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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저마다의 속도로 슬픔을 통과한다

[도서] 우리는 저마다의 속도로 슬픔을 통과한다

브룩 노엘,패멀라 D. 블레어 공저/배승민,이지현 공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어떻게 애도할 것인가... 이 책의 부제는 단 한 문장의 물음이었지만, 너무 많은 생각과 답이 필요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아직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를 보내고 슬퍼할 순간을 경험하지 않아서일까. 누구를 보내는지, 생전에 어떤 관계였는지, 이 사람의 부재가 나를 얼마나 슬프게 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 대상을 누구로 정하고 상상하느냐에 따라 슬픔의 깊이와 이해가 다르게 다가왔다. 나의 엄마? 나의 형제? 나의 친구? 앞으로 있을지 없을지 모를 나의 또 다른 가족? 이별하는 상대가 누가 되든지, 슬프다는 건 변함없다.

 

 

갑작스러운 죽음이 발생했을 때, '정상'이란 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애도와 슬픔은 표현되어야 하며, 삶은 재건되어야 합니다. (20페이지)

 

애도는 감정뿐 아니라 신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애도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이해하면 우리는 그것을 더 잘 다룰 수 있습니다. 이런 감정을 배우거나 이해할 일이 없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것들을 잘 아는 것도 우리에게 위안을 줄 것입니다. (64페이지)

 

누군가를 보내고 슬퍼해야 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마음은 여전히 이미 보낸 사람과 이별하지 못하고 있을 지언즉, 몸은 우리의 현실을 살아내느라 바쁘다. 마치 이별이 없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가 오늘을 산다. 그러다가 혼자 있는 시간이 오면 문득 치고 들어오는 상실감에 펑펑 울기도 한다. 때로는 현실을 잊은 듯 몇 날 며칠을 슬퍼하며 지낼지도 모른다. 마치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그 사람을 잃었던 그때 멈춘 시간이 흘러가지 않은 것처럼 지내고 있을 수도 있다. 혹자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고 함부로 판단하며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일상으로 돌아와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 상실을 모르는 것처럼, 슬프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아니면, 여전히 슬픔에 빠진 채로 살아가는 시간을 벗어나게 하려고 도움의 손을 내밀 수도 있겠지. 어떤 것이 진정한 애도의 모습인가?

 

예고 없이 누군가를 잃은 우리가, 장기간의 병이나 부상으로 인한 상실을 겪은 사람들과 같은 방식으로 슬퍼하고 회복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믿음입니다. 우리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애도하고, 매뉴얼대로 고인을 떠나보낼 수 있다면 그보다 쉬운 일은 없겠지만, 애도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당신의 애도가 다를 거라고 설명하는 일은 중요하지 않아요. 애도를 겪는 당신만의 길을 스스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01페이지)

 

답은 하나였다.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모든 사람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애도한다. 슬퍼해야 하는 기간이, 슬픔의 깊이와 모양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슬픔을 안고 있는 우리의 공통점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아프고 슬퍼하고 있다는 것, 단 하나뿐이다. 그러니 애도의 모습이나 슬픔을 통과하는 속도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 어쩌다 보니 타인이나 사회의 시선에 묶여 애도의 진정한 의미가 흐트러질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이유로 애도의 마음이 위축될 이유가 없다. 이 책에서 하려는 말도 그러하다. 두 명의 저자가 공저하여 들려주는 이야기는, 상실을 겪는 우리가 슬픔을 통과하는 속도나 모습은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사회에서 주변에서 그 슬픔의 감정을 공유하거나 풀어내기가 어려워서 눈치 보기도 하는데, 그러지 않고 우리가 겪은 비극을 공감하며 통과할 방법을 제시한다.

 

죽은 자는 떠난다. 그리고 죽은 자를 떠나보내는 우리는 남아 있다. 슬픔을 겪어내고 다시 현실을 살아가야 한다. 인생의 한 지점을 통과하는 것처럼, 죽은 자가 있던 자리를 다독여야 한다. 온전하게 애도하며 지나가지 않으면 다시 살아가야 하는 시간도 온전하지 않을 것 같다. 저자는 누군가를 떠나보낸 우리가 어떻게 애도하며 어떻게 다시 현실을 살아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저자 두 명 모두 가족을 잃었다. 오빠를 잃고, 남편을 잃었다. 갑작스러운 상실에 슬픔을 차고 넘쳤다. 남겨진 사람이 되었다. 이 슬픔을 어떻게 통과해야 하는지 우리에게 들려주기 전에 먼저 겪은 이들이다. 저자가 그 시간을 통과하면서 겪은 기록이, 우리가 겪을 상실의 시간을 통과하는 법이다.

