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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날들

[도서]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날들

필립 톨레다노 저/최세희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육체가 늙어가고 자꾸만 위축되어 가는 마음이, 오래전의 젊음이 사라지는 사람이 우리네 부모인가보다. 늘어난 주름과 군데군데 피어나는 검버섯과 육체만큼이나 정신이 병들어갈 수도 있는 사람. 그런 부모를 지켜봐야 하는 것이 자식의 당연한 의무일 텐데... 아직은 어리고 부족하고 철이 덜 든 자식은, 노력을 해야만 그 도리를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그 안에서 사이가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부모자식도 없다. 화해나 용서도 없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냐고 묻는다면, 선명한 대답을 할 수도 없다. 그저 언제부턴가 그 기억이란 것이 그것만 남겨놓았다고 말할 수밖에.

 

 

96세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순간까지의 약 3년여의 기록을 사진작가 아들이 담아냈다. 단기기억 능력을 상실한 아버지는 3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순간도 기억을 못한다. 어머니의 장례식이 끝나고 돌아와서는 어머니가 어디 가셨는지 묻는 아버지에게 아들은 돌아가셨다고 말하지만, 그런 대답에도 반복해서 다시 묻는 질문이 이어진다. 결국 아들은 어머니는 파리에 가셨다고 말한다. 언젠가는 서커스 공연을 하러 가셨다고도 말한다. 그런 아버지를 돌보며 기록한 아들의 마음이자 담담한 각오 같은 일기다. 지극히 사적인 일기를 그는 온라인에 공개했고, 그의 사진과 글에 공감하는 이들의 마음이 더해져 책으로까지 이어졌나보다.

 

누군가의 솔직함을 드러낸 글에 공감의 댓글을 남기고 동참하는 이들의 마음이 어떤 것이었을지 추측해보지만, 내가 다 알수가 없다는 마음으로 마무리가 된다. 대부분은 미처 다 하지 못한 후회이거나, 앞으로의 시간을 위한 새로운 다짐이거나, 소리 내어 울지 못했던 눈물을 활자로 확인하는 순간이었을지 모르겠다. 그 대상이 아버지여서 그런가, 나는 이 책의 저자인 필립 톨레다노나 그의 글에 공감의 댓글을 남겼다던 다른 이들처럼 아버지에 그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나에게 있어 아버지란 대상은 그들처럼 마음을 전한다거나, 이 글로 하여금 아버지를 보는 시선이 변하게 된다거나, 내가 직접 챙겨야 할 존재가 아니다. 내가 침묵해야만 평화가 유지되는 관계, 딱 거기까지다. 그래서 이런 책들-아버지에 관한-을 볼 때마다 나에게는 공감이나 이해가 많지 않다. 다만, 그 대상을 어머니로 치환해서 읽을 뿐이다. 그럼, 그때부터 그 책에 대한 감정은 180도 달라진다. 가슴이 출렁여 굉장히 감정적이 되고, 서로가 이별해야할 시간에 대해 무거운 마음을 담아야만 하는 순간이 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저자와 저자의 아버지를, 나와 나의 어머니로 읽고 보았다. (어쩌면 그 대상을 누구로 하던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단기적인 기억을 전혀 못하기 때문에 화장실에 한번 들어가면 몇 시간이고 앉아계시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들의 마음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나기도 하고 아물지 않는 상처처럼 생생하게 각인될 것이다. 언젠가 마주할 아버지와의 이별에 눈물을 꾹꾹 채워 누르고 있었을 것이다. 얼마 전에 먼저 보내드린 어머니를 떠올리면 더욱 그러하리라. 그런 마음으로, 가만히 아버지를 응시한다. 아버지의 젊음과 생기는 점차 소멸되고, 짧은 시간동안 사라진 기억들은 공기 속에 흩어졌을 것이다. 이제 아버지에게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일까. 노쇠해진 육체? 토막 난 기억? 먼저 간 그리운 이를 떠올리는 시간?

