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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본 책
저는 분노 조절이 안 되는 호텔리어입니다

[도서] 저는 분노 조절이 안 되는 호텔리어입니다

제이콥 톰스키 저/이현주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이 책 한권을 통해 들려오는 이야기가 호텔리어 제이콥 톰스키만의 이야기일까? 아마도, 그건 아닐 듯하다. 호텔이라는 공간 안에서 볼 수 있는 많은 일들을 들려주고 있지만, 보통은 서비스직이라는 좀 더 넓은 범위에 포함되는, 거의 모든 일이 아닐까 한다. 사람을 대하는 일, 그것도 손님이라는 거대한 벽을 마주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일을 배워 처리해야 하는 기본적인 것부터 감정적인 소모까지 한꺼번에 중무장해야 한다. 저자를 통해 듣게 되는 에피소드와 직원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들은 일반적인 서비스직의 고충으로 해석할 수 있게 한다. 실제 우리는 서비스직에 종사하거나(종사했거나), 서비스를 받는 손님의 입장이기도 하니까. 저자의 경험담을 듣고 있다 보니 많이 비슷했다. 주인공이 하는 얘기와 내가 서비스업종을 경험하면서 매번 겪는, 부딪히는 다양한 일들이 거의 똑같았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생생한 부분이 있다.

 

호텔리어 10년차인 제이콥 톰스키는 주차요원으로 시작해서 프런트 데스크, 객실관리 지배인까지 담당해본 베테랑이다. 프런트 데스크를 호텔의 심장부라 부르며 자부심을 갖고, 호텔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은 객실관리 지배인의 자리를 통해서였다. 급여가 일의 즐거움을 결정하기도 했고, 팁이 일의 행복을 주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호텔 안에서 자신의 위치가 변경될(오를) 때마다 호텔이란 공간에서의 꿈이 생겼을 거라 생각한다. 총지배인이 되는 것. 호텔리어 10년차라는 그의 이력에서 아직 총지배인이라는 말은 없었으니 지금도 그 꿈을 꾸고 있거나, 아니면 그 꿈이 사라졌거나 둘 중 하나일 테다. 안타깝게도 지금 그의 꿈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는, 직장을 잃고 싶지 않다는 것!

 

저자는 특유의 순발력으로 손님의 요구에 응대했고 성실함으로 계속 이 일을 해왔다. 물론 중간에 그의 마음을 흩트려 놓는 일들이 벌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호텔리어로 일하고 있는 지금이 중요하다. 럭셔리 호텔의 그럴싸한 모습 뒤에 감춰진, 고용된 이들의 고충과 호텔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이 흥미롭게 들려온다. 소설이 아니라 실제 업계 종사자가 겪은 그대로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두 귀를 솔깃하게 한다.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라는 것이 더욱 독자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특히 저자가 고발하듯 자신이 행한 일들과 호텔 직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거래, 사기에 가까운 거짓들이 놀랍다. 똑같은 장면들이 손님의 입장에서 해석되는 것과 너무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기에 더욱 놀랄 뿐이다. 설마, 하는 일들이 ‘설마’가 아니라고 못을 박듯이 저자는 이야기한다. 직원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 진상 고객일 수도 있는 사람들의 행동들이 추잡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반면, 말 한마디면 고객이 제공 받을 수 있는 서비스임에도 마치 엄청난 특혜를 받는 것처럼 보이는 일들은 고객의 입장에서 분노를 일으키는 것이다.

 

서비스는 솔직하고 정직하게 행동하는 문제가 아니다. 서비스는 부정적인 부분을 최소화하고 완벽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거짓말하기, 미소 짓기, 교모한 일 처리, 교환, 설득하기, 다시 거짓말하기, 다시 미소 짓기. (53페이지)

 

사실, 우리가 그 업계에 종사하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어쩌면 고발성 내용의 이야기들을 더 관심 있게 보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사실에 가까운 진실을 만나고 싶은 바람으로. 그래서 이 책의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다. 어느 날 마음먹고 호텔 하나를 뚝딱 세운 사람이 아니고, 호텔의 주차요원부터 호텔 객실의 관리, 호텔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프런트 데스크까지 경험해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니까. 결과적으로 그는 해고당하는 사태에까지 이른다. 저자에게는 해고당했던 시간이 아픔의 시간이었을지 모르지만, 호텔에서 일하지 않는 한, 호텔의 진짜 모습에 대해 알 수 없는 나 같은 독자들에게는 오히려 다행인 시간으로 작용한다. 내가 경험할 수 없는 한 세계를 알게 되는 기분을 맛보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충뿐만 아니라, 손님으로 호텔을 이용할 시에 적재적소에 이용할 수 있는 팁까지 저절로 알게 해준다. 물론 본의 아니게(?) 약간의 거짓말을 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웃을 수 있는 혜택이 아니겠는가. ^^

 

