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앞에 싱크홀이 생겼다. 싱크홀 바로 옆에는 만두 가게가 있다. 화자인 '나'는 이상하게도 그 싱크홀에 빠져들게 된다. 뭐지? 그러면서 매일 싱크홀을 보러 간다. 오다 가다, 싱크홀을 들여다보고 그 어두컴컴한 속을 궁금해한다. 뭘까. 뭐가 있을까.
'나'는 싱크홀을 보러 가면서 만두 가게 주인과 몇 번 마주친다. 그 만두 가게 이상하다. 오랫동안 영업하는데도 맛이 없어서 손님이 없다. 응? 맛도 없고 손님도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오래 영업을 할 수가 있지? 싱크홀을 가운데 두고 만두 가게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기도 하면서, 만두 가게 주인은 '나'에게 싱크홀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자리도 양보한다. 그렇게 '나'는 싱크홀의 원인을 알게 된다. 그 이유는? 음, 그건 이 소설의 반전이기도 하고, 스포일러이기도 하니까 말을 아끼겠다. 다만, 그 싱크홀이 생긴 이유와 맛이 없어서 손님도 없는 만두 가게가 어떤 이에게는 최고의 맛집일 수도 있다는 게 코믹스럽다. 혹시나 잘 못 안 게 아닐까 싶어서 다시 맛봐도, 역시 맛은 없는데 맛집 소문은 어디에서 난 걸까. ㅎㅎ 그저 웃을 뿐...
보통은 개발에 빠져들어서 싱크홀이 생기고, 바닥의 구멍은 점점 커지기도 하면서 위험의 순간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 소설 속 싱크홀은 맛집 찾아다니는 존재들 때문에 생기기도 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상상력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우리가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되는 이야기다. 임선우 작가의 책을 완독한 건 처음이었는데, 이 작품 아주 짧으면서도 아주 재밌다. 뭔가, 세상의 비밀을 엿본 기분이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