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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누구 없소?

[도서] 거기 누구 없소?

김태흥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아마도 지난여름이었던 것 같다. 어느 회사의 고객센터 상담원 모집 요강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고객 편에 서서 일할 수 있는 상담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실은 좀 더 강한 문구였는데 이 정도로만 표현한다.) 단 한 줄의 문구였지만 그걸 보던 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지어졌었다. 늘 고객의 입장이었던 나에게 정말 좋은 일인가 하면서 ‘좋네~’를 연발했었다. 그런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나니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문구로 변신하는 것이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더할 수 없이 매력적인 문구이긴 하다. 회사입장에서도 역시나 고객에게 욕먹지 않기 위해 가져야할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그럼 상담원으로 일해야 하는 사람의 입장은? 고객을 상대로 무조건 예스맨이 되어야만 한다는 것일까.

사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나 역시도 한때 ‘진상’고객이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입장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나에게 해결되어야 할 일들이 해결되지 않은 그 상황만이 중요했었고 해결되면 그만이었다. 나는 돈을 주고 구입한 것들에 대한 권리를 가지는 고객(소비자)이고, 고객센터는 그런 고객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회사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객센터를 운영해야 하는 것이고, 고객과 회사 사이의 문제들에 대해 전달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고객센터이고 그 안에 소속된 상담원들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크게 변함이 없으나, 그러한 고객센터나 상담원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달라졌다고는 말할 수 있다. 가능하면 목소리가 아닌 자판을 두드리는 1:1문의를 먼저 한다. 그리고 해결이 안 될 때 전화를 통한 상담을 한다. 웬만해서는 언성을 높이지 않는다. 내가 먼저 인사도 한다. 그냥 차근차근 순서에 맞게 이야기 하려고 메모를 먼저 하기도 한다. 내가 정한 순서나 원칙(먼저 화내지 않는다는 식의)을 지키면 사실 고객센터와 나 사이에서 싸울 일은 거의 없다. 그냥 상담 접수하고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면 된다. 다만, 시간이 지나도 해결이 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면 그때는 좀 난감하긴 하다. ^^

내가 어느 회사의 고객센터 이야기를 먼저 시작한 이유는 아마도 감정노동자라 불리는 직업 중에서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보통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이들 대부분이 감정노동자인데, 고객의 얼굴을 맞대고 일하시는 분들도 그렇겠지만, 오늘날의 소비문화를 보면 필수적으로 운영되는 고객센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의 정의라고 설명해주었던,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이란 “배우가 연기하듯 직업상 다른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자신의 감정을 고무시키거나 억제하는 등 우리 자신의 감정을 어느 정도 관리해야 하는 일”이라고 설명하면서 “감정(heart)이 하나의 상품처럼 관리된다(manage)”고 강조했다. 이 정도 설명이면 충분한 것 같다. 자신의 감정을 자신의 마음대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어떠한 정신적인 질환까지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는 98%나 동일하며 침팬지 뇌에서 발견되는 모든 화학물질이 인간의 뇌에서도 발견된다고 한다. 인간의 원시적인 감정-분노, 사랑, 연민, 우울 같은-이 어떤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서 조종되어야만 한다는 것이 무섭다는 것이다. 그렇게 감정의 표출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우리 안에 쌓이는 병들, 모든 것을 통틀어 스트레스라 말하는 병이 그러하다. 스트레스가 모든 병의 근원이라고 할 만큼 위험한 것이라는 것이다.(이건 뭐 여러 번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만...) 스트레스는 화병과도 일맥상통하는 병이 아닐까 싶다. 의학용어로도 화병은 영어 그대로 표현해도 hwa-byung이다.

요즘 우리 살아가는 세상을 보면 서비스업이 아닌 게 거의 없다. 어딜 가나 고객 응대에 대한 것을 먼저 배우고 고객 앞에서는 늘 고개를 숙이고, 고객이 틀린 말을 해도 옳은 말이라고 탕탕 정의 내려지기도 한다. ‘The customer is always right(고객은 언제나 옳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안에서 가장 많이 감정적으로 힘든 사람은 감정노동자인데, 고객과 회사 사이에 고용된 감정노동자는 요즘 유행하는 어느 개그코너의 유행어처럼 “사람이 아니므니다~”이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은 기본이고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나 커피점, 편의점, 의료업계 등등 생활 구석구석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많은 이들이 감정노동자이다. 저자는 그런 직업적인 곳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 같은 사적인 관계에서도 감정노동자는 생겨난다고 했다. 그런 관계에서조차 감정노동이라 표현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이유는 아마도 자신의 원시적인 감정마저 제대로 표출할 수 없을 때를 종종 만나기 때문일 것이다. 불편해서 눈치 보고, 조심해야 하는 상황들이 가져오는 것은 감정노동이라고…….

