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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본 책
사이공 나이트

[도서] 사이공 나이트

정민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베트남에 모인 세 명의 남자가 있다. 대수, 순철, 도식. 이들은 모두 기승이라는 한 남자와 연결된 관계다. 기승의 사업에 투자를 하고 배당금을 받아오면서 알게 된 사이다. 돈 놓고 돈 먹기. 기승은 고리대금으로 돈을 불렸고, 이들 세 남자에게 투자를 받았으며 이익을 만들어내고 배당금을 그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그 사업을 이어왔다. 배당금을 받는 방식은 오직 하나. 이들이 베트남으로 직접 받으러 올 것. 그리고 계속 그렇게 해왔다. 한국에서, 태국에서 기승에게 배당금을 받기 위해 몇 차례 베트남을 방문했다. 제법 쏠쏠한 재미를 주던 사업을 접겠다는 기승은 마지막이라는 구실로 이들을 베트남에 오게 한다. 그런데 막상 베트남에 도착한 세 남자는 기승을 만나지 못한다. 기승은 연락두절이었고, 기승의 집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 있었던 것. 세 남자는 기승을 찾아야 한다. 안부는 둘째 치고 투자 원금도 회수해야 하고, 무슨 일인지 확인해야만 한다. 그런 과정에서 대수와 순철, 도식에게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게 되고 이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순간들을 경험해야만 했다.

 

캄캄한 호찌민의 밤,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찌르는 뒷골목, 쾌락을 쫓기에 좋은 유흥가, 돈이 넘쳐나던 이들에게 더없이 안성맞춤인 곳 같았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즐기던 그곳은 이제 같은 곳이 아닌 게 되어버렸다. 사라진 사람을 찾는 일,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줄지어 일어나는 동안 세 남자는 지친다. 술에 파묻히고 여자와 뒹굴고, 무기력하게 그곳의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들에게 기승을 찾는 일이 어떤 의미일까. 기승을 찾아야만 하는 것일까. 왜? 도대체 이들이 감춘 거짓은 무엇이며, 찾아내야 할 진실은 무엇인 것인지...

 

사건에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동안 처음에 보여줬던 사건, 기승이 사라졌다는 긴장감은 없어지고 다른 분위기가 이들의 몸을 감싼다. 그들 각자가 그동안 지나온 과거, 어떻게 베트남까지 흘러오게 되었는지, 어떻게 돈을 모아 기승에게 투자하게 되었던 건지, 많은 이야기가 각자의 시선으로 회자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많은 돈과 유희와 무기력함에 익숙해진 그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 가운데 누군가의 죽음이 이어지고,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고, 사람들의 진짜 모습이 하나씩 드러난다.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아니, 알면서도 굳이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 돈으로 무마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고, 음습한 뒷골목의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진다. 한국행 비자를 얻기 위해 두 번 본 남자와 결혼하자고 말하는 여자, 그런 여자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서류의 빈칸을 채워 넣어주는 남자가 도식이다. 한참 돈을 쌓아두고 살면서 치고 빠질 때를 잘 알았던 순철은 기승에게 하는 투자가 하나의 놀이처럼 보였다. 기승이 마지막이라는 단서를 던지면서 이들을 초대한 이유가 분명 있겠지만, 아무도 이렇게 마무리 될 거라 생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들을 초대한 기승조차도.

 

뒷골목에는 으레 그렇듯 뒤로 건네지는 많은 것들이 있다. 눈감아 주는 것들이 있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계산되어 남겨지는 것들이 있다. 그 안에 중립과 청렴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이들이 있건만, 그건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 행동하는 이들로 둔갑한다. 그렇기에 이들의 계산과 또 다른 부정부패가 성장하는 것이다. 부조리 앞에서도 정의로운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일들이라는 것을 이들이 보여주고 있다. ‘식민지 경험이 있는 도시를 배경’으로 쓰고 싶었다던 저자의 의도는 여기서 보이는 것도 같다. 많이 배우고 돈 많은, 지식인이라 불릴 수 있는 위치의 사람들이 식민지 시대 하에 술과 여자로 세월을 보냈던 장면들은 베트남에 모인 세 남자 도식, 순철, 대수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돈 많고 시간 있고 베트남에 돈 받으러 오는 이들은, 아마 한 번의 관광쯤으로 베트남을 다녀가는 게 아니었을까. 이번 베트남 방문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놀아보자는 생각으로, 맡겨놓은 돈 찾으러 가듯이 향했을 거라고. 뜻밖의 사건들이 이들을 바쁘게 만들었지만, 그것뿐이었다. 이들의 마지막을 보면서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여자를 옆에 끼고 술판을 벌이며 무력함을 가린 그들의 삶이 이렇게 흘러갈 것을 마치 예상이라도 했던 것처럼...

