상업화를 위한 언론노출을 기피하지만 현실의 문학담론, 철학담론등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객관적 평가를 작품에 직접 서술함으로써 세상과의 연결고리, 즉, 그가 소설에서 줄곳 이야기하는 '연결'(connectedness)의 끈을 놓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글로 재번역된 이 "브이" 또한 "49호품목의 경매"와 함께 그의 초기작품중에 하나인데, 그가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중에 하나인 "연결되어 있음"의 주제에 대해 뚜렷한 의식을 보여주는 작품이고, "중력의 무지게"에 비해 일반독자들에게 "읽히는 작품"중에 하나로 권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