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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귀신

[도서] 살아 있는 귀신

설흔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김시습은 조선전기의 문신이자 학자, 승려였고,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김시습이 금오산에서 지은 최초의 한문 단편소설집이 <금오신화>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검색해서 알게 된 금오신화와 김시습에 대한 이야기다. 분명 학교 다닐 때 언젠가 시험에 나온다고 밑줄까지 그어가면서 달달 외웠던 내용이기도 하건만, 까마귀 고기를 익숙하게 먹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나는 이 이야기가 처음 듣는 것처럼 낯설고 생소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이 책 한권으로 김시습과 금오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 흡수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서였는데, 다 읽고 보니 참 당황스럽다. 내가 봤을 때 이 책은, 금오신화를 읽은 이들에게는 또 다른 금오신화의 해석이 재미있어 보일지 모르겠다. 아직 금오신화를 읽지 않은 이들에게는 당장에 금오신화를 찾아서 읽고 싶어지게 만들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금오신화가 저절로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오세신동이라 불렸던 것처럼 이미 아이였을 때부터 특출하게 시를 잘 지어서 세종의 총애를 입었던 그 꼬마가 결과로만 보자면 어른이 되어 세종의 총애를 입게 되지도 못했고 과거에 오르지도 못했다. 계유정난(1453년)이 일어나고 단종 대신 세조가 왕위에 오르자 방랑자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에 세상에 들고 나온 것이 금오신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럼, 김시습은 왜 금오신화를 썼는가 하는 게 궁금해진다. 세조에 반발하듯 방랑의 시간을 살았던 생육신의 한 사람이기도 한 김시습은 금오산에서 칩거하다시피 했는데, 이상하게도 세조가 부르던 그 잔치에 참석하기도 했고 세조를 찬양하는 시를 짓기도 했다는 것이다. 세조에 반발하던 이가 어느 날 나타나서 세조를 찬양하는 자신만의 표현(시)을 했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 이후로 김시습은 넉 달 동안 행방이 묘연했다는 것이다. 이 책 『살아있는 귀신』은 그 넉 달의 시간에 대한 호기심이자 궁금증의 시작처럼 들려왔다. 금오신화가 세상에 나오기 직전의 시간이기도 한 그 넉 달의 시간을 저자가 재구성해서 들려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동안 들어왔던 김시습이란 인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기도 한다. 그저 역사의 한 부분이었던 그 시기에 함께 했던 인물이기도 한 김시습을 우리가 미처 다 알지 못했던 인간 김시습의 모습으로 더 만나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물론 저자가 만들어낸 허구일 가능성이 높으나 앞뒤를 생각해 보자면 ‘김시습의 금오신화는 이렇게 태어났다.’라는 추측으로 새로운 접근이 충분하지 않았나 싶다.)

 

늘 그렇듯 술에 취해 밤길을 걷던 김시습은 쓰러져 있던 덩치 큰 소년 홍을 만나 자신의 거처로 데려오고, 선무당의 딸이자 예지몽을 꾸는 상아와 함께 홍의 조각난 기억의 집을 찾아주기로 한다. 물론 김시습은 선뜻 그럴 마음이 없었으나 어찌되었든 더 이상 얼굴 보고 싶지 않은 홍을 빨리 떠나보내고자 하는 마음이 컸으므로 도와주기로 한다. 그리고 알아간다. 홍은 누구인지, 홍이 왜 자신에게 온 것인지, 왜 홍이 자신과 만나게 된 것인지를 알게 되면서 방랑자이자 술꾼 김생은 김시습으로, 열일곱 소년 홍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홍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꿈같은 이야기, 그러면서 동시에 생생한 현실 같은 이야기,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이야기가 계속 들려왔다. 꿈인가 하면 현실 같고, 현실인가 하면 꿈을 꾸는 듯한 느낌에 어디까지 따라가야 할지를 몰라 당황스럽기도 했다. 홍이 꿈에서 보았다던 그 집을 찾아가는 과정이 어두컴컴한 깊은 물속을 수영도 못하는 사람이 헤엄쳐서 걸어야 하는 것 같은 막막함을 선사했다. 한편으로는 왜 굳이 홍은 김시습과 함께 그 집을 찾아가야만 하는 것인지 그 이유가 알고 싶어서 계속 그들의 행적을 독자인 나도 쫓아가게 된다. 거의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그 의미를 깨닫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들기도 했다.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열일곱 소년이 거부하던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왔고, 뒷걸음질만 치던 김시습이 금오산에 칩거하듯 방랑하듯 보내던 시간들이 새롭게 보였다. 그 다음의 길을 향한 잠시의 주춤거림 혹은 아직 덜 자랐기에 보일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나 하면서 너그럽게 봐주게 되기도 했다. 특히 볼만했던 것은 어디서 떨어졌는지 모를 홍과 그런 홍이 마뜩찮은 김시습의 대립 같은 구도이다. 홍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서는 이상한 집을 찾아야 한다고 하고, 그 와중에 자신이 기억하는 것은 완전하지 못한 조각들뿐이었다. 가끔씩 홍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김시습이 놀랄만한 이야기들이었고, 상아는 그런 홍의 편에 서서 홍을 돕고자 하니 친한 지기처럼 생각했던 상아에 대해 김시습의 본심은 서운했을지도 모르겠다. ^^ 게다가 홍이 한 번씩 무심코 던지는 말들은 김시습이 다 떨쳐내지 못한 과거를 상기시켜 주면서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김시습의 가슴을 더 억누르게 하기도 했다. 그러니 홍은 술주정꾼으로 보이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 없어 보이는 김시습이 맘에 들 리가 없다. 김시습 역시 자신이 숨어 지내는 가면 하나를 벗겨내려 하는 것만 같은 홍이 은근 두렵기도 했을 것이다. 홍이나 김시습에게는 ‘딱 거기서’ 멈춰버린 시간이 있는 것만 같다. 어른으로 나아가지 못한 홍과 어떤 시간 이후를 지워버리고 싶은 김시습에게 있는 그런 공통점으로 두 사람은 같은 강을 건너야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서로가 원하던 원치 않았던 홍과 김시습은 그 강을 같이 건너가고 있었다. 그 이후의 시간들은 어쩌면 우리가 또 다시 만날 수 있는 역사의 한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금오신화가 어떻게 태어났는가 하는 김시습의 그 묘한 시간을 추적하려 했던 것은 이렇게 새로운 이야기로 우리 앞에 나왔다. 저자는 그 스스로가 이 책에 대해 작정하고 시작한 오독의 결과물이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그 결과물은 참 재미있는 한 편의 이야기로 이렇게 읽혀지고 있었다. 실제로 이 책 속의 많은 부분들이 금오신화에서 가져왔다는 것을 보면 금오신화에 대한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또 다른 호기심을 만들어주고 있기도 했다. 그리고 한편씩 등장하는 김시습의 시를 만나는 재미도 있다.