 

후텁지근한 날씨를 먼저 떠올리게 하는 지명, 사이공. 호찌민이란 이름이 익숙한 우리에게는 낯선 지명일지도 모른다. 1970년대 중반까지 사이공이란 이름으로 불렸던 곳. 도로에는 차보다 자전거가 더 많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장면들. 아오자이를 입은 여자들. 뭔가 신비함을 주는 것도 같지만, 내게는 우연처럼 찾아드는 기회가 아니라면 굳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곳이 배경이 된 이 소설이 어떤 분위기를 풍기고 있을지 궁금함에 찾아본 소설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차마 대상을 줄 수 없었던 그 소설’이란 홍보문구 때문이었다. 대상은 한명일 터이니 우수상에 머문 이 작품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마음이었으리라 생각했다. 추리소설인 것 같으면서도 사회고발 소설 같은 느낌도 주고, 자꾸만 사라지는 사람들과 하나씩 드러나는 죽음들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반전도 드러날 것 같지만 막상 읽다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고... 장소나 상황에 대한 묘사는 이 책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기도 하지만, 뭔가 거대한 돌풍을 기대했던 나의 마음에 만족감을 주지는 않는다. 특히 결과 같은, 남겨진 자들의 대화는 맥이 빠진다. 잘 읽히는 소설이긴 하나, 흠뻑 빠질만한 재미는 부족한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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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블루

    <에메랄드 궁>과 함께 수상한 작품이군요.
    우리나라도 아닌 베트남에서 만나야 할 사람이 죽었다.
    이렇게 되면 그 세 남자는 무지 막막할 것 같군요.
    저도 이상하게 베트남에 가보고싶다, 이런 생각은 안해봤어요.
    그나저나 제 친구 하나는 중3 아들 기말 끝났다고 일본 도쿄로 오늘 떠나더군요.
    많이 부러워요. ㅋㅋㅋ

    2013.11.07 09:2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아마 <에메랄드 궁>은 9회가 아닐까 싶어요.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그 책 읽은지가 좀 되어서요. ^^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이 책과 함께 대상 받으신 분은 어떤 택시 기사분이라고 한 것 같아요. 이미 출간된 작품이 3년이 지난 후에 수상했다는... ㅡ.ㅡ;;;

      울 큰 조카 블루님네 큰애기랑 같이 오늘 수능봐요. ^^ 어찌되었든 한 고비는 이렇게 넘어가는 걸까요? 낼 일찍 끝난다는데 시간되면 한번 만나보려고요.

      2013.11.07 12:06
  • 파워블로그 금비

    그러네요. 묵직한 주제를 끌다가 뭔가 간이 덜된 느낌.
    그런 베트남으로 그려져서 여행기속 베트남의 순수함을 환상으로 갖고있는지라 살짝 읽는게 망설여지고요^^;

    2013.11.07 19:1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베트남이라는 장소가 이 책 속의 배경이 되었기에 환상이 사라진 게 아니었어요. 저에게는 처음부터 그곳에 대한 환상이 없었거든요. 이 책의 내용을 보면 굳이 베트남이 아니어도, 다른 도시에 갖다 붙여도 이야기가 비슷하게 들릴 수도 있어요. 장소만 바뀌었을 뿐이지 그 모양이 똑같을 수 있으므로...

      2013.11.08 00:42
  • 스타블로거 키드만

    웬지 느와르영화와 같은 분위기인 것 같아요...
    베트남..이라는 배경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을 노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구요.. ^*^

    2013.11.10 09:5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굉장히 짧은 시간동안의 이야기인데요.
      어둡고 칙칙하고 그래요. 베트남 뒷골목이라는 배경도 한몫 하지만 이야기의 배경 자체가 너무 어둡죠.

      2013.11.10 22:48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