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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종료

[도서] 가족 종료

사카이 준코 저/남혜림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막연하게, 가족의 범위를 생각하고 계산해본 적이 있다. 피를 나눈 부모 형제. 그 구성원이 많거나 적거나, 아니면 그 관계의 범위가 조금 더 넓거나 좁거나. 마음으로는 나의 안부를 묻고 나를 걱정해주는 이가 있다면 그들을 ‘가족 같은’이라고 표현하고는 했는데, 글쎄다. 정말 궁금하긴 하다. 흔하게 부르는 그 가족의 의미와 관계는 무엇이고 어디까지일까.


저자는 50대를 맞이한 싱글로, 남자친구와 동거 중이다. 부모님과 오빠 하나였던 가족이 이제는 자기 혼자 남았다. 그녀 역시 아직 결혼하지 않았고 아이도 낳지 않았으니, 공식적인 가족이 그녀에게는 없다. 가족 종료. 그럴 수 있다. 인간은 언젠가 죽는 존재이므로, 나를 둘러싼 가족 구성원 모두 나보다 빨리 죽을 수 있다. 언젠가 나 혼자 남으면 나에게도 가족이 없는 순간이 올 거다. 어느 순간에 엄마가 나에게 결혼을 했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던 때를 떠올려보면, 아마도 엄마는 당신이 죽고 난 후에 혼자 남을 내 걱정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저자의 상황이 남의 일로만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은 일본 사회를 보고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읽다 보면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크게 다를 바 없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기에 말이다. 줄어드는 혼인율과 출산율, N포세대의 등장. 무엇 하나 결혼과 출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이유를 만들어주지 못하는 현실이 저자가 말하는 가족 종료에 더 빨리 가깝게 다가가게 한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그저 절망만 하고 있어야 할까? 저자는 어차피 지금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면,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또 다른 가족의 의미를 쓰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가족을 생육가족이라 부른다면, 결혼이나 다른 목적으로 새로 구성된 가족을 창설가족이라고 구분한다. 우리는 생육가족에 소속되어 지내다가 자연스럽게(?) 창설가족의 구성으로 옮겨간다. 하지만 저자는 창설가족을 이루지 못한 채로 50대를 맞이했다. 유일한 생육가족이었던 부모와 오빠를 잃고 보니, 생육가족의 소멸을 확인했다고 한다. 가족이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애틋함이 먼저 느껴질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저자에게 가족은 그냥 덤덤한 관계로 보인다. 자유로웠지만 주부로 살았던 엄마, 양자로 살았던 아버지, 나이 차이 커서인지 양자의 아내여서 그런지 엄마와 다소 거리를 두고 살았던 할머니. 전형적인 대가족의 형태를 이루고 있음에도 이들 사이의 끈끈한 유대감은 쉽게 찾을 수 없어 보인다.


가족은 분명 멋진 것이지만, 가족이 유일무이한 행복의 형태였던 시대에는 갑갑함이 우리를 따라다녔습니다. 번식 행위만이 사람을 이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번식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섹스, 섹스 없는 정(情), 또는 둘 다 없어도 돈만 있으면 된다든가, 돈이 없어도 음식 취향이 일치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다양한 연결 방식이 존재합니다. 그런 다양한 방식을 통해 내 옆에 있는 사람들과 서로 인정하고 인정받을 때 일본도 조금 더 살기 편한 나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250페이지)


