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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 꿈은, 미니멀리즘 - 테이크아웃 16

[eBook] [대여] 꿈은, 미니멀리즘 - 테이크아웃 16

은모든 저/아방 그림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내가 요즘 빠져 있는 중고거래 앱이 생각났다. 정리하기 귀찮아서 하나둘 쌓아놓던 것이 방안을 차지하고, 정작 필요한 것을 찾을 수도 없을 정도로 어질러놓은 자리를 보니 숨이 막혔다. 무엇보다, 비우는 것보다 채우는 것의 속도가 빠르니 무엇이든 그 공간에 쟁여질 수밖에 없었겠지. 가끔 한 번씩 청소한다고 하는 짓이 눈에 보이는 거추장스러운 것을 버리는 일이었으니, 이건 뭐 제대로 버리는 것도 아니고 정리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 그러던 것을 이사 준비하면서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 (지금도 정리 중!) 남을 주기에도 애매한 것은 그냥 버리고, 멀쩡하고 쓸 만한 것은 중고 거래 시장에 올려놓고(처음 거래하면서 떨리던 그 마음이란!), 주변 사람들에게 필요할 만한 것은 나눠주고 있다. 내가 바라는 삶 중의 하나도 미니멀리즘이다. ^^


소명은 그녀의 원룸을 채우던 것들을 하나씩 정리한다. 작은 공간에 꽉 채워진 것들을 비워내는 중이다. 버리고 작은 것으로 바꾸고 하면서 전에는 보이지 않던 원룸의 바닥을 조금씩 본다. 안다, 그 마음. 우리 집에 이런 게 있었어? 하는 발견의 놀라움.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는 그녀는 회사의 분위기나 로망과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어느 날 본 한 장의 사진으로 미니멀리즘을 시도한다. 하얀 벽지가 감싼 방 한편에 원목 스툴 하나가 놓여있다. 어떻게 사진 한 장으로 이런 거창한 시도를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사람 마음이 움직이는데 뭐든 계기가 되면 가능한 법이니까.


매일 밤 먹방으로 탕진하게 했던 벽걸이 TV를 없애고, 그 자리에 남은 보기 싫은 자국을 영화 포스터로 가렸다. 그녀의 추억을 새록새록 하게 하는 포스터는 그동안 어디에 방치되어 있었던가. 청춘 시절 경험했던 영화제의 추억은 그녀를 행복하게 했는데 말이다. 그런 다음 그녀의 허한 마음을 채워주었던 옷을 정리했다. 작은 원룸에 커다란 봉으로 만든 행거 두 개를 채웠던 옷들은 이제 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릴 정도로 적게 남았다. 그녀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주었던 화장품 역시 미니멀리즘의 생활에 정리되었다. 


정리하고 또 정리하고. 그녀가 미니멀리즘을 꿈꾸게 했던 동기는 무엇일까. 정말로 사진 한 장이 그녀의 변화를 일으켰을까? 아니다. 그녀를 '저기요'라고 부르는 회사 동료에게서 받은 상처와 현재 삶의 불안이 그녀에게 변화를 만들었을 것 같다.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는 삶을 겪는 우리의 불안은 무엇으로든 해소되어야 했다. 그건 사람마다 다르지만, 소명처럼 화장품을 사 모은다거나, 소명의 친구 완주가 빵을 먹으며 임용고시 시절을 견딘 것이나. 소명이 친구인 채경의 현재와 비교하는 것을 멈출 수 없던 것처럼, 어느새 타인과의 비교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나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면 되는데, 막상 그게 쉽지 않으니 타인과의 비교는 저절로 시작된다. 내가 부족한 것을 채우려는 마음이 그 비교 때문에 불안까지 채우게 되는 건 아니었을까.


어느 날 씨앗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하늘을 보게 되는 시간이 생긴 소명은, 바깥 공기를 마시고 주변의 다른 것들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한다. 스르륵. 마음의 여유가 이렇게 생겨나는 걸까 싶을 정도로 그녀의 피폐한 마음이 변화한다. 미니멀리즘을 외치던 그녀의 꿈이 쉽게 이루어질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아예 기대하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그냥 무료한 일상에 한 번씩 찾아오는 기분전환 같은, 몇 번 시도하다 말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처음, 미니멀리즘을 향하는 주인공의 시도가 너무 공감되어 웃음이 났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몇 년째 정리 중인 일상을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책장의 책들과 서랍을 채우는 옷들이 그대로다. 버린다고 버렸는데도 눈에 띄게 줄지 않는 그것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래서 더 주인공의 시도에 부정적인 결말을 예상했던 것 같다.


미니멀리즘의 시도로 우연히 알게 된 삶의 방식. 소명은 키우던 새싹이 시들어가는 걸 보고 놀랐고, 그녀의 돌봄 스승인 동우가 답을 찾게 한다. 동향인 집에 햇빛은 언제나 부족했고, 그 때문에 새싹은 정상적으로 자랄 수 없던 거다. 동우와 함께 오른 원룸 건물의 옥상에서 소명은 새싹에 필요한 햇빛을 찾는다. 햇빛이 부족해서 시들었다면 햇빛을 찾으면 되는 거지. 꿈을 그렇게 수정되고 보완되는 거 아닐까? 그녀가 이루고 싶었던 게 거창하고 큰 거였다면, 지금 그 꿈을 이루는 게 불가능해졌다면 인생 궤도를 조금 수정해도 괜찮지 않을까?


엄마는 냉장고 안이 비워지면 불안하다고 했다. 나는 책장을 늘이면서 책을 채웠었다. 우리 마음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는 게 내 소중한 공간이 꽉꽉 채워지는 거로 여겼다. 이제는 안다. 냉장고는 꽉 채우면 몸살이 난다는 것을, 냉장고 용량의 70% 정도만 채우는 게 좋다는 것을. 책장의 책을 계속 채워봤자 공간은 모자라기만 하고, 내가 공간을 더 큰 곳으로 옮기지 않는 이상 책은 그냥 쌓여만 간다는 것을. 엄마는 문을 열면 빈틈으로 보이는 냉장고 불빛을 좋아한다. 나는 여전히 책을 정리하면서 내 공간 밖으로 밀어낸다. 뭔가 조금씩 가벼워지는 마음이 이름 모를 불안을 잠재우는 걸 느낀다.


삶을 완성하는 게 결코 크기는 아니라는 것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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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블루

    미니멀하게 살고 싶은데 그건 마음뿐인가 봅니다. ㅠ.ㅠ
    책은 자꾸 늘어가고 부엌살림을 정리했는데도 처음과 달리 티가 안나네요. ^^

    2020.11.29 19:1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저도요. 마음은 매일 먹고 있지만 잘 안됩니다.
      요즘 당근마켓 자주 이용해요. 안 쓰는 건 막 팔아요. ㅎㅎㅎ

      2020.12.22 00:15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