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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도서]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허수경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4점

나에게, 살면서 시집을 읽어볼 기회(?)는 많지 않다. 일부러 손에 쥐어준다고 해도 가볍게 생각하고 휘리릭 넘기기도 하고, 별 의미없이 한쪽에 던져두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시집은 저절로 손이 갔다.
늘 그렇듯 기분이 좀 이상할 때는, 이용하는 도서관의 서가 사이사이를 돈다. 있는 줄도 몰랐던 책이 눈에 띄기도 하고, 아무 관심 없었던 장르에서 발길이 머물기도 한다. 그렇게 만난 시집.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다른 것은 잘 모르겠고 오직 제목 하나에 꽂혀서 펼쳐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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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이름 없는 섬들에 살던 많은 짐승들이 죽어가는 세월이에요

이름 없는 것들이지요?

말을 못 알아들으니 죽여도 좋다고 말하던
어느 백인 장교의 명령 같지 않나요
이름 없는 세월을 나는 이렇게 정의해요

아님, 말 못하는 것들이라 영혼이 없다고 말하던
근데 입구의 세월 속에
당신, 아직도 울고 있나요?

오늘도 콜레라가 창궐하는 도읍을 지나
신시(新市)를 짓는 장군들을 보았어요
나는 그 장군들이 이 지상에 올 때
신시의 해안에 살던
도롱뇽 새끼가 저문 눈을 껌벅거리며
달의 운석처럼 낯선 시간처럼
날 바라보는 것을 보았어요

그때면 나는 당신이 바라보던 달걀 프라이였어요
내가 태어나 당신이 죽고
죽은 당신의 단백질과 기름으로
말하는 짐승인 내가 자라는 거지요

이거 긴 세기의 이야기지요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의 이야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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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어떤 내용으로 어떤 감성을 울리고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이 책에 담겨 있는 54편의 시들 중에서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의미 파악을 못하겠다. 한가지 희미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시인이 이야기하는 시간과 장소가 참 넓다는 것. 지금의 어느 한 순간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도 않고, 어느 한 장소(나라)만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도 않다. 한정된 그 어떤 것이 아니라 그 범위가 없다고 해야할까. 시로 표현하는 그 대상도 다양하고, 분명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분명하게 지칭하지도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가슴 떨림은 있다. 문득 그때그때 튀어나오는대로 읊어주었나 싶기도 하고, 길게 써내려간 일기 같기도 하면서도, 한 편의 글이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은 단 한 줄로 마무리된다.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시인만이 들려줄 수 있는 그 색깔의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련다. 여전히 어렵기는 하지만...

이 시집에 담겨 있는 시들도 눈에 들어오지만, 맨 첫장에 등장하는 시인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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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심장은 뛰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가장 뜨거운 성기가 된다. 그곳에서 가장 아픈 아이들이 태어난다. 그런데 그 심장이 차가워질 때 아이들은 어디로 가서 태어날 별을 찾을까.
아직은 뛰고 있는 차가운 심장을 위하여 아주 오래된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다.
옛 노래들은 뜨겁고 옛 노래들은 비장하고 옛 노래들은 서러워서 냉소적인 모든 세계의 시간을 자연신의 만신전 앞으로 데리고 갈 것 같기에, 좋은 노래는 옛 노래의 영혼이라는 혀를 가지고 있을 것 같기에, 새로 시작된 세기 속에 한사코 떠오르는 얼음벽. 그 앞에 서서 옛적처럼 목이 쉬어가면서도 임을 부르는 곡을 해야겠다 싶었기에, 시경의 시간 속에서 울었던 옛 가수들을 위하여 잘 익어 서러운 술을 울리고 싶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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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차가운'이란 단어를 참 좋아하는데 (그 단어가 주는 손끝에 닿은 듯한 그 차가움이 더 좋지만) 차가운 심장이란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심장이라고 하면 붉은색의 뜨거움이 더 먼저 떠오르는데, 차가운 심장이란 어떤 감촉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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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블루

    읽지 않는 시집 갖고 있는게 있는데
    두 권을 띄엄띄엄 보고 있어요.
    가을엔 왠지 시집을 읽어주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허수경님의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이 시집도 눈여겨 보고 있었어요.
    너무 메말라서 '차가운 심장'이 아닐지,,,,,

    2011.10.04 09:2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저도 이 책의 정확은 의미 파악은 아직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저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 그저 그런 사랑이야기를 풀어놓은 시는 아니고, 좀더 폭넓고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한다는 것 밖에는... ^^

      2011.10.07 09:56
  • 파워블로그 eunbi

    허수경님... 제 심장은 좀 건조한데... 차가운 심장은 그래도 건조함보다는 살아있어 보입니다...^^

    2011.10.05 10:2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차가운 심장은 색깔이 있어 보이나요? ^^
      건조하다는 표현은 회색빛이나 아니면 색깔이 없어 보이거든요. (제 생각에요) 저도 건조한 사람이라...

      2011.10.07 10:00
  • 깽Ol

    저도 솔직히 말해..이 시..이해는 잘 못하겄어요..ㅎㅎㅎㅎ
    직설적이게 내뱉고는 있는데..아무래도 저는 감성적인 뇨인네라..에헤헤~~
    그래도 제목 하나는 참 맘에 든다는...ㅠ_ㅠ
    차가우니까.어여 펌프질을 해야합니더. 영차영차~~~그럼 안 빌어먹을이 되지^^

    2011.10.05 23:4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정말로, 제목 죽여주지 않나요? ^^
      저는 이 제목에 반했거든요.

      2011.10.07 10:01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