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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를 위한 병원은 없다

[도서] 노후를 위한 병원은 없다

박한슬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한국에서 의사 한 명이 하루에 보는 환자의 수가 48.3명이라고 한다.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6배에 가깝고, 이는 환자의 목숨값이 6배나 가벼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단다. 일반 개인병원부터 종합병원까지, 일 년에 몇 번씩이나 가는 병원에 관해 관심 없을 리가 없다. 당연히 저자가 하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다는 것도 안다. 엄마 때문에 주기적으로 가는 개인병원이 3곳 정도 되는데, 그중 두 곳의 병원은 의사 한 명이 오전에만 거의 100명에 가까운 환자를 보는 곳이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의아했지만, 두 눈으로 목격한 일이니 가능하다는 것도 안다. 그나마 차분하게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진료하는 의사도 있다는 게 인간미 느껴지기도 하지만, 환자 한 명을 대하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건 사실이다. 특히 종합병원 진료 때는 그 부족함을 더 느낀다. 진료실에 들어서서 1분도 안 되어 밖으로 나왔던 경험도 있던 터라, 지금 이게 치료가 되는 길인가 싶었던 적도 있다.

 

이런 경험이 나만의 것은 아닐 테다. 병원에 드나드는 많은 이가 비슷하게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것도 받아들였을 거다. 그런데도 궁금하긴 하다. 어떻게 해야 지금의 이런 현상이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을까 하는 바람 때문이다. 고령화 현상은 더 진하게 나타날 것이고, 더욱 급속해지는 고령화 속에 내가 들어가게 될 테니까. 급여에서 착실하게 거둬가는 건강보험료가 모든 것을 공평하게, 균형 있게 해결해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 이 정도의 의료 서비스라도 받는 게 다행인 걸까. 저자는 지금의 의료 평형이 젊은 인구에 기대어 있다고, 이 평형은 곧 깨질 것을 우려한다. 더군다나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을 생각하면 위기는 곧 닥칠지도 모른다. 이 위험을 감지하고 답을 찾기 위해 현재 한국 의료 제도 및 정책을 살펴보는 것을 권한다.

 

3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이 책은, 종합병원의 상황, 지방 의료시스템과 약업계, 현재 우리가 직면한 의료 서비스를 이야기한다.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보게 되는 종합병원이 사실은 한국 의료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공간이었다. 인기과와 기피과, 태움 현상이 왜 생기는 것인지, 왜 진료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지 말한다. 우습게도 진료 시간은 짧아지는데 검사 시간은 맞추기 힘들고 길어진다. 이는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진료 예약, 진료 보고 검사 예약, 검사받고 다시 진료 예약 등 이상하게도 내 몸 상태를 한번 확인하는데 몇 번의 예약과 며칠의 시간이 걸린다. 많은 환자가 종합병원에서 진료받고 싶은 마음도 이 현상에 한몫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그렇다고 해도 이런 문제가 단순히 환자가 몰리기 때문만은 아닐 거다.

 

거기에 당연하게 생략되는 복약지도나 가고자 하는 병원의 선택 문제까지, 이는 서울과 지방의 차이를 더욱 크게 만드는 하나의 이유가 된다. 이상하게 나부터도 어떤 질병을 떠올리면 서울로, 유명한 의사를 찾아가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최근에는 엄마의 고질적인 무릎 통증 치료를 위해 항상 다니던 이곳의 개인병원이 아닌 서울의 대형병원 예약을 찾아보곤 했으니까 말이다.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와 연결된다. 의료인에게는 지방 기피의 이유가 되고, 지방 의료에서는 더욱 의료 공백의 심각성을 보게 되는 것.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우리는 더욱 안전 불감증 가운데 놓이게 된다. 이런 문제들 가운데에 우리 목숨이 있다. 이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코로나 19 상황을 겪어오면서 의료계의 현실과 문제는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의료계와 정부, 초고령 사회에 근접한 우리 현실에서 그려야 할 미래의 모습은 모두의 숙제가 된 셈이다.

 

저자가 하는 말에 가장 귀에 들어왔던 건, 현재 의료 정책이 젊은 인구에 기대어 있다는 거였다. 정말 걱정된다. 어떻게 겨우 유지되는 현재의 의료 정책이, 현재의 장년층이 노인이 되어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할 때쯤에는 인구구조 자체가 지금과 달라져 있을 거라는 경고였다. 알 것 같다. 그래서 더 염려되는 것도 있다. 경제활동 활발한 생산가능인구가 노령인구보다 적어질 때, 현재의 의료 서비스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누구나 늙는다. 나이 들어가면서 질병과 죽음의 문제가 가까워진다. 분명 의료 전문가는 존재하고 우리 목숨을 그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도 맞지만, 의료 전문가와 환자인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서비스를 주고받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다른 영역이다. 그러니 의료 정책의 이해와 구조 변경은 필요한 일이라는 거다.

 

알지만 모르는 것, 어쩌면 알면서도 지금 불편하지 않으니까 모른 척하는 것.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그게 큰 착각이었다는 것도 이 책이 전하는 적나라한 현실을 마주하면서 알게 되었다. 언젠가 우리는 늙을 테고, 지금도 매일 늙어 간다. 당장 내가 처한 문제가 아니라고 이 문제를 모른 척하면 안 된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 이미 노인이 된 엄마가 병원에 자주 드나들면서 겪는 문제는, 내가 노인이 되어가는 동안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거라는 걸 알기에 말이다. 의료계와 정책이 같이 만들어가야 할 의료 서비스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긴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어떤 문제가 내 앞에서 나를 힘들게 할 때 답을 찾는 건 늦다. 문제가 다가오기 전에, 다가올 문제를 위한 답을 준비하는 게 현명한 삶의 자세일 것이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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