다시, 대부분의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 요구되어지는 감정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실제로 당사자들은 감정노동이 무엇이고 왜 문제가 되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직원이 손님을 만날 때는 왕과 노예 같은 관계라고 한다. 손님과 직원의 서열을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져서 시작되니, 처음부터 스트레스도 함께 시작된다는 것이다. 저자의 리서치에 따르면 감정노동이란 단어를 모르는 근로자도 상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 스스로가 감정노동자인지, 감정노동자로서 마음의 병을 얼마나 감당하고 있는지조차 알기가 드물다고 한다. 그러니 원인도 모를 병을 얼마나 많이 가슴에 품고 살아왔겠는가. 저자의 말대로라면 그 감정노동으로 가져오는 병을 스스로가 인지하고 인정한 순간 병은 나을 수 있다고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다 그런 거지.’하면서 넘어갈 일이 아니고, 스스로가 병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야 한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기본이 되는 스트레스. 스트레스부터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적용해 보면 한 단계씩 나아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해준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자신의 지금 상황이 감정노동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표현해야하는 감정과 내가 가진 감정이 다르기 때문에 나는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상기하자. 이렇게 자기 스스로가 자신의 뇌에 알려주기만 하면 스트레스가 50%이상 격감되고 마음이 가벼워진다고 한다. 우리가 화를 나게 하는 부신피질에서 나오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이 확 줄어든다고 한다. 조금 더 현명하게는 서열-고객은 왕이라는-이라 불리면서 그 안에 감춰진 인간의 심리에 적용되는 스트레스를 잘 파악하면 슬기롭게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유명한 말을 심호흡과 함께 내 안으로 흡수하면 더 좋을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 외에도 명상법 같은 어렵지 않은 방법을 저자가 들려주고 있다. 전문적인 치료와 병행하면 더 좋을 테지만,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겁먹을 필요가 없다. 내 안의 생긴 상처니 내가 치료해 갈 수 있으니까.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다치기 쉬운 것인지를 새삼 알게 해주는 책이었다. 말로 받은 상처가 가져오는 것이 상상도 하지 못할 큰 흉터로 자리한다는 것 역시나 놀라울 정도였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다. 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 행동, 사고방식이 그 사람의 인격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서로의 위치가 다르다 할지라도 -고객, 회사, 직원- 누구 하나 함부로 대해도 되는 인격도 없는 것이다. 이 책의 부제가 ‘사람 잡는 감정노동’이다.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감정노동의 시대인데 감정노동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된다면 조금 더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 책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현명한 감정노동을 할 수 있는 길을 되길 바란다.


개그콘서트 <정여사> 코너의 브라우니를 데려와서 진상 고객에게 들이대야겠다. “브라우니,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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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블루

    업무적으로 전화로 통화하는 경우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아요.
    이래서 감정노동자군요.
    보험을 권하거나 하는 등의 전화를 받을때 스트레스를 받지만, 되도록이면 친절하게 말하고 끊으려고 해요.

    2012.11.01 13:3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면서 살아가는 세상이니 감정노동 아닌 게 없겠지요. ^^
      우리가 교류하고 있는 이 공간 안에서도 감정노동이 심하다는 것을 저는 요즘 더 많이 느끼거든요. 제 성격에 감당 안 되는 부분들이 많이 있음을 알아가고 있어요...

      2012.11.05 14:11
  • 깽Ol

    사실.. 어느 직업이든 다 사람과 연관되어 있기에...
    감정노동자 아닌 사람이 어딨을라고요. 좀 더하고 덜하고의 차이겠지요.
    고객센터 상담원 같은 경우는 그 강도가 좀 많이 심하다는거겠죠.
    아... 저도 좀 반성해야겠어요. 스맛폰 교체, 보험사 전화 등등... 한 두번도 아니고..
    요즘은 걍 일반 휴대폰 번호로 오니까 거의 받게 된다고요..;;;; 특히나 바쁠때는..
    저도 모르게 스팀이 확 오르지만.... 한 번 더 상대방을 생각해야겠네요.
    그렇죠. 가까운 지인이 아닌 이상 스쳐가며 한 번 통화하는 고객센터나 그 외의 사람들은
    사고방식, 행동까지는 모르나... '말'이라는 건.. 자신을 나타내는 거울이니까..
    좀더 생각하고 뱉는 어른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최소한 상대방을 불쾌하게는 만들지 않아야 하니까요.

    2012.11.01 22:1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이 책에서도 고객센터 상담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려줬어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감정노동 아닌 순간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하게 만들더라고요.
      특히 가족간에도 그 감정노동이 존재한다는 것에서는 공감하기도 했어요....

      근데 텔레마케터 전화는 저도 정중하게 거절하기는 하는데, 사실 그들의 마음과 입장을 많이 헤아리지는 못하겠더라고요. 미안하지만서도.... ^^

      2012.11.05 14:20
  • 파랑뉨

    저는 상담전하 같은 거 올때는 '관심없습니다'하고 저쪽의 멘트를 기다렸다가 전화를 끊지요. 저는 고객상담 같은 거는 못할 것 같아요. 목소리는 친절할지 몰라도 얼굴은 온통 찡그리고 있을게 뻔하거든요.
    이런 분들의 노고를 짐작하기에 가능하면 크게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나중에 비꼬는 말 한 마디 정도는 하지요. 암튼 진상소리는 않들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2012.11.03 20:0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ㅎㅎ 저도 얼굴에 다 표가 난다고 하더라고요. 바로 표시가 난다고...
      어느 순간부터 저는 고객센터 통할 때 정중해지려고 노력해요. 화부터 내지 말고 차근차근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하고요. 딱히 나쁘게 해결될 때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요.. ^^

      2012.11.05 14:22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