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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의 몽타주

[도서] 그 녀석의 몽타주

차영민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일단은 좀 웃고, 깔깔깔~ 푸하하~ 데구르르~ 크큭큭~ 아이고 배야~~~

그리고 이 말은 좀 하고 싶다. 세상에 외모가 전부인 순간이 있긴 하더라고, 살아보니 그렇더라고, 저자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기를 팍 죽이는 이야기부터 시작하고 봐야겠다. ^^

 

내가 다니던 대학 앞에서 친구가 몇 년 동안 맥줏집을 운영하던 적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우리가 만날 일이 있으면 친구의 가게는 아지트처럼 이용되고는 했는데, 우리는 친구가 고용하던 알바 학생의 블라인드 면접까지 봐준 적도 있었다. 그 가게의 방침 중의 한 가지는 알바 학생은 남학생이어야 할 것, 근처 학교의 재학생이어야 할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잘(!) 생겨야 할 것!!! 그 잘 생긴 외모는 보는 눈에 따라 기준이 다 다르지만, 공통된 의견은 여자 손님(여학생)에게 호감이 가는 외모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도로 우리는 가끔 친구가 알바 고용할 때 살짝 구석 자리에서 숨어서 채용의 관문인 면접의 순간을 비공식적으로 참관한 적이 있다. (가게를 운영하던 친구는 남자였던 고로...) 실제로 우리가 ‘이 아이가 괜찮겠다.’ 싶은 조언을 해준 알바 학생은 정말로 그 가게에 오는 여자 손님들에게 인기 폭발이었고, 손님들은 당연하게도 그 알바 학생을 보러 더 자주 가게에 오기도 했고, 그 알바 학생은 종종 손님들로부터 연락처를 받기도 했다. 우리에게 누나라고 부르던 그 아이가 2년 정도 일하다가 군대에 가느라 가게를 그만 둔다고 했을 때는 우리까지 엄청 서운해 했다. 우리도 그 잘생기고 어린(!) 청년을 참 예뻐라 했었으니까. ‘일하는 사람의 외모가 잘생겼다고 손님이 더 많은 게 아니다.’라고 말하지는 말자. 경험자의 이야기니 아주 거짓은 아닐 것이다. ^^

 

그 외모적인 면에서 울상을 지울 수 없는 아이가 등장했다. 모든 것이 총체적 난국인 존재, 그 이름 안동안. 동안이 아닌 동안. 십대의 파릇파릇한 고딩 청춘이 삼십대 중반의 외모를 하고 살아가려니 인생이 우울하다. ‘아저씨’라는 호칭은 양호한 편이다. 아버지의 동생으로 보기도 하고, 버스 탈 때 학생 요금 냈다고 파출소로 끌려가고, 동안 여자와 만나고 있다고 원조교제로 신고당하고, 엄마의 부업인 고스톱 판에 갔다가 주동자로 파출소로 또 끌려가고. 이런 인생인데 어떻게 웃고 사는 인생이겠냐고. 얼굴의 주름은 저절로 늘어가고, 눈 밑의 다크써클은 노안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고 있고, 노안에 대한 고민에 고민만 거듭하다 보니 새치도 생겼다니까! 절실한 마음에 찾은 성형외과는 견적 1억 원을 부르고, 웬만하면 그냥 참고 살아보라는 격려를 해주시는 닥터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

하지만 이런 노안을 가진 동안에게도 장점은 있다. 노안으로 애들의 빵(담배) 심부름을 종종 해주다보니 교우관계가 좋다.(신분증 검사 안하는데 이거 좋아할 일인가?) 나이 들어 보이니 누가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다.(이런 건 바로 경로우대!) 자기보다 나이 많은 아저씨들이 덤벼도 고개 빳빳하게 들고 가슴 내밀면 그들보다 연장자로 보여서 꿇릴 것이 없다.(이거 장점 맞아? 희한하게 우울한 장점이네.) 암튼 노안에도 장점이 있긴 있다.

 

그래도 (끝까지 우겨봄) 동안이 노안보다는 좋다. ^^ 외모가 가져오는 것은 자신감뿐만 아니라 그 다음에 올 많은 것을 대하는 마음 자세부터 달라지게 한다. 그래서 이미 어른이 된 우리도 그렇지만 아직 신체적으로 다 자라지 못한 아이들에게도 외모는 중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거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외모가 가져오는 장점들만큼이나 사람이 스스로 만들어내고 가꾸는 장점들이 충분히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동안이가 마음 주었던 그 여자들인 빛나와 주혜누나와의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그 외모 때문에 동안이가 거절당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사실 그 이유를 듣고 보면 좀 웃기기도 하고. ^^) 사람이 사람을 알아가고 어떤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 역시나 외모가 좌우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우리가 제대로 된 눈과 가슴을 가진 인간이라면 보이는 것부터 보이지 않는 것까지 뚫어 볼 수 있는 제각각의 천리안도 가지고 있지 않는가 하는 말이다.