결국, 같은 것인가... 그 대상이 어머니든 아버지든, 그 자리에 있는 존재감과 의미와 마음, 사라져가는 것들이 가져올 감정들이 감당해야 할 몫은...

 

필립 톨레다노가 쓴 이 일기 같은 글은 예상외의 분위기로 재미있었다. 제목의 일부분인 ‘마지막 날들’이라는 문장이 가져오는 느낌은 ‘이 책을 읽을 때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하는 듯했지만, 정작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동안 우리가 다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하면서 웃음까지 주었다. 부모라는 존재와 화두가 가져올 슬픔도 분명 있었지만 그가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순간들이 귀여(?)웠다. ^^ 때로는 아이 같이 천진난만하고, 때로는 심연의 눈빛을 하고 세상을 사는 어른 같이, 때로는 한때 젊음을 누리던 남자 그대로의 모습으로 우리의 기억 속에서 아버지를 꺼내게 했다. 그가 미처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까지 우리가 기억해야만 하는 것 같이...

 

 

늘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이별이 있다. 그 이별을 감당해야 할 몫은 우리 자신의 것일 테고. 어쩌면 저자는, 아버지와 함께 하기 시작한 그 순간 아버지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준비를 했다고 해서, 이별이, 이별이 아닌 게 되지는 않겠지. 이별은 말 그대로 이별일 것이기에. 그렇게 이별이 지나가면, 빈자리가 남는다.

 

 

‘가정의 달’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5월이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 요즘 만나는 책마다 가족이나 부모가 소재가 되는 책들이다. 읽으면서 마음이 많이 가라앉기도 했지만, 같은 것을 두고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보게 하기도 하는 시간들이었다. 마주봐야 할 사이인데 시선을 맞추지 않아 힘겨운 관계로 이어져 온 것이었던 게 아니었나 생각하게 만든다. 서툴고 어렵겠지만 먼저 화해의 마음을 열어보여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아 이 책 속 아버지의 모습들에 주먹을 쥐었던 손을 풀어본다. 나는 늙어가는 나이, 당신은 삶을 마감하는 나이, 이 책의 저자와 내가 바라보는 아버지는 다르겠지만 분명 같은 것도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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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금비

    아, 뻑공님 오늘은 이 정도로 마실을 마쳐야겠어요. 아흑 ㅠ 다시 와서 글 읽을게요^-^ 일단 누르기만 하고...헤~

    2013.05.16 00:2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블루

    술 드시면 말로 깨시는 아버지때문에 그 시간들에서 얼른 빠져나오고 싶었는데,
    그랬던 아버지도 이제 연세가 드셔 우리에게 잘하려는 모습이 어떨때는 안타깝기도 해요.
    연민도 생기고.
    아버지와 딸과의 관계는 그리 가깝다 생각지 않아요. 반면에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는 남자들만이 느끼는 그런 끈끈함을 느끼게 되는 걸까요?

    2013.05.16 09:5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우리 아버지는 안 그러시거든요.
      아버지는 딸을 예뻐한다는 말을 종종 들어도 이해 못했는데, 오래 전에 친구네집 가서 알았어요. 친구네 아버지가 딸과 친구사이처럼 지내시더라고요. 그때 알았죠. 아, 아버지는 저런 것이었구나 하고요.

      2013.05.19 16:43
  • 스타블로거 키드만

    저는 왜 그런지 주름진 부모님들의 손을 보면 그렇게 가슴이 찡할 수가 없어요..
    만졌을때 그 거침도 그렇구요.. 위의 사진들 중 손의 사진을 보니 또 맘 한켠이 저릿해 오네요..

    2013.05.16 10:5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요즘 저희 엄마 손을 보면... 저도 그래요... ㅠㅠ
      나이 드셨어도 손이 곱다 하셨는데, 요즘 진짜 마르고 피부가 얇아진 손이 되어서는....

      2013.05.24 00:44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