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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도서]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아시자와 요 저/김은모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이상하게도 나쁜 일은 계속 쌓이거나 몰아서 올 때가 많은 듯하다. 아니면 애써 피하려고 했더니 오히려 더 다가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작품집에 실린 다섯 편도 비슷하다. 처음 시작은 사소했지만, 점점 악재가 쌓여서 눈덩이가 된다. 수습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인간의 감정이란 섣불리 되돌릴 수 없게 입력된 것인지, 자꾸만 처음 마음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 결국, 가슴에 깊은 상처가 되는 일로 끝나고야 마는.

 

첫 작품부터 강렬하다. 할머니의 유골함을 든 손자와 여자친구가 할머니를 모실 고향으로 찾아간다. 표제작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는 고요하게 흐르다가 한 사람의 마음을 읽으면서 강한 울림을 주면서 끝난다. 마을에서 외지인이라고 왕따를 당하며 살았던 할머니는 죽음마저 편안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할머니를 절에 모시려고 찾아갔지만, 이상한 일은 자꾸 일어난다. 할머니의 진심을 뒤늦게 알게 된 손자가 할머니를 편하게 해주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목격자는 없었다는 자기 과오를 덮으려고 진실을 숨긴 자의 최후가 드러난다. 내가 쏜 화살이 나에게로 와서 박히는 일이 너무 끔찍하지만, 인과응모 같은 기분이랄까. 주인공이 혹시 마음을 바꾸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결말에 이르러서야 확인된다. , 인간이란 자기 안위가 가장 먼저가 되는구나 싶은. 혹시 나라면? 같은 상황에서 나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묻게 된다.

 

고마워, 할머니는 부모로 살아가는 우리가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를 맞닥뜨리게 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딸을 대신해서 손녀를 키우는 할머니, 손녀를 위한 최상의 인생을 만들어주려고 한다지만, 정말 손녀를 위한 길로 가는 것일까? 제목이기도 한 손녀의 한 마디는 고맙다는 인사가 이렇게 살벌하게 들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할머니의 정성이 고맙긴 하겠지. 하지만 그게 누굴 위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는 반성도 부른다.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병들어갈 수 있는지 보여준 언니처럼은 일상에서 쉽게 영향받을 수 있는 일이었기에 더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의 잘못을 보면서, 가족이라는 이유로 혹시 나도 그런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마음의 병을 일으킨다. 혹시 나도? 염려가 너무 깊어 병이 되고야 마는 불상사를 막을 방법은 뭘까. 그림 속의 남자는 너무 아픈 이야기가 너무 열정적으로 들려와서 놀랐다. 재능을 뽑아내려고 애쓰다 보니 주변의 것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를 보면서 다른 것은 잘 못 보고 살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아내의 실력을 축하하면서 그 재능을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남편의 마음도 알 것 같고, 아픈 과거가 현재를 붙잡는 것 같은데 재능으로 승화할 수 있다는 모순적인 현실이 혼란스러웠다. 누구도 그 진심을 당사자만큼 알지는 못하겠지만, 상처를 능력의 바탕으로 쓰는 일은 또 다른 상처가 되기도 한다.

 

죽고 죽이고, 계획적이거나 우발적이거나. 살인의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는 소설 속 문구가 생각난다. 굳이 살인이 아니어도, 우리가 타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던가. 그러니 이들의 살인에도 이유는 있을 테고, 그 이유를 우리가 온전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기에, 그걸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다는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으로 여겨도 좋겠다. 다만, 그 모든 일의 진상을 알게 되었을 때는 적어도 안타까운 마음 정도는 표현해도 되지 않을까. 누구에게나 비슷한 듯 다른 마음으로 살아가는 게 우리이기에, 그들이 선택한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알 듯하면서도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말이다. 그렇다고 이들의 살인이 용서받을 수는 없겠지만, 어떤 간절한 마음 하나쯤은 들여다봐 달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어딘가로 떠밀리게 되면 온갖 마음이 든다. 그때 마음을 들여다보는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작품을 만들어낼 수 없던 화가의 마음, 범죄자 언니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아이를 대했던 어느 젊은 엄마, 아이가 아이로 자라지 못하는 게 어떤 건지 말할 수 없던 어린 소녀의 메마른 감정, 실수할 수도 있다고 토닥여주는 상사와 동료가 있었다면 좋았을 어느 사회인의 그릇된 선택, 마을의 이방인이 아니라 평범한 주민 한 사람으로 받아들여 줬다면 외롭지 않았을 어느 노인의 마지막 바람까지. 소설은 사람의 마음을 읽으면서도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놓치지 않는다. 알 수 없던 한 조각을 마지막에 꿰어 맞춰주면서 이야기를 완성한다. 누구라도 죽여야만 끝날 수 있던 갈등과 혼란을 마주하는 기분이 씁쓸하다. 우리는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너무 자주 놓치고 사는 것 같아서 말이다. 사회적으로 심리적으로 고립되어 있던 그들의 마음을 한 번 더 챙길 기회가 되었으면 싶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반전을 확인할 때마다 가슴에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다. 그들과 내가 다른 것은, 상황이나 성향이 달라서 다른 선택을 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도 나를 피해가지 않는다. 다만, 그들에게 닥친 일이 지금 나에게 오지 않은 것뿐이다. 작가의 전작에서도 느꼈지만, 사람 마음 들여다보는 능력이 탁월하다. 인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마치 마지막에 진실을 드러내놓고 그걸 듣는 독자의 표정을 확인하는 즐거움에 빠진 듯한.

 

예상하지 못한 범죄 동기였지만,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는 이유였기에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 일상에서 수도 없이 마주할 것 같은 요소들을 던져놓고, 그게 범죄로 이어지면서 묻기를 반복한다. 당신이라고 다를 것 같으냐고. 나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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