과거의 시간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저자가 지금 살아가는 방식 속의 사람들을 비추면서 세월이 흐른 만큼 세상의 시선이 변했음을 이야기한다. 가족과 부모·자식 사이가 이래야 한다는 것 자체가 사라졌다. 여자의 삶 역시 변했다. ‘치워버린다’는 표현으로 불리며 결혼을 맞이하던 시절도 지나갔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부모님 세대 여자의 삶은 결혼이 주는 행복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로 인생의 당연한 수순처럼 살아왔다. 결혼해서 며느리가 되고, 남편과 시부모를 보필하며, 아이를 낳고 엄마로 사는 일.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고부지간으로 불편하게 사는 시간을 지나고 단 한 번 승진한다. 아들이 결혼하고 며느리였던 직급이 시어머니가 되는 순간 말이다. 언제까지 이 대물림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는지는 몰라도, 이제 달라진 세상을 보면서 가족관계 역시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 우리를 불편하게 하던 인식들이 사라져야 하는 이유도 같이 듣는다. 저자의 말투와 표현이 그 이유를 더 강하게 피력하는 느낌이 드는 건 나뿐일까? 명절이 독신들을 불편하게 하는 상황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혼자 사는 게 자유로운데 혼자 죽는 것은 고독한 일로 말하는, 딸이 정숙하게 자라기를 바라면서 어느 나이가 되면 남자 친구가 없냐고 묻는 모순적인 상황들이 익숙하다.


저자 자신이 보통이라 부르는 가족의 형태를 갖지 않은 것처럼, 싱글로 사는 즐거움을 누리는 일에 관하여 말한다. 사실 저자 역시 우리가 아는 전통적 가족 모습이 사라지는 풍경에 씁쓸해하기도 한다. 어릴 적 추억을 곱씹으며 여러 명의 가족이 함께 살았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가족이라는 소속이 주는 행복보다는 자기 삶을 만들고 누리면서 찾아가는 일도 행복하다고 한다. 개인의 자유가 주는 즐거움과 행복이 더 클 수 있고, 가족을 이어간다는 부담 대신 가족이 없기에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바라보자고. 그러려면 싱글로 살아가는 1인 가족의 주체가 되기 위한 준비, 가족 종료와 동시에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앞으로는 자기들이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어떤 형태든 가족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니, 우리는 누가 그것을 ‘가족’이라고 불러주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상대방이 이성이든 동성이든, 법률혼 관계든 아니든, 섹스를 하든 안 하든, 마음 맞는 상대방과 함께 사는 것. 그냥 그러면 되는 것이지, 그 형태가 딱히 ‘가족’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되는 거예요. (247~248페이지)


그렇다면 이제 새롭게 써야 할 가족의 의미는 무엇일까. 저자는 서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가족이 되는 거 아니겠냐고 말한다. 반드시 부부여야만 가족 구성의 시작이고, 성적인 관계로 이어지며 가족 구성원의 늘어남이 아닌 것으로 찾아도 된다고 한다. 다양한 모임의 생활 단위도, 생활방식이 맞아서, 동성 관계여도 가족이 될 수 있지 않겠냐고. 그러면서 그동안 우리가 고집해온 전통적 가족 형태를 되돌아보게 한다. 왜 그 방식과 그 형태만을 고집해왔는지 묻는다. 졸혼이나 황혼이혼, 독신 같은 새로운 가족의 변화를 보면 그동안 우리 사회에 뿌리박혀 있던 전통적 가족의 개념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가수 김연자 언니의 노랫말처럼, 연애는 필수고 결혼은 선택이요 가슴이 뛰는 대로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더는 결혼이 필수가 아닌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이룰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가능하게 한다. ‘가족 종료’가 가족의 끝이 아니라고, 기존의 가족 형태의 면면을 비추면서 새롭게 그려갈 가족의 의미와 본질을 시원하게 쏟아낸다. 그 가족의 중심에 내가 있음을 잊지 않음은 물론이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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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블루

    가족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어요.
    피를 나눈 가족만이 진짜 가족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오히려 그런 가족이 더 상처주고 하는 것도 같고요.
    적당한 거리에서 보아주는 가족이 더 좋은 가족으로 보이는 시대입니다.

    2020.12.09 10:5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그러니까요.
      가족의 개념이 다시 써져야 하는 시대가 온 게 아닐까 해요.
      피를 나눈 게 가족이 아니라, 가족이란 관계를 만들면 가족이 될 수도 있는 거 아닐까요.

      2020.12.24 22:55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