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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

[도서]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

테오 글,사진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당신의 책을 다시는 찾지 않게 되기를 바랐어요. 내가 예전에 당신의 책을 품에 끌어안았을 때는 위로의 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거든요. 이제 위로 따위는 나에게 필요 없는 일로 살아가고픈 욕심에, 당신의 책을 내가 먼저 찾지는 않겠다고 어설픈 자존심을 내세웠어요. 혹시라도 내가, 나중에 당신의 다른 책을 만난다면 그때는 그저 ‘쉼’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 같은 느낌으로만 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당신의 책을 나를 위한 위로의 의미로 만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랜만에 책장 안에 꼭꼭 숨겨두듯이 모른 척 지나가고 싶었던 당신의 책을 나 스스로 이렇게 다시 꺼내요. 느리게 걷고 있던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 사람들을 직접 마주하고 그곳을 걸었던 당신의 느낌이 그대로 나에게 다시 다가와 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어요...

 

낯설 골목을 걸어 본 사람은 알고 있습니다.

다른 방식의 행복이 존재한다는 것.

삶에는 여러 방식의 행복이 존재한다는 것.

한 가지 행복에 무뎌진 심장이 다르고 낯선 방식으로 설레게 된다는 것. (27페이지)


 


모래 대신 소금이 가득하고, 어디를 둘러봐도 소금이고, 시선이 닿는 너머까지 새하얀 소금뿐이라던... 사막에 비가 내리면 하늘도 새도 거울처럼 비치는 소금빛 호수가 된다던 그곳,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을 향해 가는 길의 여정이 당신의 눈과 글을 통해서 나에게 전해지고 있어요. 낯선 지명만큼이나 너무나도 분명하게 이국적인 풍경들과 선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만들어요. 이 책이 나에게 지금 주었으면 하는 마음, 그거였어요. 조금만 천천히 흘러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코카를 재배해서 차를 만들어 생계를 이어가는 차빠레 마을 사람들을 보고 사람의 욕심은 어디로 다 날아간 것일까 생각했어요. 화학약품과 조합해서 마약을 만든다는 코카를 차빠레 사람들은 건전하게 차와 약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 너무 순수했어요. 왜 그래야 하는지(마약으로 만들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동화되고 싶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요. 지금 내가 사는 이곳은 남의 것도 버젓이 보란 듯이 훔쳐가는 곳이잖아요. 지키고자 하는 예의의 선을 너무도 쉽게 지워버리는,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을 돌아서게 하잖아요. 이런 곳에서의 삶에 익숙한 나는 차빠레 마을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것이 무언가를 놓치고 사는 것만 같았어요. 쉽게(?) 벌 수 있는 돈이 되는 것들이 눈앞에 그렇게 펼쳐져 있는데 그런 것을 눈에 담지 않았어요. ‘그게 정말 가능할까요?’라고 당신에게 묻고 싶지만 그러지 않으려고요. 대답을 이미 알 것 같거든요. 이 느낌은 도박소년 라파엘의 이야기를 듣고서도 마찬가지였어요. 라파엘이 지독한 사기꾼인줄 알았거든요...

 

드넓은 티티카카 호수와 티티카카 호수를 지켜주는 것들, 소금사막과 소금호텔. 당신이 들려주던 많은 이야기가 처음에 나에게는 그저 ‘신기함’만으로만 다가왔어요. 모래 대신 소금이라니요, 소금으로 호텔을 만든다니요. 그런데 진짜였어요. 비록 비가 내리면 소금호텔이 무너져 내려 영업을 할 수 없다고 해도, 소금이 녹아내리면 매번 보수를 해야 한다고 해도 그곳의 사람들은 그렇게 다시, 계속 쌓아올리고 있을 것만 같았어요. 자꾸만 ‘빠르게, 더 많이, 내가 먼저’를 외치는 여기 보다는 다르다는 것을 그대로 볼 수 있었거든요.

 

당신이 걸었던 그 길이 그대로 보여주던 것은 아주 느리게 걷는 사람들, 다음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았어도 걷는 사람들, 그렇게 걸어야만 했던 사람들의 모습이었어요. 그리고 당신이 만났던 그곳의 모든 장소들이 그렇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곳이었어요. 넘쳐나는 소금으로 부를 쌓을 수 있음에도 자신들이 필요한 만큼만 정제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걸 증명이라도 해주듯이 그곳은 그렇게 삶이 흘러가는 곳이었어요.

