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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넘브라의 24시 서점

[도서] 페넘브라의 24시 서점

로빈 슬로언 저/오정아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우연처럼, 아니, 운명인가? 페넘브라의 서점에 취직한 클레이 재넌. 밤 시간의 근무를 하면서 페넘브라 서점의 규칙을 하나씩 어기게 된다. 불문율인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야단맞을 각오로 실토했으나 그건 오히려 또 다른 모험의 시작처럼 여겨졌다. 아마 그 호기심이 페넘브라 서점의 많은 것들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조금은 이상한 서점 같다. 서점에 진열된 책을 보면 안 되고, 딱히 손님이 너무 많아서 24시간 영업을 하는 것 같지도 않다. 서점은 항상 문이 열려있고 불이 켜져 있다. 맡은 시간만 열심히 일하면 되겠지 싶어서 별 의문 없이 시작된 일이었다. 그런데 클레이가 근무하는 시간에 찾아오는 손님들은 좀 특이하다. 왜 저런 책을 골라 가는지 모를 책들만 가져가고, 성격 또한 괴짜 같다. 서점 직원의 할 일 중 하나는 그렇게 찾아오는 손님의 외모나 성격 주고받은 대화들을 기록하는 것도 있다. 페넘브라의 서점은 서점 주인인 페넘브라도, 찾아오는 손님들도 정말 수상쩍고, 이상하기도 하다.

 

그러던 중에 클레이는 마법 같은 일을 저지른다. 컴퓨터를 이용해 서점 안의 공간을 입체화하고, 꽁꽁 숨겨둔 것 같은 서점의 비밀에 접근하고, 결국은 페넘브라의 서점이 불을 끄는 일까지 발생하게 한다. 그렇지만 그게 꼭 비극적인 일만은 아니었다. 페넘브라 서점의 미스터리가 풀릴 수 있는 시작이었으니까. 500년 동안 불이 꺼진 적이 없다는 페넘브라 서점이 문을 닫은 순간 사건은 이미 시작되었다. 숨겨진 듯한 비밀조직, 그 조직의 중심은 책, 그리고 불태워질 위기에 놓인 책까지. 사실, 책 속의 암호를 풀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 왔고 , 그 가운데에 페넘브라 서점이 있었다. 알 수 없을 듯한 그 의미를 파헤칠수록 흥미진진해진다. 이 책의 구성에서 1부가 이야기의 시작을 끌어내는 수순이었다면 2부는 이제 막 시작되는 그 비밀의 시작과 함께 지하의 비밀 도서관을 보게 한다. 그리고 그 다음은? ^^ 예상하는 것처럼 그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이 나온다. 아날로그적인 책으로 가득한 것으로 시작된 장면들이 디지털 기기와 함께 어우러지는 이야기가 미스터리 같은 이 사건의 해결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들이기도 하다. 종이책과 전자책이 보는 방식에 있어서 상반되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출판시장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시스템이기도 하니까.

 

오랜 시간을 우리와 함께 해온 책, 역사적으로 들려오는 인쇄술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사양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종이책에 대한 생각들까지. 많은 소재들로 하나의 이야기가 탄생했다. 작가의 잠깐의 착각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우리의 현재를 대신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불법적인 일들과 함께 풀어가는 과정이 모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변화된 세상을 보여주는 느낌도 든다. 기존에 들어왔던 내용들과 처음 듣는 내용들이 사실인지 허구인지 모르게 묘한 느낌으로 잘 어우러져 재미를 주고 있다. 그게 이 소설의 매력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책을 읽으면서 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그 자체가 내 귀를 솔깃하게 하는 소재이기는 하다. 단순히 책 하나에 머무른 미스터리 추적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책이 만들어지는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인쇄술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다. 그러한 소재들이 한데 모여 『페넘브라의 24시 서점』으로 독자들을 모여들게 하는 이유가 되는 듯하다.