저자가 처음부터 호텔리어의 꿈을 꾸고 호텔에 취직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는 졸업장으로 취직하기는 어려웠다.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뉴올리언스에 오픈 예정이었던 한 호텔에 주차요원으로 취직하면서 그의 호텔리어 생활은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10년의 시간을 호텔이란 곳에서 생활해온 저자가 분노 조절이 안 되는 병까지 얻게 된 이야기가 사뭇 진지하면서 웃음이 난다. 그가 들려준 호텔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은 조금 더 융통성 있게 행동하면 직원이나 손님이나 최대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으로 여겨질 때는 웃음과 함께 노하우를 배우는 자세로 듣게 된다. 하지만 분노 조절이 안 되는 병을 얻게 되기까지 그가 호텔리어 일을 하면서 경험한 내용들을 듣게 될 때면 진지해질 수밖에 없다. 그건 우리가 경험하는, 우리의 밥줄을 쥐고 있는 공간의 현실이므로. ‘웃프다.’라는 말은 여기서 할 수도 있겠다. 웃기고 슬픈 이야기가 바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였으니까.

 

감정노동자라 불리면서 무조건 웃고, 무조건 예스맨이 되어야 하고, 험한 욕설 앞에서도 한마디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손님이 입 밖에 꺼내지 않는 니즈’를 알아차려야 할 만큼의 감각도 필요하다. 하지만 어떻게 그걸 다 알아차릴 수 있겠는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라고, 정이 담긴 확신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초코파이에서나 가능한 일 아닐까? 저자가 몸담고 있는 호텔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팁 문화가 이들 호텔리어의 수입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 역시도 이런 노동의 강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하다. 팁을 좀 더 많이 줄 수 있는 손님을 가려내기 위한 눈치작전이나 프런트 데스크와의 상호 협조 아래 그런 손님을 받을 수 있는 벨맨의 입장도 아주 모를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런 팁 문화는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도 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해서도 안 되겠고. 이 책은 여러 가지 면에서 호텔리어와 호텔 이용자들이 같이 배울 수 있는 지침서처럼 보이기도 한다. 저자의 솔직한 경험담과 조언이 아주 훌륭한 호텔 이용 안내서로 이 책을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적어도 서로 얼굴 붉히면서 대거리를 할 상황은 피해가게 해주지 않을까? ^^

 

호텔리어라는 직업이 저자에게는 낯선 병명까지 안겨주는 고통스러운 일이었을지 모르겠으나, 읽는 이들에게는 또 다른 세계를 알게 해주는, 잘 이용할 수 있는 정보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저자의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되는 많은 것들과 함께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감정적인 일들까지 함께 생각해보게 하는 생생한 이야기였다. 저자의 상담이 완치와 함께 마무리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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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라바트

    백화점에서 몇달동안 알바 한 적이 있어요 정말 별의별 손님들이 많더라구요 옆매장의 언니들의 견제도 있고 급기야 어느날엔가는 정직원이었던 선배가 이성을 잃어서 제가 수습했던 기억도 납니다. 서비스업의 정신노동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자주 일어나는 요즘이라 이 책이 더 눈에 들어오기도 해요 그런데 한편으론 호텔의 대부분을 보여주는 호텔리어의 이야기이기에 더 호기심이 이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하고요
    주인공은 심각한 상태인 것 같지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일것 같아요

    2013.11.13 18:2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지금 생각해보면 많은 일들이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기도 하고요. 감정적으로 일어날 때가 있는 것도 많은 것 같아요. 아쉽고 안타까운 순간들이 일상을, 일을, 지배하네요. ㅡ.ㅡ;;

      2013.11.20 01:04
  • 파워블로그 블루

    저도 일종의 서비스업이나 마찬가지인데, 사람을 많이 상대하면 진짜 힘들어요.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요.
    호텔은 더 그러겠죠.
    호텔리어가 분노 조절이 안되면 차암,,, 힘들었겠어요. ^^

    2013.11.14 13:5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보통은요. 홈페이지나 고객센터가 있는 곳은 더 심각한 듯 해요. 하긴, 요즘 고객센터 없는 곳이 거의 없죠. 에휴...
      고객 입장일 때는 갑이 되고, 직원 입장일 때는 을이 되는 게 슬퍼지는 현실이죠. ㅠㅠ

      2013.11.20 01:05
  • 파워블로그 샨티샨티

    호텔리어를 꿈꾸었던 딸이 한 과만 고집하다 여러 번 낙방하여 진로를 바꿔 동아시아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여전히 그 꿈을 버리지 못한 채 사는 모양입니다. 이 책의 리뷰를 보니 딸에게 선물해 주고 싶네요. 호텔리어의 진솔한 일상 속에 담긴 진상이 그대로 드러남과 동시에 호텔을 이용하는 이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것들을 기억해야겠어요.

    2013.11.20 09:1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호텔리어를 하는데 전공은 중요하지 않은 듯합니다. ^^
      업무에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겠지요. 거기에 순발력과 융통성까지...
      우리나라와 미국의 호텔문화 역시 차이는 있을 테지만, 이 책이 실제 호텔리어를 알아가는데 어떤 수험서보다는 현실적인 면을 많이 들려주고 있는 듯해서 괜찮더라고요. ^^

      2013.11.2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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