 

사랑하는 이를 잃었다는 건 우리가 살아온 세계가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온화하던 일상이 달라졌다. 다른 이들과의 연결 고리가 흐트러진다. 일상을 보내던, 전과 같은 마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죽은 이를 기억하게 하는 많은 날이 지나가고 그때마다 슬퍼할지 모른다. 저자는 우리가 어떤 애도를 하는지, 보내는 이에 따라 다른 방식을 제시한다. 친구, 부모, 자녀, 연인이나 배우자, 형제자매, 자살, 대형 참사나 전쟁, 그 외의 또 다른 상황들. 상실의 이유와 순간들은 저마다 다르다. 그때마다 모두 똑같은 방식의 애도가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애도의 모습을 들려주고, 그들이 그 슬픔을 통과한 방식이나 경험을 들려준다. 그 어떤 슬픔도 같은 모습으로 통과하지는 않는다는 단 한 가지 위로를 전하려고 말이다. 우리가 겪는 애도의 슬픔은 그렇게 제각각이어서 저마다 그 시간을 겪고 통과하는 게 다르니, 타인과 다른 방식이라고 해서 이해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오직 그 애도를 경험하는 자기 자신에 달렸다.

 

삶의 후반기에 우리는 대부분 우리가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천천히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사랑하는 혹은 가까운 존재들을 떠나보내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서 친구들도 병들고 죽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주디스 비어스트가 말했듯이, 우리 생의 후반부는 "불가피한 죽음들"의 시간입니다. (202페이지)

 

이별이, 상실의 슬픔이, 미리 준비하고 연습한다고 해서 다 아는 건 아니다. 아니지. 미리 연습한다고 해서 그 슬픔이 줄어들거나 아무렇지도 않은 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언젠가 내 옆에 나의 부모와 형제자매가 없을 거라는 상상을 가끔 한다. 그때 나에게 또 다른 가족이 있다면 그 슬픔을 감당하는 게 조금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닥치면 상상과는 다른 죽음을 감당해야 할 것 같다. 상상과 현실은 너무도 달라서, 내가 감당해야 할 상실과 슬픔의 크기도 다를 테니까. 그 시간을 어떻게 지나가야 할지 무섭고 떨리지만,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가는 한 어쩔 수 없이 누구나 다 겪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위안이 된다. 나만의 슬픔은 아니라는 거, 아닌가. 똑같은 모습의 공감은 아닐 테지만, 상실을 경험하는 우리의 시간은 똑같이 슬픔의 모습을 한 채로 다가올 것으로 생각하면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마음. 우리가 슬픔을 통과하는 시간은 그 마음이 흘러가는 것과 같다. 일부러 빨리 벗어나려고 하지 말고, 울음을 참지도 말고, 아프지 않은 척하지 말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 저자의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상실로 인해 우리가 겪는 모든 감정을 무시하거나 누르지 않고 건너가는 다양한 방식들이다. 그 말을 들으면서도 사실 내가 감당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저자의 지침대로 잘 통과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저자의 경험과 날카로운 시선으로 복잡한 우리의 마음을 여러 방향에서 살펴보고 이야기하고 있는데도 그렇다. 하지만 애도에 관한 오해를 벗겨냄으로써 우리는 오롯이 우리 자신만의 애도를 할 수 있다는 게 따뜻하게 들려온다. 애도에는 매뉴얼이 없다. 절차나 내용이 정해진 시간표도 없다. 그저 우리가 아끼고 사랑하던 한 사람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감당할 우리 마음만 있다. 그러니 우리가 하는 애도는 우리 각자의 고유한 방식이 된다. 그게 어떤 모습이든지 말이다. 타인이 함부로 평가하고 재단할 내용의 것이 아니다.

 

애도라는 거대한 행위를 지나가는 방법을 잘 정리해서, 여러 사람의 경험과 사례를 들려주면서, 우리가 슬픔의 터널을 통과할 순간을 맞이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들려준 이야기들이다. 하루 이틀로 끝날 행위가 아니다. 그러니 이 거대한 행위를 한 발짝씩 잘 걷는 게 중요하다. 언젠가 그 끝에 다다르면, 애도가 끝났음에도 여전히 우울하고 슬프고, 기억 속 그들이 수시로 찾아오더라도, 더는 아프고 고통스러운 시간은 아니리라.

 

우리는 저마다 치유 속도가 다릅니다. 다시 정상적으로 느끼거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정해진 시간이란 없습니다. 당신에게는 '좋은 날들'과 '나쁜 날들'이 있을 겁니다. 당신이 겪은 상실을 애도하는 시간을 갖고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도 편안해지도록 두세요. (320~321페이지)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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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시골아낙

    슬픔을 통과하는 방법도 속도도 다 같을 순 없죠, 정말 마음 깊은 애도를 해야 그 슬픔이 맘리되는 것일수도 그래서 제대로 애도하지 못했으므로 이 세상에는 아직도 슬픔이 너무나 많죠

    2018.11.29 08:5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블루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오랫동안 해 왔던 병원 생활 때문인지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들 때문에 자주 슬프더라고요.
    같은 슬픔의 감정을 공유하게 되면 더 눈물바람을 하게 되고요.
    그럼에도 병원생활이 힘들어 잘 가셨다고 말하곤 합니다.
    애도의 다양한 방법들을 말하는 책이네요. ^^

    2018.11.30 17:32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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