 

간혹 의지를 넘어서는 어려운 일과 정면으로 마주치는 일이 있습니다.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 239페이지)

 

내가 정한 예의의 선이 있습니다.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게 인간다운 최소한의 모습이라 생각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시행착오를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나 스스로 인지하는 한 지키려고 애를 쓰면서 살아가는데도, 간혹 고의든 실수든 그것을 져버리게 만드는 사람들과 세상으로 인해 내 심장은 차가워지고 마음은 돌덩이가 되어버립니다. 누군가가 고의로 그런 것이라면 나는 더더욱 단단한 바위 하나를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이 되어가겠지요. 그리고 나도 그 예의의 선을 지워버리고 살아가는 수밖에 없는 삶을 그려가고 있겠지요. 하지만 그러기는 싫거든요. 사는 게 너무 피곤해요. 지쳐요. 어려워요.

 

그럴 때마다 다시 또 당신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해요. 당신의 발걸음이 머물던 그곳의 이야기를 찾게 되는 일을 반복하고 있어요.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믿어지지 않았던 그곳의 이야기들로 마음을 추슬러 주길 바라면서요. 소금호텔에 밤이 내려, 양초 하나의 밝기에 모든 것을 의지해도 두렵지 않은 밤을 지내고 싶어져서요. 소금사막에 비가 내려 호수를 만들고, 내가 하늘을 걷게 되는 일이 일어날까요? 일어날 거라 믿고 있어요. 아직은, 돌덩이가 되어버린 내 마음에 그런 믿음 하나쯤은 들어갈 자리가 남아있는 것 같다고…….

 

삶은 결국 여행입니다. 오래 떠나는 산책입니다.(196페이지)

 

그래서 저는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 산책길에서 내 발바닥을 아프게 누르는 돌멩이 하나를 밟았을 뿐이라고요. 더 크고 더 뾰족한 돌멩이를 밟게 되더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발바닥에 굳은살이 박이는 연습중이라고요. 당신의 말처럼 지키고 싶은 것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쓸쓸하지 않을 인생을 위해서요. 지키고 싶은 그게 무엇이든, 얼마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내게 왔든…….

 

부오스! 그라시아스!





당신은 첫 번째 책에서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한결같네요.

당신이 들려주는 이 말이 너무 좋아요...

 

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향하는 것입니다.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여행에게로 향하는 것입니다.

그가 물으면 나는 대답합니다.

여행아, 네게로 갈게.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 에필로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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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키드만

    테오님께 보내는 편지와도 같은 리뷰가 정말 너무 좋네요...
    저도 그분의 책을 통해 다시 만나보고 싶어지네요... ^*^

    2012.12.01 22:4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저는 이분의 글을 천천히 넘기면서 만날 때가 좋아요. ^^
      키드만님께도 테오의 글이 흡수되어 맘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2012.12.03 18:59
  • Dean

    바로 거기쯤이야 너를 기다리는 곳... 한 권 밖에 못봤지만.. 참 대단한 분이에요..
    아마 속은 여성일거에요.. ^^ 소금사막이라는 곳 처음 들어보는데.. 제가 봤다면 그냥 소금 투성이구나로 끝났을텐데... 이런 감성을 끌어낼 수 있네요.. 테오님도... 그 글을 보신 뻑공님도... 뻑공님께 테오님 책은 힐링의 도구인가 봅니다... ^^ 리뷰에 애정이 묻어나네요..

    2012.12.03 10:4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소금사막이란 곳도 신기했지만, 소금으로 만든 호텔이 더 신기했어요. 그 안에서 투숙하고 있는 여행객들도 신기했죠. 비가 내리면 녹아내려 보수를 자주 해주어야 한다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운영을 하고요... 그 공간을 유지하는 마음이 더 궁금했어요.
      저는 그냥 테오의 글이 저에게 주는 순간적인 느낌들이 좋아요. 계속 그랬으면 좋겠어요. ^^

      2012.12.03 19:01
  • 파워블로그 블루

    테오가 그렇게 좋아요? ㅋㅋㅋ
    테오의 감성과 뻑공님의 감성이 맞나봐요.
    그러니까 그렇게 그의 글들이 가슴속으로 마구 들어와 오래도록 살아있는거겠죠.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 호수로 변한다는 그곳 티티카카의 호수에 저도 한번 꼭 발자욱을 남기고 싶어요.

    2012.12.03 13:3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테오라는 사람을 제가 잘 모르니까..^^
      테오의 글을 좋아한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 저랑 코드가 맞았나봐요.
      처음 그의 책을 만났을 때부터 끌렸던 것 같아요...

      2012.12.0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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