 

특히 종이책이 가득한 곳에서 디지털 기기가 익숙한 직원이 새로 들어왔다는 설정부터가 어떤 복선처럼 이들의 모험을 예고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물론 이 부분은 이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확신할 수 있겠지만. ^^ 한편의 마법 같은 이야기가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순간인 것 같다. 하지만 이 책 속에서 등장하는 그 갈등은 우리가 책을 만나고 있는 지금을 잘 묘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종이책은 여전히 출간되고 있지만 전자책 시장도 계속 넓어지고 있고, 책 놓을 공간이 부족해지니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나도 전자책에 대한 관심을 끊을 수는 없다. 종이책이 사라질 거란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종이책이 희소성을 가진 보물로 둔갑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책의 암호를 풀어 개방하느냐 계속 비밀처럼 폐쇄하느냐 하는 부분의 이야기는 상당히 진지하게 들리게 한다. 그 이유가 분명해야 노선을 정할 수 있을 테니.

 

내가 좋아서 읽고 있는 책이나, 책이 가득한 도서관이 함께 해 온 긴 시간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내가 어떤 자세로 책을 대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도 불러온다. 책이 가득한 공간을 상상하면서 읽기 시작했을 때는 책 냄새나 먼지 풀풀 날리는 향수를 기대하게 했는데 의외로 공이 다른 곳으로 튄다. 사실과 허구가 함께 한, 좀 오묘하고 엉뚱한, 판타지와 모험으로 이어지는 책여행이었다.

 

읽는 재미 살짝, 내 취향에 따른 지루함 살짝, 그 경계에 머물러 있던 책.

 

 

참고로, 나는 <페넘브라 24시 서점>의 손님 자격은 안 되는 것 같다. 손님의 자격 다섯 가지 항목 중에서 해당된다고 생각되는 항목은 한 가지 뿐이다. 심각한 야행성도 아니고, 책 먼지 알레르기가 살짝 있고, 마법사가 있다고 믿지는 않고, 책을 좋아하지만 ‘세상 그 무엇보다’ 책을 사랑하는 건 아니다. 외출보다 퍼즐 풀기처럼 가만히 앉아서 뭘 하는 게 좋은, 딱 그거 하나만 해당된다. 그래도 절반 이상은 해당되어야 페넘브라 서점의 손님 자격이 주어지는 거 아닐까, 생각했는데... 입구에서부터 거절당할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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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블루

    입구에서부터 거절당할듯해요?
    세상 무엇보다 책을 사랑하는 것 같은 저도 거절당할까요? 야행성은 절대 아닌데. ㅋㅋ

    처음 책을 홍보하는 문구는 굉장히 자극적이었어요.
    나도 모르게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를 생각한거죠.
    책을 읽는데, 너무 뻔해서 ㅋㅋㅋ 지루했어요.

    2013.10.29 16:4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당연히 거절 당하죠. ㅎㅎ 다섯 가지 조건 중에서 하나만 겨우 충족시키는 고객인데요. 풋~
      저도 이 책이 만족스럽지 않아요. 궁금했던 책인데 뚜껑을 열어보니 식은 물기만 흥건히.. ㅠㅠ 뻔하더라도 읽어가는 재미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걸... 많이 아쉬운 책이었어요.

      2013.11.03 23:54
  • 파워블로그 Aslan

    책과 영화 드라마에서 어떤 책들이 주된 소재로 거론되면 확실히 색다른 재미가 있는 것 같네요! ^.~

    2013.10.29 21:5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맞아요. 저도 그래요. ^^
      책을 소재로 한 책들이나 영화를 보면, 일단은 좀 설레기부터 하거든요...

      2013.11.03 23:55
  • 파랑뉨

    저도 먼지 알레르기가 있는데 아무래도 힘들겠군요^^ 책이 가득한 곳에 사람을 집어 넣고 책을 펼쳐보지 말라면 딱 고문이네요^^

    2013.10.30 01:2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희망고문 같은 걸까요? ^^
      책이 그렇게 많이 꽂혀있는데 펴보지 말라고 하는 건 무슨 심보였는지...ㅋ
      결과적으로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재미와 만족감을 주지는 못했던 책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2013.11.03 23:56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