 

이 책『살아있는 귀신』에 대해서 다 읽어본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책은 금오신화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금오신화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의문스러웠던 김시습의 약 넉 달간의 시간을 저자가 재구성한 이야기이므로 이야기 그 자체로 즐겨보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렇게 재구성한 이야기 속에 저자만의 금오신화에 대한 재해석과 금오신화를 바탕으로 둔 새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지면서 저절로 금오신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생각했던 것은, ‘이 책을 읽고 나면 금오신화에 대해 알 수 있겠구나.’ 하는 거였다. 금오신화에 대해 제대로 읽어본 적 없던 내가 한번은 들어봤던 김시습과 금오신화에 대해 이 책 한권으로 다 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나 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내가 다시 생각했던 것은, ‘금오신화를 읽어야겠구나.’ 하는 거였으니까. ^^ 결국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덥자마자 금오신화를 구매했다는 얘기다.

고전도 이런 식으로 만나면 어렵다는 선입견에서 많이 벗어나게 해줄 것만 같다. 금오신화를 읽은 이들에게 이 책은 금오신화를 다시 떠올리게 만들 것이고, (나처럼) 아직 금오신화를 읽지 못한 이들에게는 이 책이 금오신화를 만나게 해줄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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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eunbi

    청소년 도서라 되어있는데,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요? 중학생 대상? 초딩 조카에게 선물해도 될려나 모르겠습니다... 매월당을 두고 도인으로 분류하는 사람들도있더군요. 신선이 되었다나 어쨌다나... 흥미로운 선인입니다...^^*

    2012.10.21 17:4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네. 청소년문고라고 되어 있습니다.
      제가 읽어본 바, 대상은 중등 고학년이나 고등학생 쯤이면 이 책을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초등학생은 좀 어렵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미 금오신화를 접한 다음에 읽어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저는 지금 거꾸로 이 책 다음으로 금오신화를 읽게 생겼습니다만... ^^
      이 책의 이야기를 근거로 보자면, 스스로가 스님으로 살고자 도첩을 받으려 애썼다고 나옵니다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이야기일 뿐이니 진실은 모르겠습니다... ^^
      저는 이 책이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가 있었어요.

      2012.10.21 23:11
  • 파워블로그 블루

    오호,,, 금오신화가 나오기 전까지의 이야기군요.
    뻑공님의 말씀처럼 이 책을 읽으면 저절로 금오신화가 읽고싶어지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저도 금오신화 읽지 않았어요.
    금오신화도 어서 읽으시고 리뷰 올려주세요. ^^

    2012.10.22 17:5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김시습의 행방이 묘연했던 넉달이란 시간을 저자가 재구성해서 들려준 '이야기'인데요.
      저는 좋았어요.
      블루님이나 블루님의 아이들에게도 읽을만한 책일 것 같아요. 아직 금오신화 읽지 않았다면 같이 읽어보면 더 좋을 것 같구요.
      금오신화 이번에 책 주문할 때 같이 구매하려고 냉큼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흐흐~

      2012.10.22 21:50
  • 깽Ol

    리뷰를 읽을수록 더 궁금해질뿐인데요..
    저도 금오신화 모르나봐요... 낯설기만 해요..-.-;
    리뷰만 봐서는...이 책 읽고도 소화 못할것만 같은...우짠댜..ㅋ
    금오신화 리뷰를 저도 기다릴래요. 고거 보고 이 책은 일단 보류^^

    2012.10.23 00:0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저는 고전을 전혀 안 읽고 살아왔던 사람이잖아요. ㅡ.ㅡ;;;
      그래서 요즘엔 책 구매할 때 고전 한권씩 끼워넣어 사고 있어요.
      이번에 간택될 아이는 금오신화네요. ^^
      이 책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저에게 더 재미있게 다가와서 다행이었어요.

      2012.10.23 22:55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