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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읽는 루이즈

[도서] 별을 읽는 루이즈

세오 마이코 저/권남희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별의 기운으로 그 사람의 운을, 미래를 점쳐주는 이가 있다. 제목 그대로 별을 읽는루이즈다. 사람들의 심리를 잘 파악한 듯 서술되는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가끔 점집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들킨 것만 같다. 혹시라도 이런 생각 한 번도 안 해본 사람, 없지? ^^ 그렇지 않은가. 고민되는 일 앞에서 선뜻 결정할 수 없을 때, 이 괴로운 마음을 누군가 정돈해줬으면 하고 바랄 때. 누가 답 좀 알려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찾아가는 곳,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길 원하는 그곳에 루이즈가 있다.

 

의외로 유명한 점술가 루이즈 요시다. 쇼핑센터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손님은 끊임없이 찾아온다. 정말 루이즈의 점괘는 그렇게 용한가? 나도 한번 찾아가 보고 싶은 마음 굴뚝 같은데, 막상 루이즈의 근무 태도를 보면 사기를 당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열정이 없는 점술가다. 루이즈가 이 일을 선택한 이유는 별거 아니었다. 남들과 부대끼기 싫은 그녀에게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매력, 신과 접선하여 점괘를 말하는 게 아닌 사람을 보는 눈과 그녀의 화술로 영업을 한다. 흔히 우리가 사주풀이 책 한 권 사면 누구의 사주라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지만, 굳이 책을 사지 않고 점쟁이를 찾아가는 것처럼 사람들은 루이즈를 찾는다. 방문객 모두 각자의 사정이 있다. 연애 문제, 직장 문제, 가족 문제. 여러 가지 이유를 안고 루이즈를 찾지만, 루이즈의 대답은 뭐랄까, 누구나 흔히 할 수 있는 조언 정도라고 해야 할까. 이런 대답을 듣는데 복채로 3,000엔이나 낸다고? 손님들은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걸까.

 

의뢰인의 사연을 들을 때마다 공통으로 느껴지는 게 있다. 어떤 답이 아니라, 마음을 읽어주길 바라는 것. 그들은 루이즈가 정확한 답을 알려주길 바라는 마음은 아니었을 거다. 어쩌면 그들 각자의 마음속에 이미 정해진 선택을 응원받고 싶었거나, 알고 있지만 시도하기 어려운 일을 시작할 용기를 갖고 싶었던 게 아닐까. 때로는 누구나 하는 그런 고민 정도로 루이즈를 찾아오는 게 이상하게 생각되기도 했는데, 그 이상함이 안도감으로 바뀌는 경험을 하는 걸 읽는 내내 느껴진다. 3,000엔의 이용료가 돈 낭비가 아니라, 작은 한 마디에 삶이 변하는 기적을 일으킨다. 그만큼 루이즈의 한마디는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졌다. 그건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겠지만, 누구에게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리라.

 

루이즈는, 이런 점술가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었다. 간단하고 가벼운 고민을 들고 오는 사람도 있지만, 인생의 큰 결정이 될지 모를 문제를 안고 오는 사람도 있었다. 어느 날 찾아온 초등학생 손님은 아빠와 엄마를 선택해야 하는 게 괴로웠고, 어느 여고생의 짝사랑은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풀어가야 했다. 어느 대학생의 진로를 같이 고민하면서 확인한 것은, 무슨 일 앞에서든 우리의 선택을 믿고 따라야 한다는 것. 때로는 그 선택이 틀렸더라도,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다시 또 답을 찾아가야 하더라도, 그게 우리 인생이라는 듯 말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점괘를 믿고 싶은 바람도 비슷한 것 같다. 이대로 가도 괜찮다고 인정받고 싶은 것. 혹시나 다른 길이였다면 다시 되돌려 가도 괜찮다는 토닥임을 느끼고 싶었겠지.

 

너무 성실해서 믿음이 가는 점술가였다. 아이의 점괘에 답을 주기 위해 잠복 조사까지 하는 걸 보면, 단순히 시간만 채우고 돈을 벌겠다는 심보는 아니었다. 상대의 고민을 같이 해결해주고 싶다는 진심이 그대로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그런 직업 정신 때문인지 손님이 계속 찾아오는 곳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정작 그녀 자기 일 앞에서는 다른 의뢰인과 다를 바 없는 고민을 하는 그녀가 인간적으로 보이는 게 좋았다. 손님들의 걱정에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해주는 말이 그녀 자신에게 건너오는 것도 알아채는, 현명한 사람이다. 고민하는 사람들의 등을 살포시 쓸어주면서, 가볍게 토닥토닥. 이런 위로와 용기라면 언제라도 찾아가고 싶은 루이즈의 점집이다. 하고 싶은 말 누군가에게 하고 싶을 때, 굳이 대답을 듣지 않아도 뭔가 쏟아내고 싶을 때 찾아가도 좋을 곳. 루이즈의 점집이다.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다. 그 관계는 가족에서, 친구에서, 직장에서 자연스럽게 맺어진다. 우리가 힘들고 어려워하는 일이 생길 때마다 찾게 되는 원인도 대부분 사람 관계에서가 아닐까. 루이즈를 찾는 사람들에게서도 그 관계의 문제가 바탕에 깔려있었다. 그래서 루이즈의 점괘가 더 빛나지 않았을까 싶다. 신에게 묻지 않는, 기본적인 사주를 바탕으로 눈치껏 상황을 파악하고 답을 내주는 게 오히려 현실적인 느낌이랄까. 경험으로 해주는 이야기 같아서 오히려 더 친근감 있게 다가왔다. 인생 선배의 조언 같은 느낌이 강했다.

 

차분히 듣고 있다 보면, 4가지 이야기는 흐르고 흘러 결국 나의 미래를 결정하는 건 나 자신이라는 답에 도달한다. 사람과의 관계 역시 변하기도 하고 다시 맺어지기도 한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혼자 일하는 게 좋다는 루이즈에게 조수가 생기면서 다른 일상을 누리기도 하는 장면에서는 사람이 왜 사람과 관계 맺고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하는 듯하다. 어떤 끝을 알고 있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생각한다. 나에게 불운이 닥친다는 예언에도 연연하지 않고 오늘의 할 일과 감정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도 알겠다. 끝이라는 건 꼭 나쁜 건 아니라고, 어떤 일에 끝이 있으면 또 다른 일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말이다. 누구라도 좋으니 가슴을 토닥이는 한 마디가 필요하다면, 쇼핑센터 어느 곳에 자리한 루이즈를 찾아가 보라. 당신의 마음을 충분히 데워 줄 것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오늘을 잘 지내시기를. 당신은 강하고, 어느 불안과 위기 속에서도 잘 건너갈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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