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하품은 맛있다

[도서] 하품은 맛있다

강지영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4점

한번은 꿈꿔봤을 이야기다. 지금의 운명을 바꾸는 것. 그것도 완전판으로 만들어버리는 거다. 이경의 외모와 환경, 스펙을 버리고 단아름다운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일 게다. 5개월의 간극을 두고 벌어지는 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다. 살인이나 거짓의 가면을 쓴 사람들 속에서 진실을 보는 일은 어렵겠지만, 그만큼 호기심을 당기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한번은 바랐던 일이자 그럴 수 없는 일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는 이야기라는 게 아이러니지만, 어쩌랴. 그게 삶의 이치인 것을.

 

특수청소업체에서 일하는 이경은 대학 졸업반이다.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돈 때문에 누군가의 죽음의 현장을 청소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 사이 취직시험도 본다. 하지만 그녀의 외모는 늘 면접이란 절차를 불운의 아이콘으로 만들어버린다.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스펙은 그렇다 쳐도 외모가 바뀌지 않는 한 그녀가 면접이란 관문을 통과해서 취업의 문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특수한 청소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 어느 날 이경은 청소 일을 끝낸 어느 곳에서 죽은 이의 유품 하나를 가져온다. 그리고 잠이 들면 꿈을 꾼다. 악몽이라고도 할 수 없는 그 꿈속에서 이경은 유품의 주인인 죽은 이, 단아름다운이 되어 그녀의 삶을 산다. 오직 이경이 잠들어 꿈을 꾸고 있을 시간만 허락된 삶이다. 이경과 꿈속의 단아름다운의 삶은 연결되어 있다. 단아름다운은 이경의 현재보다 5개월 전의 시간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럼 5개월 후, 단아름다운은 죽는다는 말이다.

 

희한한 사망 현장이다. 늘 하던 일처럼 해왔던 것뿐인데 뭔가가 뒷덜미를 잡는 듯하다. 용역업체 사장인 남사장이나 새로 들어온 임대리 사이의 이경은 그 찜찜함을 판단해야 한다. 더군다나 죽은 이는 단아름다운이다. 죽은 이가 임대리와 아는 사이였다는 것, 유품처리가 다른 의뢰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 남사장은 임대리를 의심하고 임대리는 남사장을 조심한다. 그 사이의 이경은 어떤 것이 진실인지 알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경의 꿈속의 삶은 단아름다운의 삶이자 이경의 삶이기 때문이다. 점점 다가오는 시간, 그것을 죽음으로 만들어갈지 다른 삶으로 만들어갈지 결정해야만 한다. 하지만 사건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잠이 들었을 때와 깨어났을 때의 다른 삶을 사는 그녀들이다. 혹은 그녀 한 사람일 수도 있다. 어느 순간 허물어져버리는 그 경계가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이 이야기는 이경과 단아름다운 두 사람의 삶을 연결하면서 우리가 물을 수도 있는 질문을 던진다. ‘나의 미래를 내가 결정할 수도, 바꿀 수도 있을까?’ 물을 필요도 없이 이미 답은 나와 있다. 나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노력의 시간을 걸을 수 있어도 이미 살고 있는, 과거의 시간에서 보면 미래가 될 시간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내가 갖고 싶은 누군가의 모습의 진실을 보게 될 때, 내 바람과는 다르게 흘러왔던 시간을 볼 수도 있기에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한다.

 

과거 시간 속의 그녀가 나를 움직이고 현실의 내가 그녀를 움직일 수도 있다는 설정이 참신해보이지는 않지만 시간이 만들어낸 그 기회에 대한 솔깃함은 부정할 수가 없다. 한번쯤 그런 기회 맛보고 싶지 않았던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인간이기에 그렇다. 가질 수 없는, 주어지지 않을 시간에 대한 기대감에 삶을 의지하고 싶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소설 같으면서도 또 다른 방향의 생각을 주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인생의 완전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기적이고 욕심으로 가득한 각자의 시선으로 만들어낼 삶을 위해 누군가의 희생이 강요당하고 협박하듯 타인의 인생을 담보로 쥐고 있는 것이 실상이었으니까. 점쟁이가 뒤바꿀 수 있는 운명이라 하더라도 그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리고 주인공이 행복하지도 않았지 않은가. 그게 결말이고 거스를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에 대한 증명이다. 원하고 바라던 ‘그 시간’으로 완벽하게 갈 수 있다고 말할 수 없음이다. 잠깐의 단잠에서 꿀 수 있는 꿈으로 끝날 것임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 잠깐의 꿈을 꾸어 보고 싶은 것은 우리의 로망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소재의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관계란 기차 레일처럼, 어느 한 지점이 어긋나버리면 아무리 먼 길이 남아 있어도 멈춰 설 수밖에 없다. (152페이지)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블루

    근데말예요, 다운과 이경은 서로 아무런 관계도 없었는데 왜 서로의 꿈을 꾸었을까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다지 기대하지 않은 책이었는데 생각보다는 괜찮았어요. ^^

    2013.12.18 16:3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음, 그렇게 연결을 시키려고 꿈이라는 매개를 사용한 게 아닐까 싶어요.
      아니면 우연한 한번의 꿈으로 시작된 연결이라는 말인데..
      시간을 소재로 하는 많은 책과 드라마를 잠깐씩 보면서 드는 생각은 그 개연성이 부족하면 진짜 몰입해서 읽기는 힘들다는 것... ^^

      2013.12.20 10:48
  • 파워블로그 금비

    단아름다운. 이름치곤 의미심장해보이는걸요.
    참신한 설정은 아니지만 호기심은 일으키는 설정이라는 것, 동경은 있지않았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

    2013.12.23 17:5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뻑공

      그렇죠. 동경... 하지만 그게 이루어지지 않을 일이기에 동경에서 멈추는 것이겠고요. ^^
      읽어볼만 했으나 참신함은 부족한 작품인 듯해요.

      2013.12.26 16:12

PRIDE2