 

동안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서 충분히 그 의미가 전달되었으리라 생각된다. 누가 아무리 말해도 안 되고, 누가 일부러 주입시켜도 변하지 않는 생각들이 동안이 스스로가 부딪히고 경험해가면서 담아가는 과정들이 유쾌함과 메시지를 가득 담고 있었다. 동안이의 노안 외모로 시작된 이야기와 동안이를 둘러싼 가족의 이야기까지 더해져서 듣는 재미가 상당했다. 가족이니까 끝까지 이어지는 어떤 끈 하나를 계속 풀어가고 있는 느낌이었고, 십대의 의리를 지키고자 하는 성우와의 우정이 파릇파릇했고, 두근두근 첫사랑은 외모의 늪을 빠져나오게 했다. 적어도 앞으로 살아갈 시간을 생각하면 더 이상 외모 따위로 지레 포기하는 일들은 없을 것 같다는 희망이 보인다.

 

현실에서 충분히 만날 수 있는 이야기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저자가 그 재능을 발휘해서 우울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유쾌함으로 가득하게 그려놓아서인지 지독하게 우울하던 차에 만났던 이 책이 온 방바닥을 구르면서 읽게 만드는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그렇다고 알맹이 없이 웃기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동안이도 우리도 할 수 있는 고민들이었고, 우리 역시 만날 수 있는 상황들을 이 책 속에서 함께 듣고 있자니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문제들과 그 안에서 생겨나는 감정들 사이에서 흘러가는 모양들이 눈여겨 볼만했다. 어쩌면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재치 있는 대사와 감정 표현들로 무겁지 않게 만들어내고 있었다. 울어야 하는 순간에는 눈물을, 웃어야할까 울어야할까 모를 순간에는 무표정 속의 웃음을, 웃어야 할 순간에는 당연하게 웃음을 만들어내는 순간들이 즐거웠다.

개운하게 달리기 한판 끝내고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을 샤워기를 통해서 나오는 시원한 물줄기로 다 씻어 내어버리는 느낌이랄까... 정말 후련하고 시원하다.

 

동안이 아닌 똥안아! 기운 내라. 네가 잠깐 마음 주었던 한빛나가 명언을 들려주지 않았더냐. 세상에 얼굴이 전부냐고. 그 예쁜 아이가 그렇게 말했을 정도면 분명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얼굴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아, 물론 내가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외모가 전부인 순간이 있긴 있다. 외모가 밥 먹여 주는 경우도 있다. 부정하지는 않으련다. 그럴싸한 말로 포장해서 긍정적인 것만 들려주지도 않으련다. 다만, 그건 일부분의 모습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말해줘도 잘 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뻑공 누님이 내 얼굴을 좀 보고 말해!’ 라고 부르짖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나이보다 동안이라는 소리 듣고 살아서 네 맘을 잘 모르긴 모른다.) 그런데 말이다. 정말 한참 ‘누님’이 말하지만, 외모가 전부가 아니다. 이 누님의 이상형이 우리 제부로 바뀌었잖냐. 우리 제부 키 작고 오동통(사실은 많이 오동통)하고 얼굴 크고 진짜 못생겼다. 그런데 이제는 그 얼굴이 귀엽게까지 보이더라. 왜냐고? 인간이 됐거든. 인간성이 외모의 단점을 다 가려주고도 남더라. 살아보니 그렇다는 말이라고, 똥안아! 그러니까 너의 우울한 외모 따위는 잊어라. 거울도 좀 자주 보고. 거울 자주 보다 보면 네 얼굴이 소간지 뺨치게 멋지구리구리한 얼굴로 보일 테니 걱정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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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자중독

    ㅎㅎ 동안 군 스토리 만큼이나 재밌습니다. 또 알맹이까지 포함된, 신선 진솔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 뻑공 님 오늘 하루도 내내 유쾌상쾌하시길...

    2012.09.11 10:0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날씨는 우중충했지만, 정말 상쾌하게 읽었습니다.

      2012.09.13 22:16
  • 파워블로그 파란자전거

    재미있게 읽었다는 게 리뷰에 다 나타나네요~~^^ 저도 오늘부터 거울 열심히 봐야할까봐요~~^^

    2012.09.11 10:4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앗~! 그런가요? ^^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엄청 웃으면서 시원하게요. ㅎㅎㅎ

      2012.09.13 22:19
  • 파워블로그 블루

    아,,, 나도 오늘 저녁부터 봐야 할 것 같아요.
    리뷰를 읽는데 왜 이리 즐겁냐고요.
    무척 재미있을것 같아요. ㅋㅋ

    2012.09.11 12:0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ㅋㅋㅋ 즐겁게 읽은 그 여운이 리뷰에 조금이라도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조금이라도 그렇게 봐주셨으면 감사하고요. ^^

      2012.09.14 16:21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